[밀물썰물] 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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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을 올리고 사람이 등에 지고 다니게 만든 기구인 지게는 우리 민족이 발명한 가장 우수한 연장 중 하나로 꼽힌다. 지게의 몸은 주로 소나무로 만들며 처음부터 이를 쓸 사람의 체구에 맞도록 깎는다. 가지가 조금 위로 뻗은 자연목 2개를 위는 좁고 아래는 벌어지도록 세우고 사이사이에 나무 막대기를 넣어 고정하고 위아래로 멜빵을 걸어 어깨에 멘다. 그리고 등이 닿는 부분에는 짚으로 두툼하게 짠 등태를 달아 놓는다.

농사에 필요한 거름(퇴비)이나 곡물, 나무, 풀 등을 운반할 때 널리 사용했고, 6·25전쟁 때 산꼭대기의 진지에 식량·탄환 따위의 보급물자를 져 나르며 유용하게 쓰였다.

지게를 지는 것도 요령이 있다. 그냥 배낭 메는 것과 다르다. 민속촌이나 전통마을에 가면 짐이 없는 빈 지게조차 어깨에 제대로 메지 못해 난감해하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최근 설악산의 마지막 지게꾼이 한 방송프로그램에 소개돼 화제가 되고 있다. 생계를 위해 16살부터 지금까지 45년간 설악산에서 지게로 온갖 무거운 짐을 나르며 살아온 임기종 씨. 냉장고를 비롯해 무게 100kg이 넘는 무거운 짐도 지게에 지고 설악산 곳곳으로 전달한다. 비룡폭포, 비선대, 흔들바위까지 운반하고 받는 비용은 6000원~2만 원이다. 한겨울에도 가격은 변함없고 대청봉은 왕복 10시간 넘게 걸릴 정도로 고된 길이지만 그는 일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하다고 말한다.

그렇게 고되게 번 돈의 90%를 기부했고, 지금까지 1억 원 넘게 어려운 이들을 돕는 데 기부했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이 감동했다.

그는 돈은 나를 위해 사용하는 것보다 남을 도와줄 때 더 기쁘다고 담담하게 말하며 설악산이 모두 내 사업장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한다.

임 씨를 통해 인생을 다시 돌아보고 반성했다는 반응이 쏟아졌고 동시에 임 씨가 고생에 비해 대가가 너무 작다며 노동 착취라는 의견도 많다. 심지어 그가 정당한 대가를 받게 해 달라는 국민 청원까지 나왔다.

“내가 똥지게를 지더라도 공부 뒷바라지는 한다”라는 말이 있었다. 아무리 힘들어도 자식은 잘 부양하겠다는 부모의 마음이 잘 느껴지는 말이다. 설악산 마지막 지게꾼, 임 씨의 마음도 그렇다. 힘들다는 생각보다 이 일로 가족을 건사하고 남을 도울 수 있는 게 그저 고맙다고 한다. 김효정 라이프부장 tere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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