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 서소문 역사박물관·옹청 박물관에 ‘해인도’ 즉각 철거 요청
해인도, 불교 정체성과 사상 압축한 불교와 화엄 10찰 해인사 상징
이들 박물관, 이 작품 몇 년 전부터 영구 전시목적 전시 똑같은 작품 로마도 전시
대한불교조계종 법보종찰 해인사가 서소문 역사박물관과 웅청박물관 등을 상대로 ‘일어나라 비추어라’의 전시작 나전 칠화를 철거할 것을 요청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14일 해인사에 따르면 서울 중구와 경기도 여주시에 위치한 서소문 역사박물관과 옹청박물관이 작품 ‘일어나라 비추어라’ 나전 칠화를 전시하고 있다. 이들 박물관은 안내문에서 이 작품은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방문과 한국 순례자 124위 시복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했다는 것이다. 이들 박물관은 이 작품을 몇 년 전부터 영구전시 목적으로 전시하고 있다. 또한 똑같은 작품이 로마에서도 전시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해인사는 이 작품은 해인도(화엄 법계도)라고 밝혔다. 특히 해인도는 신라 의상대사가 668년 중국 유학 당시 화엄경을 연구해 경전의 방대한 뜻을 요약하고 게송(偈頌, 외우기 쉽게 지어 부처의 공덕을 찬미한 노래)으로 지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인사 관계자는 “해인도는 화엄경의 근본 사상과 깨달음의 과정을 7언 30구 210자로 구성한 도안이다”며 “불교의 정체성과 사상을 압축한 불교와 화엄 10찰인 해인사의 상징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해인사는 해인도를 2006년 특허청에 상표등록까지 완료했다. 해인도의 가치를 온전히 보존하고 전승하면서 해인도의 가치를 손상시키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해인사는 이러한 해인도를 천주교가 그들 목적에 맞게 무단으로 변형해 사용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해인도가 대형으로 표현돼 버젓이 천주교의 목적에 사용된다는 것은 해인사로서는 용인할 수가 없다고 경고했다.
해인사는 “전시 작품에 사용된 해인도에 대해 ‘강강술래를 하는 하늘나라 잔치를 형상화했다’고 이들은 강변한다”며 “사실을 진솔하게 인정해 전시작품을 철거하고 해인사에 정중한 사과를 함으로써 종교 간 화합의 길, 국민화합의 길로 가 주실 것”을 당부했다.
또한 서소문 역사박물관 위탁 관리청인 서울시와 중구청, 천주교 서울대교구에 대해 책임 있는 답을 해줄 것을 요구했다. 해인사는 이와 함께 서소문 역사박물관과 옹청 박물관에 전시 작품 ‘일어나 비추어라’을 즉시 철거하시기 바란다는 공문을 13일 발송했다.
해인사는 “이들 박물관 전시작품의 해인도 변형 사용은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불교의 가치를 훼손하고 있음을 인식해달라”며 “즉시 전시작품 철거를 요청하면서 오는 20일까지 조치 결과를 공문으로 회신해 줄 것”을 정중히 부탁했다.
류영신 기자 ysryu@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