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방탄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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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광안리 해변 인근에 작은 주막이 있다. 주막 안은 방탄소년단(BTS) 세상이다. 쉽게 구할 수 없는 사진과 달력, 기념품이 곳곳에 놓이고 걸려 있다. 주막 내 공기도 BTS 노래를 타고 흐른다. 주막 관계자는 BTS 팬덤인 아미다. 곳곳에서 ‘풍덩 풍덩’ 소리가 들린다. 손님들의 마음이 정국, 지민, RM, 진, 슈가, 제이홉, 뷔에게 빠져드는 소리다. 대체 BTS에게 무엇이 있길래?

그 사람을 제대로 알고 싶으면 그가 여가를 어떻게 보내는지를 보라는 말이 있다. BTS 일곱 명은 지난해 12월 초부터 최근까지 장기 휴가를 보냈다. 그동안 누구보다 바쁘게 세계를 무대로 눈부신 활약을 펼친 BTS 멤버들은 모처럼의 휴가를 어떻게 보냈을까.

리더 RM은 지난달 부산 미술관을 찾았다. 미술 애호가인 RM은 부산시립미술관과 사설 갤러리를 돌아봤다. 지민은 제주에서 찍은 여행 사진을 SNS 채널에 올렸다. BTS 멤버들은 여행과 미술 전시 관람 등 이외에 독서에도 휴가의 상당 시간을 할애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곱 명의 멤버는 그동안 다양한 책을 추천했다. ‘방탄 독서 리스트’에는 <데미안> <이방인> 등 고전에서부터 <소년이 온다> 등 광주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한 근작까지 다양한 종류들이 있다. 추천 리스트가 입증하듯 상당한 독서가인 이들은 이번 휴가를 이용해 그동안 찜해 둔 책 읽기에도 몰입했을 것이다.

BTS 멤버들은 장기 휴가 기간 동안 여행과 미술 관람, 독서 등을 하면서 어떤 것을 얻었을까. 어쩌면 BTS 노래 속에서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그들이 그동안 쓴 노랫말은 BTS가 인간은 물론 작고 사소한 것들에게 따뜻한 애정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려 준다. 그들이 휴가 동안 예술과 자연, 책 등을 통해 이 시대와 인간을 더 깊게 성찰하려는 노력을 이어 갔을 것이라고 짐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휴가를 끝낸 BTS는 10일부터 모처럼의 한국 콘서트를 시작했다. 새 앨범도 머지않아 발매할 것으로 관측된다. 콘서트와 앨범엔 그들이 휴가 동안 새롭게 충전한 영감과 에너지가 꿈틀거릴 것이다.

BTS의 이번 장기 휴가 여정은 그 자체로 어떤 행간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고독을 때론 자청해 충분히 채우고 깊어지지 않는다면 타인의 고뇌에 공감하고 귀기울이지 못한다는 것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동안 솔직하면서도 따뜻한 노래로 깊은 울림을 선사한 일곱 명의 멤버들이 조만간 발표할 신곡을 통해 어떤 새로운 메시지를 전할지 무척이나 궁금하고 기대된다. 천영철 문화부장 cy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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