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구명조끼와 안전벨트, 안전모, 안전로프
이병철 부산해양경찰서장
이들의 공통점은 뭘까? ‘위험으로부터 나의 안전을 지켜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차에 타면 안전벨트를 매고, 높거나 위험한 곳에서는 안전모와 안전로프를 착용한다. 자전거나 놀이기구를 탈 때도 안전모를 쓴다. 그런데 바다에선 구명조끼를 하지 않는 경우를 가끔 본다. 바다는 쉽게 접하지 않아서일까?
작년 부산에서는 연안 사고가 53건 발생, 60명이 추락, 익수 등을 경험하였다. 이 중 9명이 사망했는데, 구명조끼를 입은 사람은 없었다. 구조된 사람 중에도 4명만이 입고 있었다. 사고는 대부분 부주의로 발생했는데, 해수욕장 안전요원이 없는 야간이나 폐장 기간 물놀이하다가, 갯바위 낚시 중 물병을 주우러 바다에 들어갔다 사망하는 등 안타까운 사고였다.
‘바다에선 무조건 구명조끼를 입어야 하나? 해수욕장만 봐도 맨몸으로 물놀이를 많이 하는데?’ 궁금할 수 있다. 바다 활동은 해수욕장 물놀이, 낚시, 유선 승선, 수상레저 등 다양하다. 구명조끼는 언제 입어야 할까?
여름 해수욕장. 많은 사람들이 맨몸이나 튜브, 조끼를 사용하여 물놀이를 즐긴다. ‘해수욕장에서 물놀이할 때’는 구명조끼 착용이 의무는 아니다. 다만, 안전을 위해 구명조끼나 튜브 등을 활용하면 좋다. 물놀이는 개장 기간, 개장 시간에 물놀이 구역 안에서 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물놀이 구역 주변에선 서핑, 수상오토바이, 바나나보트 등 다양한 수상레저를 즐긴다. ‘수상레저활동 할 때’는 구명조끼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다만, 서프보드, 패들보드를 이용하여 수상레저활동 할 때는 구명조끼 대신 보드리쉬(보드와 발목을 연결해 주는 장비)를 착용하며, 워터슬래드를 이용한 수상레저활동(바나나보트 등)이나 래프팅할 때에는 구명조끼와 함께 안전모도 착용해야 한다.
요즘 부산은 요트로 바다 풍경을 즐기는 사람이 많다. 일부 승객이 사진 촬영, 불편을 이유로 구명조끼를 꺼리거나, 입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알지만, 이 또한 수상레저활동으로 구명조끼를 입어야 한다. 멋보다 안전이 우선이다.
낚시하는 분들을 보자. ‘낚시어선에 승선할 땐’ 반드시 구명조끼를 입어야 한다. 선원, 승객 등 승선자 전원의 의무다. 걸어서 갯바위, 방파제에서 낚시할 땐 착용 의무가 없다. ‘낚시어선을 타고 갯바위에 내려 낚시할 땐’ 지자체마다 달라서 의무인 곳도, 아닌 곳도 있는데, 최근 사고 예방을 위해 의무화하는 곳이 늘고 있다. 바다에선 너울성 파도나 발을 헛디뎌 물에 빠질 위험이 있으니 어디서든 구명조끼 착용을 권고드린다.
여객선으로 여행하거나, 태종대 유선을 타고 객실과 갑판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사람들. ‘여객선, 유선에 승선할 땐’ 구명 조끼 착용 의무는 없다. 대신 비상시 승객들이 착용할 수 있도록 구명조끼를 선내에 비치하고 있다. 단, 유선은 안전 운항을 위해 필요한 경우나 소형유선(총톤수 5t 미만 선박 중 관할 관청이 지정하는 선박)은 승선한 모든 사람이 구명조끼를 입어야 한다.
구명조끼를 언제 입어야 하는지 살펴보았다. 의무로 규정된 경우도 있지만, 의무가 아닌 상황이라도 안전을 위해 착용을 권고 드린다. 낚시어선, 수상레저사업 등 대부분 구명조끼를 제공하거나 비치하고 착용 여부도 안내하고 있어, 개인이 구명조끼를 구입할 일은 거의 없다. 참고로 해양경찰 파출소에서 구명조끼를 무료로 빌려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으니, 미처 준비하지 못했다면 해양경찰 파출소를 방문하는 것도 좋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올 여름 많은 분들이 바다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이때 나의 안전을 지켜주는 것만큼 믿음직하고 고마운 것이 있을까? 아차 하는 순간 일어나는 사고! 그 순간 바다의 119, 해양경찰이 슈퍼맨처럼 나타나 구조해줄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주시라. 자연스레 안전벨트를 매고 안전모와 안전로프를 착용하듯, 바다에선 구명조끼를 입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