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을 공유합니다” 스타트업 ‘셀릭’의 담대한 도전
“공유의 시대, 마케팅 인력이라고 공유 못 할 이유 있나요?”
부산 시장 입성을 노리는 브랜드 업체들이 온라인 마케팅을 위해 한 데 뭉쳤다. 지난달 창업한 신생 스타트업 ‘셀릭’의 이야기다. ‘셀릭’은 부산의 ‘공유 마케팅 팀’을 표방한다. 형편상 별도의 사내 마케팅 팀을 두기 여러운 소규모 브랜드가 ‘셀릭’을 중심으로 마케팅 팀을 공유하는 개념이다.
일반적으로 마케팅 팀을 꾸리려면 상품기획자인 MD와 웹디자이너 등 최소 700만~1000만 원 수준의 고정 인건비는 필수라고 업계에서는 말한다. 그러나 이를 유지할 만한 규모의 소비재 브랜드가 부산에서 몇 곳 되지 않는다. 게다가 현재 부산에는 네이버 등 포털의 알고리즘을 분석해 실시간으로 노출 빈도를 관리해주는 전문 온라인 마케팅 대행사마저도 전무한 실정이다.
부산 업체들 수도권에 마케팅 의존
지역 입성 노리는 브랜드 업체 상대
저비용의 ‘공유 마케팅 팀’ 표방
7개 업체 스마트스토어 입점시켜
‘셀릭’의 여건수 대표는 실력을 갖춘 마케팅 팀만 있다면 지역에서도 팀 당 최소 5개 이상의 브랜드를 한꺼번에 관리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여 대표는 “부산 브랜드 거의 대부분이 수도권 마케팅 업체에 온라인 업무를 위탁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며 “상품을 꾸준히 포털 등 온라인에 노출시켜주는 조건인데 이 때문에 지역 업체 매출의 20~30%가 판매수수료 명목으로 수도권에 지속적으로 유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여 대표 자신도 유아용 프리미엄 기저귀와 목욕용품을 판매하는 ‘르소메’의 경영자다. 온라인 마케팅을 3년 가까이 수도권 업체에 위탁한 경험이 있기에 이런 갈증은 더했다. 여 대표는 “부산 브랜드끼리 저비용으로 마케팅 팀을 공유하는 일종의 공유 경제”라며 웃었다.
‘마케팅 팀을 공유하자’는 ‘셀릭’의 발칙한 제안에 업체도 하나둘 모여들었다. 현재 ‘셀릭’이 마련한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브랜드는 로잉머신 업체인 ‘모비 피트니스’와 청소용 세제 업체인 ‘원앤나인’, 어묵 제조업체인 ‘대원어묵’ 등 총 7곳. 모두 부산에 위치해 있거나, 부산 시장 공략을 노리는 소비재 브랜드들이다.
OEM을 하다 자체 브랜드를 런칭시킨 ‘대원어묵’ 김옥규 대표도 부산에서 브랜딩을 해줄 업체를 구하려다 애를 먹고 ‘셀릭’과 손을 잡았다. 김 대표는 “브랜드 스토리텔링을 해나가야 하는데 부산에는 SNS 광고 수준의 인플루언서 밖에 없어 결국 서울 업체와 계약을 맺다가 힘든 나날을 보냈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결국, 온라인 마케팅도 마케팅인지라 협업이 중요한데 서울과 부산을 챗바퀴돌 듯 오가다 많은 시간과 비용을 소모했다는 것.
김 대표는 “부산에서 업무 회의를 하니 시간 절약은 물론 스킨십도 잘 되고, 지역 업체라서 같은 지역 업체의 가려운 곳도 잘 긁어준다”고 말했다. .
여 대표는 품질은 우수하지만 알려지지 않은 부산 브랜드를 한 데 모아가며 점차 힘을 키울 계획이다. 종국에는 동남아의 ‘소피’나 일본의 ‘라쿠텐’ 등 글로벌 온라인 플랫폼에 이들을 진출시키는 게 목표다.
여 대표는 “저도 제조업체를 운영하고 있지만 품질만 신경써서는 미래가 없는 시대가 됐다”며 “제대로 된 온라인 마케팅 전략을 세울 인재를 양성하고 이커머스 체력도 키운다면 부산 브랜드도 충분히 지역의 경제성장을 이끌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글·사진=권상국 기자 ks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