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광] 957. ‘흰말이 잘 달리다’라니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이진원 교열부장

<압도적 뷰 걸맞는 최상급 주거설계로 해운대 상륙 노린다>

이 기사 제목에는 틀린 말이 있다. 바로 ‘걸맞는’인데, ‘걸맞은’으로 써야 한다. ‘걸맞다’가 형용사이기 때문이다. 국립국어원에서 펴낸 <표준국어대사전>(표준사전)을 보자.

*-는: 「어미」(‘있다’, ‘없다’, ‘계시다’의 어간, 동사 어간 또는 어미 ‘-으시-’, ‘-겠-’ 뒤에 붙어)앞말이 관형어 구실을 하게 하고 이야기하는 시점에서 볼 때 사건이나 행위가 현재 일어남을 나타내는 어미.(웃는 얼굴./해가 뜨는 시각./바로 그때 닭이 우는 소리를 들었습니다./그는 종일 하늘에 떠가는 구름만 보고 있다….)

이처럼 어미 ‘-는’은 형용사 어간에는 붙을 수 없기 때문에 ‘걸맞는’은 잘못인 것. 형용사 어간에는 또 이런 어미들도 결합하지 않는다. 표준사전을 보자.

*-ㄴ다: 「어미」(받침 없는 동사 어간, ‘ㄹ’ 받침인 동사 어간 또는 어미 ‘-으시-’ 뒤에 붙어)해라할 자리에 쓰여, 현재 사건이나 사실을 서술하는 뜻을 나타내는 종결 어미.(아기가 잠을 잔다./누군가 나를 본다./아침부터 비가 내린다./할머니는 안경을 쓰신다….)

*-는다: 「어미」(‘ㄹ’을 제외한 받침 있는 동사 어간 뒤에 붙어)해라할 자리에 쓰여, 현재 사건이나 사실을 서술하는 뜻을 나타내는 종결 어미.(아기가 웃는다./네 살짜리 아이가 벌써 책을 읽는다.)

사실은, 이렇게 엄숙한 표정으로 말할 것도 없다. 누구든 “예쁘다, 즐겁다”라고 하지 “예쁜다, 즐겁는다”라고는 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동사는 저렇게 으뜸꼴(기본형)로 쓰면 안 된다. 반드시 활용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 역시 무게 잡고 말할 필요가 없다. 즉, ‘흰말이 가장 잘 달린다’고 하지 않고 ‘흰말이 가장 잘 달리다’라고 할 사람은 없을 터. 그러니, 아래 제목에서도 잘못이 한눈에 들어올 것이다.

<“온 가족이 ‘야, 웃기다’ 말할 수 있는 영화였으면”>

동사 ‘웃기다’를 ‘웃긴다’로 활용하지 않고 으뜸꼴 그대로 썼으니 어색해진 것이다. 아래 문장에서도 같은 잘못이 보인다.

‘(몸국을)한술 떠보니 진하고 짭조름한 바닷말 냄새가 물씬 풍긴다. 모자반의 기포와 엽체가 자잘하게 씹혀 식감이 재미나다.’

역시 동사 ‘재미나다’를 ‘재미난다’로 활용해야 했다.

‘그러나 전혀 물리지도 않고 모자라다 생각되지도 않은 ‘담백(淡白)한 맛’, 백(白)의 맛이다.’

이 글에서는 ‘모자라다’가 ‘모자란다’라야 했는데, 잘못은 하나 더 있다. ‘생각되지도 않은’이 ‘생각되지도 않는’이라야 했던 것. ‘생각되다’가 동사이므로 ‘않다’가 보조동사여서 어미 ‘-는’을 써야 했다.

jinwoni@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