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턴 모델’ 도입한 부산, 석 달간 부가가치 2671억 창출 [부산을 산다 부산이 산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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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지역경제 선순환의 힘

영국 쇠락 공업 도시 ‘프레스턴’
공공조달 확대로 지역경제 회복
부산시, 100여 기관과 업무협약
역내 상품 구매율 63%까지 올려
민간 참여 확대로 선순환 완성

부산시는 ‘지역상품 구매 확대 정책’을 공공조달에서 민간 부문까지 확대해 지역경제 선순환 구조를 구축한다는 목표다. 지난해 7월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2025 부산브랜드페스타’ 중 대기업·공공기관과 중소기업 간 합동 구매 상담회 현장. 부산시 제공 부산시는 ‘지역상품 구매 확대 정책’을 공공조달에서 민간 부문까지 확대해 지역경제 선순환 구조를 구축한다는 목표다. 지난해 7월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2025 부산브랜드페스타’ 중 대기업·공공기관과 중소기업 간 합동 구매 상담회 현장. 부산시 제공

부산시가 지역상품 구매 확대 정책으로 기대하는 목표는 지역경제 선순환 구조다. 공공조달을 통해 지역에 투입되는 재정이 역외로 유출되지 않고 지역 안에서 돌도록 사회적 시스템을 만들고, 더 나아가 민간도 여기에 참여시킨다는 구상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효과를 입증하고 법제화가 추진되는 곳도 있는데, 기관 책임성을 강조하는 것을 넘어 지역 자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노력도 뒤따라야 한다.

■프레스턴 모델이 거둔 승수 효과

부산시가 참고한 해외 사례는 ‘프레스턴 모델’이다. 영국 랭커셔주의 소도시 프레스턴은 2013년 지역상품 구매 확대를 위해 지역 공공기관과 대학, 병원 등이 조달 협의체를 구성해 대대적인 지역 순환 조달 전략을 실행했다. 그 결과 5년간 프레스턴의 역내 조달 비중이 5%(3830만 파운드)에서 18.2%(1억 1230만 파운드)로 늘었다. 랭커셔로 범위를 넓히면 비중은 39%(2억 8870만 파운드)에서 79.2%(4억 8870만 파운드)로 2억 파운드(약 4000억 원)가 증가했다.

프레스턴 모델의 핵심은 조달에서 지역상품을 우선 구매하자는 구호에 그친 게 아니라 지역 기관의 구매력과 고용력, 자산 등을 지역 안에서 순환시키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공공계약이 역외로 유출되는 사각지대를 확인하고, 입찰 관련 각종 문서와 절차, 납품 구조를 혁신했다. 선순환의 효과는 일자리와 주민 정신건강, 삶의 만족도로 이어졌다. 프레스턴의 실업률은 6.5%에서 3.1%로 절반이 됐고, 쇠락한 공업도시에서 영국의 ‘가장 개선된 도시’로 꼽히기에 이른다.

조달뿐 아니라 인력, 토지, 금융을 아우르는 ‘지역사회 자산 구축(커뮤니티 웰스 빌딩)’ 전략은 프레스턴을 시작으로 영국 전역으로 확대됐다. 스코틀랜드 의회는 세계 최초로 지난해 ‘커뮤니티 웰스 빌딩 법’을 발의했고, 현재 본회의 심의를 통과하고 2단계 수정을 거치고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스코틀랜드가 시범 지역으로 운영한 글래스고를 지역경제 발전 우수사례로 평가하기도 했다.

부산시도 공공계약의 역내 구매를 높여 지역기업이 경쟁력을 갖추고 양질의 일자리가 생겨나 지역경제가 활력을 되찾는 선순환을 목표로 한다. 지난해 부산 지역 전체 공공기관의 공공조달 총계약 금액 9조 6497억 원 가운데 51.9%(5조 84억 원)를 지역 외 업체가 가져갔는데, 올해 지역업체 수주 비율을 70%까지 높이면 2조 원 규모의 추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추산이다.

■공공기관의 책임과 공급망 재구성

부산시는 지난 2월 100여 개 기관과 업무협약식을 갖고 상생 연대를 공식 선언했다. 이어 전국 최초로 공공계약 모니터링 시스템을 개발해 기관별 지역 구매 비율을 실시간으로 집계하고, 부산시 홈페이지에서도 기관별 순위와 유출 품목, 업체 정보를 제공한다. 대형공사와 IT 용역 등 주요 유출 분야에서 지역업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입찰 제도와 구매 관행 개선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지역업계는 부산시 정책이 조달에서 공공기관의 사회적 책임성을 강화하는 변화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오는 12일 지역 구매가 특히 저조한 IT 용역 입찰과 관련해 지역 업체들과 간담회를 갖기로 한 것은 공공기관과 지역업체의 간극을 줄이는 첫발이 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민간 영역으로 지역 구매를 확대하고, 지역기업의 경쟁력을 키워 지역 공급망을 재설계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부산시는 연간 5525억 원 규모 민간보조금·위탁금에도 ‘지역업체 우선 구매’ 조건을 결부하고, 대기업까지 참여하는 합동 구매 상담회와 중소기업·상공인의 제품을 소개하는 부산브랜드페스타 등을 통해 지역기업 살리기에 나선다. 모듈러교실과 특수선박 등 지역에 없는 물품의 경우 제조 기반 유치도 검토할 계획이다.

실제로 부산시가 지역상품 구매 확대를 핵심 경제 정책으로 선포한 이후 올해 들어 지난 3월 24일까지 조달청 데이터 기준 부산 전체 역내 구매 비율은 63%로 2년 전 같은 기간보다 21.5%포인트 상승했다. 시 분석에 따르면 2671억 원의 추가 부가가치와 3775명의 추가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과다. 부산시 김봉철 디지털 경제실장은 “초기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적극적인 지역상품 구매 확대 정책과 데이터 기반의 과학적인 관리를 계속해 올해 지역상품 계약률 목표 70%를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부산경실련 이보름 팀장은 “지역 공공기관들이 지역경제 선순환에 기여할 수 있도록 지역업체 구매율을 기관 평가의 실질적인 핵심 지표로 격상하고, 지역상품 구매가 지역기업을 살리고 일자리를 살리는 ‘가치 소비’라는 인식을 더욱 확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끝-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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