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법관 호출한 대장동 게이트, 특단 대책 세워야
3·9 대선이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는 가운데서도 23일 여야 정치권과 국민의 이목은 온통 조재연 대법관에게 쏠렸다.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의 ‘그분’으로 지목된 조 대법관이 기자회견을 연 것이다. 이 자리에서 조 대법관은 ‘그분’ 의혹에 대해 “허위 내용”이라고 전면 부인했다. 그는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와 공적·사적으로 단 한 번도 만난 일이 없다면서 자신에 대해 증폭되는 의혹을 일축했다. 기자회견은 지난 21일 열린 대선 후보 TV토론에서 조 대법관이 ‘그분’으로 거론된 게 계기가 됐다. 현직 대법관이 직접 기자회견을 갖고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조재연 대법관 ‘그분’ 연루 사실 전면 부인
특검 도입해 특혜 의혹 말끔히 씻어내야
조 대법관이 자청해 해명에 나선 건 자신이 화천대유 관계사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와 김만배 씨 간 녹취록에 나오는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 ‘그분’으로 지목돼서다. 검찰이 확보한 녹취록에는 김 씨가 조 대법관을 ‘그분’이라 지칭하며 “50억 원대 빌라를 사 줬다”는 취지로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이를 근거로 TV토론에서 “대장동 게이트의 몸통은 이재명”이라고 주장하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몸통이라며 공세를 펼쳤다. 이유가 어찌 됐든 사법부의 최후 보루인 대법관이 대형 비리 의혹 사건의 주범으로 몰리고 기자회견에 나선 현실은 안타깝기 짝이 없다.
대장동 의혹을 둘러싼 두 대선 후보, 여야 간 거센 공방에 국민들은 가뜩이나 헷갈려 하는 상황이다. 조 대법관의 기자회견으로도 의혹에 대한 궁금증은 풀리지 않고 실체적 진실과 더욱 멀어지는 느낌이다. 이는 그동안 검찰이 대장동 사건 수사에 최선을 다하지 않은 탓이 크다. 수사 착수 5개월이 지났지만 핵심 의혹에 대한 실체를 밝혀낸 게 없다. 이 과정에서 수사 관련 얘기가 찔끔찔끔 새어 나오고 미확인 정보가 계속 불거지면서 의혹만 키우고 여야가 상대방을 비방하는 소재로 악용되고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대선 막판까지 대장동 사건을 자신들 입맛에 맞게 정쟁의 재료로 써먹으며 사생결단하겠다는 태세다. 검찰이 진실 규명과 신속한 수사에 사활을 걸겠다는 의지가 요구되는 이유다.
이재명 후보가 23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내가 특검을 하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뭐가 진실이고 허위인지, 과장이고 왜곡인지 뒤섞여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환영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순수한 의도가 아니라 윤석열 후보를 대장동 게이트의 주범으로 몰아붙이기 위한 허세라는 해석도 나온다. 지지부진한 검찰 수사가 앞으로는 제대로 이뤄지든지, 아니면 특검을 도입하든지 특단의 대책이 절실하다. 특검이 실시될 경우에는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되든지 상관없이 대장동 사건에 대한 국민적인 의혹을 말끔하게 해소해야 할 것이다. 특검을 철저히 하는 방안 마련을 위해 여야의 결단과 합의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