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메가시티 속의 금융중심지 역할 더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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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중 전 부산상공회의소 회장

대선을 앞두고 후보자들의 지역발전 공약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부산 금융중심지 육성방안이 잇따라 발표돼 큰 기대를 하게 만든다. 대표적인 것이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 및 금융공기업 이전, 해양금융 특화, 국제금융기구 유치,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 추진 등이다. 그 하나하나가 부산의 오랜 염원이다.

동남권 전체의 큰 기대를 안고 올해 정식 출범하는 부울경메가시티에서도 금융은 가장 중요한 분야가 아닐 수 없다. 경제를 인체에 비유하면 금융은 핏줄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메가시티의 핏줄 역할을 할 부산 금융중심지는 현재 어떤 모습인가? 지난해 말 지방분권균형발전 부산시민연대가 금융전문가 50명을 대상으로 부산 금융중심지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는 한마디로 참담하다. ‘외형적으로 성장했으나 국제화 등 내실을 갖추지 못했다’는 답이 10명 중 8명 정도로 가장 많았고, ‘계속 퇴보하고 있다’는 응답도 있었다. 무엇보다 ‘금융중심지 지정 후 발전했다’라고 답변을 한 응답자는 단 한 명도 없어 충격적이었다.

조사 결과를 논외로 치더라도, 시민연대가 메가시티의 출범을 앞두고 왜 이런 조사를 했는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메가시티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금융중심지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고 볼 수 있다.

돌이켜보면 부산이 금융중심지가 된 것은 1990년대 초반, 정부가 수도권의 비대화를 억제하기 위해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 4개 대도시에 수도권 기능을 분산시켜 각각 집중 육성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제3차 국토종합개발계획(1992~2001년)을 발표하면서부터다. 여기에 부산은 국제무역 및 금융중심지로 명시돼 있다. 그만큼 다른 지역에 비해 금융 환경이 비교우위에 있다는 증거다. 벌써 30년이나 된 정부의 약속이다.

그 후 1999년 부산선물거래소가 문을 열면서 부산은 정식으로 국제금융도시로서의 출발을 알렸는데, 그 때를 기준으로 해도 20년이 넘었다. 당시 부산상공회의소를 중심으로 여러 기관과 단체, 또 부산시민들이 모두 나서 수도권의 엄청난 반대를 이겨내고 선물거래소 유치를 성사시켰다. 그 때 내세운 명분과 논리가 현재의 메가시티 결성과 똑같은 지방분권과 국토균형발전이었다. 선물거래소는 그 뒤에 코스닥·코스피와 합쳐져 한국거래소가 되고, 부산은 또 서울과 함께 금융중심지로 지정됐다.

그러나 부산은 그동안 이름뿐인 금융중심지였고, 알맹이는 늘 수도권 몫이었다. 금융 관계자와 전문가들이 끊임없이 정부에 세금 혜택과 외국인들의 주거·교육·의료 편의 제공 등을 통한 국내외 금융회사 유치와 공기업 이전 등 각종 발전대책을 제언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악조건에서도 부산 금융중심지는 지난해 박성훈 당시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중심이 돼 홍콩 등지에 있던 해외 금융기관을 처음으로, 또 한꺼번에 6개를 부산국제금융센터(BIFC)에 유치했다. 부산이 글로벌 금융중심지로서 외국금융기관을 충분히 유치할 수 있다는 잠재력을 보여준 쾌거였다. 박 부시장은 그 후 부산시 경제특보를 거쳐 지난해 말 대선캠프에 합류했다. 홍콩 등지의 해외금융 관계 전문가가 후임 부산시 경제특보를 맡고 금융중심지 업무를 전담해서 부산이 계속해서 외국금융기관을 유치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

메가시티는 가덕신공항이 완공되면 항만·철도에 더해 ‘트라이 포트’가 구축돼 동북아 물류허브가 될 것이다. 금융 수요는 자연히 더 커질 것이다. 최근 부산상공회의소가 나서 산업은행 등 핵심 금융공기업 이전 등을 대선 후보들에게 적극 건의하고 있다. 금융중심지 육성은 지역사회 전체가 나서야 할 발전과제다.

정부와 정치권도 전향적 자세로 금융중심지 육성에 적극 나서야 하고, 대선 공약도 반드시 지켜지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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