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여는 시] 남향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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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길산(1960~ )

여름엔 마루도 넘지 못하게 하는 햇살을

겨울엔 방까지 들이는 남향집

집에도 마음이란 것이 있어

추운 날 내 집에 온 손님

몸을 녹이고 가라고 방까지 들인다

남자 혼자 지내는 방이 궁금한지

가만히 있지 못해 햇살은

슬금슬금 마루에서 비비적대거나

슬쩍슬쩍 장판을 쓸어보는 기척이다

몸이 다 녹았을 만도 한데

그만 일어서려는 눈치라곤 없이

있을 때까지 있어보자는 심산인 겨울 햇살

그러거나 말거나

이왕 내 집에 들인 손님

있을 때까지 있어보라는 심산인 남향집

- 시집 〈꽃이 지면 꽃만 슬프랴〉(2019) 중에서


집을 짓거나 이사를 가거나 할 때 남향집을 선호하는 이유는 여름엔 태양의 고도가 높아져 햇살이 방으로 얕게 들어 시원하고 겨울엔 태양의 고도가 낮아져 햇살이 방 안까지 깊게 들어 따뜻하기 때문이다. 시인은 아마도 마루가 딸린 남향집에 살고 있나 보다. 혼자 사니 햇살도 손님처럼 맞고 떠나보낸다. 햇살은 눈치라곤 없이 방 안까지 들어와 있고 그러거나 말거나 ‘이왕 내 집에 들인 손님 있을 때까지 있어보라는 심산’을 품은 채 남향집은 가만히 있다. 요즘은 하루가 다르게 가을이 깊어 가는지 아침엔 제법 쌀쌀하다. 거리엔 벌써 겨울 패딩도 보인다. 올겨울엔 모두가 따뜻하게 겨울을 나기를. 성윤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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