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여행-체코 프라하…마법 같고, 동화 같은 신비한 매력 흐르는 ‘선홍빛 도시’

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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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시가지 광장, 카렐교 등 프라하 곳곳 사람 붐벼
오래된 저택 선홍색으로 화려하게 빛나 ‘황홀’
첨탑 도시 뒤덮어 ‘백탑의 도시’ 별명도
중세 모습 거의 원형 그대로 보존 ‘눈길’
레논 벽, 승리의 성모 마리아 교회 등 갈 곳 넘쳐

카렐다리에서 바라본 프라하성 풍경. 카렐다리에서 바라본 프라하성 풍경.

올 3월 ‘준 투어’ 손준호 대표에게서 연락이 왔다. ‘10월에 체코~오스트리아~헝가리로 여행을 떠날 예정인데 같이 가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여행 기자지만, 올해 봄 괌에 다녀온 걸 빼고는 코로나 상황 때문에 지난 몇 년간 제대로 외국 여행을 가지 못했다. 7개월을 기다린 끝에 여행이 시작됐다. 현지를 다니면서 직접 보고 경험한 동유럽 여행을 두 차례로 나눠 소개한다.


■4번의 충격

처음부터 예상 밖의 일이 벌어졌다. 인원이 적어 취소될지도 모른다고 걱정했던 인천공항 직행 리무진버스가 만원이었다. 버스에는 벌써 10여 명이 타고 있었고, 도시철도 동래역에서 탑승한 승객만 20명을 넘었다. 두 번째 놀라운 일은 인천공항에서 출발해 폴란드 바르샤바로 향하는 폴란드항공 비행기에서 일어났다. 부산에서 올라온 리무진버스처럼 폴란드항공도 거의 만원이다. 비즈니스석 일부만 빈 자리가 보인다. 탑승객 대부분이 한국인이다. 한국인 중에서도 다수는 20~30대 젊은 사람들이었다.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체코 프라하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4시였다. 비행기 환승을 위해 바르샤바공항에 내렸는데 뭔가 어색하다. 마스크를 쓴 사람은 한국인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한국인인지 아닌지를 구분하는 방법은 마스크였다. 폴란드항공 비행기에서 승무원과 일부 외국인 승객이 마스크를 쓰지 않아 이상했는데, 알고 보니 유럽에서는 실내라도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착용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었다.

프라하성에서 내려다본 프라하 시내 전경. 프라하성에서 내려다본 프라하 시내 전경.

네 번째 놀라운 장면은 프라하 도착 다음 날 아침 프라하 관광의 중심지인 구시가지 광장에 갔을 때였다. 그야말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이 붐볐다. 광장만 그런 게 아니었다. 프라하의 랜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카렐다리와 프라하성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허풍을 살짝 보태면 카렐다리는 바늘 하나 꽂을 틈도 없어 보였다.

프라하를 돌아다니는 관광객은 대부분 유럽인이었다. 들리는 언어로 유추해 보니 독일인, 영국인, 스페인인, 이탈리아인인 듯하다. 4년 전인 2018년 2월 프라하에 왔을 때 가는 곳마다 보였던 중국인, 한국인은 소수였다. 유럽인의 ‘내륙 여행’이 폭증해 유럽 여러 도시의 호텔 숙박비가 크게 올랐다는 말이 이해되는 상황이었다. 프라하 곳곳에는 경찰이 많이 배치돼 있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외국인 관광객이 안전하다고 느끼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프라하 여행 첫날부터 ‘돈’ 때문에 애로가 적지 않았다. 물가가 코로나 이전보다 많이 올랐기 때문이었다. 음식값은 물론 각종 입장료 가격도 만만치 않았다. 항공요금까지 크게 올라 여행객들은 부담이 아닐 수 없었다. 한 유럽 항공사의 경우 한국에서 유럽으로 오는 항공권 일반석 가격이 250만 원에 이른다고 한다. 코로나19 이전에는 가끔 비즈니스석도 살 수 있는 가격이다.

아름다운 정원으로 유명한 발트슈타인 궁전. 아름다운 정원으로 유명한 발트슈타인 궁전.

■아름다운 황금 도시

한 여행자의 블로그에 이런 글이 있다. ‘유럽이 도시라는 진주로 만든 목걸이라면 프라하는 진주 사이에 박힌 다이아몬드다.’ 프라하에 가면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프라하에 다녀간 유명 인사들은 프라하의 미모에 반해 ‘즐라타 프라하’ ‘크라스나 프라하’라는 별명을 붙였다. 한국어로 번역하면 ‘황금의 프라하’ ‘아름다운 프라하’라는 뜻이다. 오랜 역사를 가졌지만 중세 분위기는 거의 사라진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로마와는 완전히 다른 신비한 매력이 흐르는 곳이라는 게 몸으로 느껴졌다.

가장 먼저 프라하성으로 올라갔다. 그곳의 전망대에서 프라하 시내를 내려다보기 위해서였다. 이어 프라하성 인근의 스트라호프수도원에도 올라갔다. 두 곳에서 바라본 카렐다리와 프라하 시내는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오래 된 저택들은 선홍색으로 화려하게 빛나고, 지붕은 사람의 눈을 자극하듯 하나같이 붉은색이었다. 저녁 무렵에 주택가의 빨간 지붕 꼭대기에 달린 굴뚝에서 솟아오르는 하얀 연기는 중세 보헤미아의 음식 냄새를 담고 있었다. 바로크 양식의 교회 쿠폴라는 오래된 구리색으로 빛나고, 고딕 양식의 교회 탑과 여러 건물의 첨탑은 온 도시를 뒤덮고 있었다. 탑이 얼마나 많았던지 사람들은 이곳에 ‘백탑의 도시’라는 별명을 지어주었다. 과거 프라하 사람들은 무슨 용도로 이렇게 많은 첨탑을 만든 것일까? 그 첨탑에는 누가, 어떻게 살았을까?

프라하 관광의 랜드마크인 카렐다리를 가득 채운 관광객들. 프라하 관광의 랜드마크인 카렐다리를 가득 채운 관광객들.

프라하성에서 내려와 카렐다리로 이동했다. 다리는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이 다리를 건너지 않고 프라하를 둘러보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수많은 관광객이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다리를 건너다닐 수밖에 없다. 난간 너머로 거칠게 흐르는 블타바강 물살을 내려다보는 사람, 다리에 설치된 많은 조각 앞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 거리의 미술가가 건넨 의자에 앉아 그림의 모델이 된 사람 등 모두의 표정은 달랐다. 카렐다리 아래 캄파섬의 식당과 카페 앞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은 커피와 음식을 즐기고 있었다.

구시가지 광장은 프라하의 중심지다. 프라하 구시가지의 여러 골목이 이 광장으로 이어진다. 곳곳의 골목에서 많은 사람이 들락날락거리고 있었다. 옛 청사의 시계탑 앞에는 다양한 색깔의 깃발을 든 관광 안내원들은 외국에서 온 여행객들을 이리저리 이끌고 있었다. 광장 한가운데 얀 후스 동상 앞의 벤치에는 여행객 10여 명이 모여 샌드위치를 먹고 있었다. 동상 뒤에는 관광용 마차 차 여러 대가 손님을 기다렸다.

프라하가 외국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얻는 것은 중세의 모습을 거의 원형 그대로 잘 보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9년 프라하를 찾은 관광객이 900만 명에 이를 정도로 인기가 높아지자 사정은 달라지고 있다. 여유롭고 느긋했던 모습이 사라지고 있다.

그렇지만 프라하는 아직 아름답고 황홀하다. 굴곡의 1000년 체코 역사에 담겨 있는 은밀한 보헤미아의 신비주의를 온몸으로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판타지의 무대다. 마법 같으면서 동화 같고, 로맨틱한 영화 같으면서도 공포 영화 같은 매력을 가진 도시다. 자유를 상징하는 레논의 벽, 기적을 일으키는 아기 예수상을 모신 승리의 성모 마리아 교회,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의 추억이 서린 유대인 지구 등 갈 곳은 많고 볼 것은 넘쳐난다. 어떻게 이런 도시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프라하 블라슈스카거리의 기념품 가게. 프라하 블라슈스카거리의 기념품 가게.

유럽 입국 시 챙겨야 할 백신 접종 서류

영문으로 된 ‘코로나19 음성확인서’ 준비를

현재 유럽에 입국하려면 코로나19 접종 관련 서류를 준비해야 한다. 접종 완료 후 14~270일 이내의 백신접종증명서나 코로나19 음성확인서, 코로나19 회복증명서 등이다. 만 12세 미만이거나 24시간 이내 환승객은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

인터넷으로 ‘질병관리청 예방접종도우미’에 들어가 접종증명서에서 신청할 수 있다. 한글 증명서는 안 되고 반드시 영문 증명서를 신청해야 한다.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증명서를 여러 장 복사해 두는 것이 좋다.

그런데, 실제로 체코 프라하국제공항에 입국할 때 누구도 코로나19 관련 서류를 보여 달라고 하지 않았다. 여행사 관계자는 “유럽 대부분 나라에서 사정은 같다. 여행객에게 서류를 준비시키지만, 정작 공항에서 서류를 확인하는 곳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래도 혹시 요구하는 나라가 있을 수 있으니 코로나19 관련 서류는 준비하는 게 바람직하다.

프라하(체코)/글·사진=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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