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숨비] 암남공원 해녀촌, 가게마다 간판 두 개씩 달린 이유 있다
[부산숨비] 해녀들의 남다른 공동체 의식
한 가게에 간판이 두 개씩 있는 암남공원 해녀촌. 정수원 PD blueskyda2@
해녀들은 공동체 의식이 강하다. 우선 ‘50초의 승부’라 여겨지는 물질은 위험 요소가 많다. 오랜 시간 잠수를 반복하기에 여럿이 함께해야 안전이 보장된다.
부산시 수산정책과에 따르면 어촌계 기준 기장군 18곳, 해운대구 4곳, 영도구·수영구 2곳, 강서구·남구·사하구·서구 1곳에 해녀들이 등록돼 있다. 그들은 단순 조직을 넘어 문화적, 역사적 환경에 따라 공동체를 유지해 왔다.
태풍 피해로 가게 공간 축소되자
“같이 먹고살자”며 ‘한 지붕 두 집’
어느 지역이든 ‘불턱’은 해녀 공동체를 상징하는 대표적 공간이다. 갯바위 등에 불을 피운 쉼터를 뜻하는데 바다에 들어갈 준비를 하거나 물질 도중 추위를 이기기 위한 곳이다. 해녀들은 불턱에 둘러앉아 바닷속 해산물 정보를 공유하거나 다양한 주제로 수다를 떨기도 했다.
고무 잠수복 보급으로 불턱은 서서히 사라졌지만, 지금은 컨테이너 탈의실과 휴게실이 그 역할을 대신한다. 삼삼오오 조를 짠 해녀들은 두통을 완화할 진통제인 ‘뇌선’을 먹거나 커피를 마시며 물질할 방향을 정하기도 한다.
한국해양대 안미정 국제해양문제연구소 교수는 “남편들이 물질에 따라오는 일본 해녀들과 달리 한국은 여성 공동체가 강하게 형성돼 경조사까지 함께 챙겨 왔다”고 말했다.
해녀들은 물질을 넘어 다양한 지점에서 공생하려고 노력한다. 대표적으로 부산 서구 암남공원 해녀촌에는 가게당 간판이 두 개 달려 있다. 2016년 태풍 ‘차바’로 해산물을 파는 곳이 모두 무너졌는데, 부지 문제로 서구청과 갈등 끝에 판매 공간이 축소된 채 복원됐다.
해녀들은 상생하기 위해 두 명이 한 가게를 운영하기로 했다. 부산 서구 암남어촌계 강명순(72) 해녀는 “마음이 맞는 사람끼리 간판 두 개를 달고 장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녀촌 가게는 제비뽑기로 1년마다 자리가 바뀐다. 여름에는 바다에 가까운 곳에 손님이 많고, 겨울에는 바람이 강해 바다와 멀어야 인기라고 한다. 이사를 하려면 5일 정도 영업을 멈춰야 하지만 “같이 먹고살자”는 생각으로 손해는 감수한다.
영도해녀문화전시관 해녀촌 화이트보드에는 ‘동삼’ ‘봉래’ ‘청학’이라고 쓰여 있다. 손님을 번갈아 받으며 각자 획을 긋는다. 해녀 공동체 3곳이 통합된 해녀촌에서 손님을 균등하게 나누기 위한 운영 방식이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