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중보다 낫긴 한데” “당사자는 쏙 빼놓고”… 기대 반 우려 반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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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사회·노동계 등 반응

거제시·연관 업계, 대체로 ‘환영’
노동계, 매각 결정은 수용 분위기
이해당사자인 노조 배제엔 비판
“공론화 통해 최적 방안 찾아야”

대우조선해양 새 주인으로 한화그룹이 낙점되면서 사업장이 있는 경남 거제가 들썩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 17일 열린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열린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진수식. 대우조선해양 제공 대우조선해양 새 주인으로 한화그룹이 낙점되면서 사업장이 있는 경남 거제가 들썩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 17일 열린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열린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진수식. 대우조선해양 제공

대우조선해양 유력 인수 후보로 한화그룹이 낙점됐다는 소식에 사업장이 있는 경남 거제와 노동계, 연관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20년 만에 주인 없는 설움을 떨쳐내게 됐다는 안도감과 함께 매각이 현실화할 때 뒤따를 후폭풍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현대중공업과의 인수 합병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던 것과는 달리 이번엔 대체로 수긍하는 분위기다. 최근 상선·특수선 분리, 해외 매각설이 고개를 든 상황에 ‘통매각’이 가능한 한화가 가장 현실적 선택이기 때문이다. 한편에선 더는 시간 끌지 말고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분리 매각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던 박종우 거제시장은 “대우조선의 기업가치를 올바로 담아내고 경영 정상화와 발전을 담보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주인 찾기를 기대한다”면서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박 시장은 “남은 매각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길 기대한다”면서 “시민과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 사안인 만큼 필요한 사항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조선산업은 수많은 노동자의 피와 땀으로 일군 국가기간산업”이라며 “오랜 침체기를 지나 조금씩 기지개를 켜는 상황에 또다시 혼란이 가중되지 않도록 노동자 고용을 보장하고, 경남·부산 지역 전후방산업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계도 일단 매각 결정을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동종업계인 현대중공업에 흡수되면 중복되는 사업 분야가 많아 대규모 인적·물적 구조조정이 불가피하지만, 한화라면 이런 걱정은 덜 수 있어서다. 게다가 조 단위 공적 자금이 투입돼 가뜩이나 여론이 안 좋은 상황에 명분 없는 반대는 자칫 떼쓰기로 비쳐 반감만 키울 수 있다. 다만 매각 대상자 선정 과정에 직접 이해당사자인 노조가 배제된 데 대해서는 일부 볼멘소리도 나온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산업은행의 매각 발표 직후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당사자 참여 없는 일방적인 밀실, 특혜매각에 분노한다”고 언성을 높였다. 노조는 그동안 매각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하면서도 △동종사 매각 반대 △해외 매각 반대 △분리매각 반대 △투기자본 참여 반대 △당사자 참여 보장 등 매각 5대 방침을 고수해 왔다. 노조는 “대우조선 매각은 조선 산업 전체에 미치는 영향과 2만여 구성원의 생존권, 경남지역 경제를 고려해 노조와 사전 논의를 거쳐야 한다는 의견을 여러 경로를 통해 전달해 왔다”면서 “그런데도 한마디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대우조선 매각을 단순히 어느 재벌에 넘길 것이냐의 문제로 접근한다면 한국 조선 산업은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한다”며 “재무적 측면만 생각하고 빨리 넘기면 된다는 생각은 아주 위험한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매각 진행 내용을 당사자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노조가 참여한 가운데 진행할 것을 요구한다”며 “산업은행이 이대로 매각을 진행한다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물리력을 동원해 전면 투쟁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매각 발표가 임박했다는 소식에 반짝 긴장했던 중소 기자재 업계는 내심 안도하고 있다. 한화라면 나쁠 게 없다는 판단에서다. 대우조선 사외 협력사 관계자는 “조선업 경험이나 인프라가 없는 한화가 새 주인이 되면 최소한 현상 유지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우리로선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귀띔했다.

시민사회는 속도감 있는 매각 진행을 주문했다. 최선의 선택지가 나온 마당에 불필요한 논쟁으로 시간을 허비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어영부영하다 이번 기회마저 놓치면 정말 답이 없다. 노사 모두 대승적 차원에서 현명하게 대처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반면 돌 다리도 두드려 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만만찮다. 정부와 전문가, 기업은 물론 노동자, 시민이 참여하는 공론화 과정을 통해 최적의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변광용 더불어민주당 거제시지역위원장은 “시작 단계부터 현장 당사자가 함께해 투명하게 매각 절차가 진행돼야 한다”면서 “제대로 된 주인이 정해진 이후 절차를 서둘러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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