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은 이강인 불렀고, 벤투는 끝내 부르지 않았다
손 “강인이만 안 뛴 것 아니다”
이 “아쉽지만 좋은 모습 보일 것”
2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카메룬과의 경기가 끝난 뒤 이강인이 다소 어두운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연합뉴스
올 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라리가)에서 1골 3도움으로 활약 중인 이강인(21)이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의 ‘베스트 11’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강인은 1년 6개월 만에 대표팀에 소집돼 A매치 출전 기회를 잡았지만, 두 경기 연속으로 벤투 감독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2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카메룬과의 평가전에서 1-0으로 승리했다. 대표팀은 전반 35분 손흥민의 결승 헤딩 골로 카메룬을 꺾었다.
이날 경기에서 국내 축구 팬들은 앞선 코스타리카전에서 결장한 이강인의 출전에 큰 관심을 기울였다. 이강인은 최근 라리가에서 도움 1위(3개)에 오르며 절정의 실력을 선보이고 있어 대표팀에서도 활약이 기대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이강인을 단 1분도 기용하지 않았다. 이강인은 선발에서 제외된 뒤 후반부터 몸을 풀었지만, 벤투 감독은 5명을 교체하는 과정에 이강인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후반 중반이 넘어가면서 대표팀의 공격·수비 모두 긴장감이 낮아지며 느슨한 경기가 펼쳐지자 서울월드컵경기장을 메운 팬들은 ‘이강인’을 연호했다. 하지만 이강인은 잔디를 밟을 수 없었다.
벤투 감독이 이강인을 과감하게 투입하지 못한 것은 이강인을 투입할 만한 여유가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대표팀은 코스타리카전에서는 후반 41분 손흥민의 동점 골이 나오기 전까지 1-2로 끌려가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벤투 감독으로서는 경기 패배를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카메룬 전에서도 한국 대표팀은 손흥민의 선제골 이후에도 경기를 주도하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경기를 뒤질 때나 박빙의 순간, 이강인의 ‘조커’로서의 가치를 실험해 볼 필요가 있었다. 유럽 빅리그인 라리가에서 창의적인 패스와 탈압박 능력을 인정받는 이강인을 끝내 외면한 벤투 감독에 비판이 따를 수밖에 없는 결정이었다. 결국 벤투 감독의 전략 구상에는 이강인의 자리가 없는 것으로 풀이된다.
손흥민은 경기가 끝난 뒤 이강인을 향한 위로와 우려를 동시에 전했다. 손흥민은 “많은 팬들이 강인이를 보고 싶어 하셨을 거고, 나도 축구 팬으로서 강인이가 경기하는 것을 보고 싶다”면서도 “강인이만 경기를 뛰지 않은 것은 아니며, K리그에서 잘하는 선수들도 못 뛰게 돼 실망했을 것”이라고 소신 있게 발언했다.
이강인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경기에 나서지 못해 아쉽지만, 언젠가는 팬분들 앞에서 꼭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시기가 있을 거로 믿는다”며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