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에 집중된 공격… 우크라 ‘정체성 지우기’ 나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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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 최소 39곳 파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지금까지 최소 39곳의 문화유산과 박물관 등을 파괴하거나 약탈했으며, 우크라이나 국민은 이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정체성 지우기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미국 NBC뉴스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키이우(키예프)에 있는 비영리 정치단체 ‘트랜스애틀랜틱 대화 센터’에 따르면 러시아 침공이 시작된 후 전국에서 최소 39곳의 주요 역사·문화 시설이 파괴되거나 폐허로 변했다. 하르키우 미술관 미즈기나 발렌티나 관장은 예술작품 2만 5000여 점이 있는 미술관 주변에 러시아군이 쏜 포탄이 떨어져 건물이 흔들리고 유리창이 모두 깨졌다며 직원들이 작품을 안전한 장소로 옮겨야 했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의 포위 공격을 받고 있는 마리우폴 시의회는 텔레그램을 통해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유명 예술가들의 작품 2000여 점이 전시된 아르히프 쿠인지 미술관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지난 26일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가 제2차 세계대전 중 유대인 1만 5000여 명이 학살당한 드로비츠키 야르에 있는 홀로코스트 기념관을 파괴했다면서 “정확히 80년 만에 나치가 돌아왔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7곳 있으며 1954년 체결된 헤이그협약은 역사적 기념물과 문화유산을 목표로 공격하는 행위를 국제법상 전쟁범죄로 규정한다.

우크라이나 문화부 이리나 포돌랴크 전 차관은 “그들은 우크라이나를, 즉 우리 유산과 역사, 정체성, 독립국으로서의 우크라이나를 지도에서 아예 지워버리려 한다”고 말했다. 미 노스웨스턴대 요하난 페트로프스키-슈테른 교수는 “푸틴은 1860년대 러시아 관료들이 그랬던 것처럼 우크라이나어나 우크라이나 국민은 존재하지 않으며 우크라이나라는 나라는 없기 때문에 주권도 있을 수 없다고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키이우에 있는 성소피아 대성당은 우크라이나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중 가장 중요한 유산으로 꼽힌다. 1000년이 넘은 이 황금 돔 교회는 한때 우크라이나 정교회의 중심지였고 안에는 프레스코화와 성상, 모자이크 등 화려한 유물이 가득하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역사·문화유산 파괴를 막기 위해 중요한 유물들을 안전한 곳으로 옮기거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시설물 위에 보호 장치를 씌우는 등 대책 마련에 주력하고 있으나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현정 기자·일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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