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승리하면 당선” 누구도 승리 장담 못 해
[대선 D-9 한신협 공동기획 민심 르포] 제주
제주 인구는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1%를 조금 넘는 정도이지만, ‘제주의 표심은 대선 민심을 읽는 바로미터’라는 말이 회자된다. 직선제로 치러진 13번의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제주에서 승리한 후보가 모두 당선됐기 때문이다.
제주의 민심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다.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지난 20년 동안 민주당이 제주 3개 선거구에서 모두 승리했지만, 도지사 선거에서는 보수 진영의 원희룡 전 지사가 직전까지 두 차례 연속 당선됐다. 제주의 민심에는 시대적 상황과 지역 현안, 인물이 그대로 투영된다고 할 수 있다.
제주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양강이 초방빅 경쟁을 벌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재는 누구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제주의 민심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선거를 열흘 앞둔 현 시점에서 도민들은 대부분 지지 후보를 정한 모양새다. 하지만 여전히 마땅한 후보를 찾지 못한 유권자도 많이 만날 수 있다. 특히 윤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가 끝까지 막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거리에서 만난 제주도민들은 공정과 경제, 청년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관광과 1차 산업이 주력인 제주가 코로나19로 상당히 큰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제주시 도련동에서 만난 대학생 성재헌(24) 씨는 “무엇보다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를 살릴 수 있는 후보 선택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이재명 후보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불공정 문제를 제기하는 의견도 많다. 직장인 양한솔(29) 씨는 “조국, LH 사태 등으로 민주당에 크게 실망했다. 청년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 주는 윤석열 후보에게 눈길이 간다”고 말했다.
거대 양당 쏠림, 비호감 대선, 특별히 구별되지 않는 공약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된다. 대학원생 유서진(26) 씨는 “이른바 비호감 대선으로 불린다. 정치를 잘 모르는 일반인이 봐도 네거티브만 난무한다. 서민에게 편안하게 다가가는 정의당 심상정 후보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제주시 연동서 만난 허은희(52) 씨는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은 모두 거기서 거기인 것 같다는 생각”이라며 “그래도 부정부패 없이 깨끗하고, 깔끔한 후보가 안철수 후보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제주시에 거주하는 강복실(63) 씨는 “아직까지 누구를 뽑을지 결정하지 못했다. ‘이 사람이다’라고 할 정도의 후보가 없다”면서 “정말 국민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만들어 줄 후보를 선택하고 싶다”고 말했다.
제주일보=강재병 기자 kgb91@je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