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살상 알리자” 잔혹 사진 1면 배치 뉴욕타임스 ‘파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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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3월 7일자 1면. 뉴욕타임스 캡처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민간인 살상이 날로 잔혹해지는 가운데, 세계 언론들이 이례적으로 끔찍한 사진을 1면에 배치하는 등 전쟁 참상을 알리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7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목숨을 잃은 우크라이나 일가족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이례적으로 1면에 게재했다. NYT는 이날 지면 1면에 우크라이나 키이우(키예프) 인근 소도시 이르핀 거리에서 피투성이가 돼 쓰러진 일가족을 살피는 정부군 병사의 모습을 담은 5단 크기의 사진을 실었다.

거리의 피투성이 일가족 게재
AP 등도 가감 없이 사진 전송

NYT에 따르면 이들은 전날 이르핀 바깥으로 대피하던 중 러시아군의 박격포탄 파편에 맞은 현지 주민들이다. 어머니와 아들, 딸은 그 자리에서 즉사했고, 이들과 함께 이동하던 지인도 중상을 입은 뒤 곧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 주요 언론사들은 대체로 사망자의 시신 등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사진 게재를 극도로 꺼려왔다. 이 때문에 NYT가 잔혹한 모습이 담긴 사진을 1면에 대대적으로 실은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에서도 최근 피범벅이 돼 숨진 아동과 피묻은 손으로 울부짖는 아버지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신문 1면에 싣는 등 기존 원칙을 깬 보도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이처럼 잔혹한 장면을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은, 그러한 보도를 지양하는 기존 방침이 우크라이나인들이 직면한 현실을 제대로 알리는 것을 가로막는다는 비판을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해당 사진을 촬영한 NYT 기자 린지 아다리오는 MS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군이 민간인 살상을 부인하는 현 상황에서 “이 사진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NYT의 클리프 레비 부편집장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해당 사진이 실린 이날 1면이 이번 전쟁과 관련해 제작된 가장 중요한 1면 보도 중 하나였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AP 통신은 NYT의 이러한 결정이 전쟁의 참혹한 현실 전달과 수위 조절 사이에서 고민하는 언론에 시사점을 던져준다고 전했다. 여타 서방 매체들도 비슷한 방향으로 기조를 전환할 조짐을 보인다. 미국 CNN 방송은 전날 밤 같은 영상을 방송에 내보냈고, AP도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사진들을 “수위가 높을 수 있다”는 경고를 붙여 내보내고 있다.

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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