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거래소’ 설립 초읽기… 한국거래소 67년 독점 깨진다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한국거래소 서울 여의도 사옥. 부산일보DB

한국거래소와 경쟁할 국내 최초의 대체거래소(ATS) 설립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지난 수년간 대체거래소 설립을 준비해온 금융투자협회와 증권사들이 지분 구조 등에 대한 논의를 마치고 중소형 증권사들이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출범이 탄력을 받는 분위기다.

지역 상공계에서는 한국거래소와 마찬가지로 대체거래소도 본사를 부산에 둬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금투협·7개 증권사 지분 논의 마쳐
중소형 증권사 30곳도 참여 의사
빠르면 내년 말 설립 인가될 듯
최대 20% 시장 점유, 경쟁 구도로

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금융투자협회와 7개 증권사로 구성된 ‘ATS설립준비위원회’는 최근 중소형 증권사 30여 곳으로부터 ATS에 참여할 의사가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앞서 2019년 금융투자협회와 KB증권,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은 ATS설립위를 꾸리고 관련 논의를 시작했다.

중소형 증권사들의 움직임에 따라 ATS에 참여하는 증권사는 기존 7곳에서 30곳 이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이 경우 대체거래소의 규모는 한국거래소와 맞먹게 된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거래소의 지분은 증권사 등 34곳과 자기주식(3.80%)으로 구성돼 있다.

ATS설립위에 소속된 증권사들과 금융투자협회의 지분은 각각 8∼10% 수준으로 결정됐다.

중소형 증권사들의 지분은 3% 정도로 알려졌으나, 향후 참여가 결정되는 증권사 수에 따라 변동될 전망이다. ATS설립위가 당초 설정한 ATS 설립 목표 시기는 내년 말이지만, 추후 단계들에 드는 시간에 따라 순연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금융투자협회는 올해 안에 예비 인가를 신청할 방침이지만, 아직 계획 논의가 마무리되지 않아 상반기나 3분기 이내에 신청하기는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일반적인 증권사에 대한 예비 인가는 6개월∼1년가량 걸리는데, ATS는 국내에 선례가 없는 만큼 어느 정도의 기간이 소요될지 미지수다.

대체거래소 설립으로 67년간 이어져 온 한국거래소의 독점 체제가 막을 내리고 시장 질서 재편이 이뤄질지 관심이 쏠린다. 한국거래소는 전신인 대한증권거래소가 1956년 개설된 이후 독점적 시장 지위를 유지해왔다.

대체거래소 설립은 2013년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그 근거가 마련된 뒤에도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으나 코로나19 이후 증시 거래대금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

그간 대체거래소 설립에 부정적이었던 한국거래소도 최근에는 ‘반대할 시기는 지났다’며 긍정적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대체거래소 설립이 가능해진 만큼 타 거래소와 경쟁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서학 개미들이 해외 거래소에 상당 규모로 직접 투자를 하고 있고, 외국인들도 국내 시장에 참가하고 있어서 (한국거래소는) 이미 해외 거래소와 직접적인 경쟁 환경에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자본시장법상 대체거래소의 거래량 한도는 시장 전체로는 15%, 개별 종목은 30%까지로 제한된다.

대체거래소가 정착하고 나면 15∼20%까지 시장점유율을 확보할 것이란 시각도 있는데, 이 경우 한국거래소는 일정 부분 수익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주환 선임기자 jhwan@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