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불평등 줄이는 커피 한 잔의 ‘가치 소비’에 주목하라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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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커피도시 부산] 5. 글로벌 커피도시 되려면

스페셜티 커피 1잔에 담긴 철학
MZ세대 소비 문화와도 맞닿아
스토리텔링 만들어 산업 키워야
한국 첫 커피 전문점 낳은 부산
세계적 바리스타 배출해 전성기
세계 커피 대회·박람회 열어야

지난해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커피쇼’. 부산일보DB 지난해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커피쇼’. 부산일보DB

스페셜티 커피 한 잔에 담긴 투명성, 추적가능성, 지속가능성은 ‘가치 소비’로 이어진다. 커피 생산국과 소비국의 불균형은 이 ‘가치 소비’를 통해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MZ세대의 소비 문화와도 맞닿아 있다. 전문가들은 부산이 지속가능한 커피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가치 소비’ 문화를 확산하고, 부산을 한국 한정이 아닌 세계적인 커피도시로 인식시키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가치 소비와 걷기 좋은 커피도시

커피 생산 지역인 아프리카와 중남미 ‘커피 벨트’에서 생산한 커피가 부산 소비자에게 오기까지 과정은 만만하지 않다. 커피 모종을 심고 첫 수확을 하기까지 최소 3년이 걸린다. 다행히 병충해를 입지 않고 살아남은 커피나무에서 잘 익은 커피 열매를 손으로 하나하나 딴다.

이후 커피 열매는 한 달 이상의 가공과 건조 과정을 거쳐, 건식 제분소(드라이 밀)로 보내진다. 탈곡한 생두는 현지 수출업자를 통해 커피 소비국으로 수입되고, 소비국에 도착한 생두는 커피를 볶는 로스팅 과정을 거쳐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다.


2019년 ‘영도 커피 페스티벌’. 부산일보DB 2019년 ‘영도 커피 페스티벌’. 부산일보DB

2019년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 전주연 바리스타(모모스커피 대표)는 “스페셜티 커피 자체가 MZ세대 소비 문화와 잘 맞는다”며 “커피 한 잔의 소비를 통해 커피 생산국과 소비국의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가치가 담겨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고 전했다.

커피 생산국의 이야기를 발굴하고 확산하는 과정을 통해 커피 생산국과 소비국의 위계와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작은 출발점이 된다는 지적이다. ‘제3의 물결’인 스페셜티 커피 문화가 시작된 북미와 유럽에서도 이 같은 스토리텔링을 통해 소비자에게 스페셜티 커피의 가치를 알리고 산업으로 발전시켜 왔다.

세계적으로 커피도시로 꼽히는 도시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바다를 끼고 있는 항구도시고 ‘걷기 좋은’ 보행자 친화적인 도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포틀랜드, 스타벅스를 낳은 시애틀, 호주 멜버른이 그렇다. 한국 생두 수입 물량의 약 95%가 부산을 통해서 수입된다. 부산은 커피 수입의 관문인 항구도시로 첫 번째 조건은 갖추었다. 하지만 ‘걷기 좋은’ 도시가 되려면 갈 길이 멀다.

부산이 커피 수입의 관문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 많다. 2022 월드 컵 테이스터스 챔피언 문헌관 바리스타(먼스커피 대표)는 “생두 판매 업체 대부분이 서울·경기지역에 몰려 있어 부산에서 생두를 받아 수도권에 올라갔다 다시 선별 포장 후 부산으로 내려온다”며 “생두 kg당 500~700원의 추가 물류비용이 든다. 이 같은 이중 물류 비용 해소를 위해 부산시가 보세창고를 공동으로 쓸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면 좋겠다”고 전했다.


2017년 ‘제1회 전포카페거리 커피축제’. 부산일보DB 2017년 ‘제1회 전포카페거리 커피축제’. 부산일보DB

■세계적 인식 확산 필수

한국 스페셜티 커피 산업 1세대로 불리는 대구 커피명가 안명규 대표는 부산이 다시 커피로 전성기를 맞고 있다고 평가했다. 안 대표는 “1980년대 말 등장한 ‘가비방’은 최초의 현대적 커피 전문점이자 직영점을 지역 내에 확산한 사례로 현대 카페 문화가 정착하는 밑거름이 됐다”면서 “부산은 과거 커피 문화를 선점했던 모델이 있었고 이후 세계 커피대회 우승으로 잠재력을 터뜨렸다”고 말했다.

과거의 커피 문화 기반이 최근 스페셜티 커피 산업 확산과 결합하면서 부산이 커피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바탕이 됐다는 설명이다.

안 대표는 “커피도시를 칭하는 도시는 부산 외에도 강릉 등 다양하다”며 “국제적으로 부산을 커피도시로 각인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부산 블랙업커피 김명식 대표는 “현재 지역성이 강한 부산진구와 영도구의 커피축제를 세계적으로 키워야 한다”며 “세계 유명 커피 챔피언이나 커피 산지 생산자를 축제에 초청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부산이 커피도시라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부산이 국제적으로 커피도시로 인식이 되면 앞으로 부산이 커피 원두를 역수출하는 거점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고 덧붙였다.

세계적인 커피 대회 유치와 글로벌 커피 박람회 개최의 중요성도 크다. 비영리 단체인 스페셜티커피협회(SCA) 한국챕터 정연정 매니저는 “세계의 커피인을 부산으로 불러올 수 있는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 대회 유치와 커피 박람회 개최는 부산을 커피도시로 알릴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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