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하락에 ‘역머니무브’ 심화… 증시 주변자금 ‘썰물’
연초 대비 35조 원 이상 줄어
코스피 연초 대비 18% 하락
‘빚투’ 개인투자자 이탈 가속
예금 등 안전자산 선호 영향
2일 코스피는 12.63p(0.52%) 내린 2439.62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은 3.27p(0.40%) 내린 804.34, 원·달러 환율은 0.7원 오른 1304.7원으로 마감했다. 연합뉴스
국내 증시가 올해 들어 급락세를 거듭하며 지난 2년여간 지속된 ‘동학개미운동’도 시들해지고 있다. 미국 등 주요국의 통화정책 정상화와 글로벌 경제 침체 우려가 지속되는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특히 한국은행의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으로 예금금리가 오르자 증시에서 눈을 돌리는 개인 투자자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점도 영향을 끼쳤다. 최근 금융시장에서는 주식 등 위험자산을 매도하고 예·적금으로 눈을 돌리는 이른바 ‘역머니무브’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증시 주변자금은 164조 8900억 원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초(169조 3000억 원)와 비교해 한 달 새 4조 4000억 원이 감소했다. 지난 1월 17일(200조 4700억 원)과 비교해서는 무려 35조 5800억 원이나 줄어든 규모다.
이는 지난달 국내 증시가 일부 회복세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개인 투자자들의 이탈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기준금리 인상 기조 속에서 빚내서 투자할 수 있는 이른바 ‘빚투 시대’가 막을 내린 데다, 주가가 또 다시 급락할 것이란 시장의 우려가 커지며 개인 투자자들이 시장을 떠나고 있는 것이다.
증시 주변자금은 투자자 예탁금, 파생상품거래 예수금, 환매조건부채권(RP), 신용거래융자 잔고, 위탁매매 미수금 등을 합친 것이다. 통상 이들은 투자 기회를 엿보며 증시 주변을 맴도는 자금으로 분류된다.
지난 1월 17일 200조 4700억 원으로 올해 최대를 기록한 증시 주변자금은 이후 180조 원대 수준에서 움직이다 지난달 19일 올해 최저치인 163조 9100억 원까지 내려 앉았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는 17.9%나 하락했다.
강(强) 달러 현상이 지속되는 점도 국내 투자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말 1188.8원을 기록했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15일 1326.7원까지 치솟았다. 증권가에서는 코스피가 최근 단기적으로 반등에는 성공했지만, 추세적인 상승 반전을 이뤄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전 세계에서 경기 침체 우려가 갈수록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기술적 침체 국면에 접어든 상태다.
유승민 삼성증권 글로벌투자전략팀장은 “기업실적 하향 국면에서 한 차례 더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을 주의해야 한다”며 “주식시장은 아직 회색지대에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올해 하반기 주식 등 위험자산에서 은행 예·적금 등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쏠리는 ‘역머니무브’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전월 대비 27조 3532억 원 늘어난 712조 4491억 원을 기록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