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접면·케이블 제작 기술 국내 최고 자부… 북미 시장 도전장
[부산의 미래, 혁신강소기업] (주)일흥
용접면, 한국 최초 KS 인증 받아
케이블 제품, 매출 70% 차지
용접기자재까지 사업 영역 확장
퓸 집진시스템 등 R&D로 탄생
중국·중동·동남아로 본격 수출
이지현 (주)일흥 대표가 부산 강서구 녹산산업단지 내 본사에서 주력 제품인 용접면과 케이블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부산 강서구 녹산산업단지에 위치한 (주)일흥 본사의 분위기는 남달랐다. 제조 회사 특유의 조용하고 가라앉은 분위기와 달리 직원들이 활기차게 주고받는 대화와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크리에이티브 챌린지'(창의적인 도전)를 슬로건으로 둔 회사답게 수직적이기보다는 누구나 자유롭게 말하고 도전할 수 있는 분위기를 장려한다. 이지현(45) 대표는 창업주 고(故) 이건구 회장에 이은 2세 대표로 일흥을 활기차게 이끌고 있다.
■생각의 틀 깬 기술 자부심
일흥은 1976년 부산 서면 공구 거리에서 일흥기업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했다. 이듬해인 1977년 ‘발카나이즈드 화이바 용접면’(일반 용접면)을 출시한 이후, 케이블, 용접면, 용접기자재를 전문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용접면은 용접 작업을 할 때 작업자 얼굴에 튀는 불꽃을 막기 위해 쓰는 안전용품이다. 용접이 일상인 조선소, 자동차 제조 공장을 비롯해 쓰임새가 다양하다. 당시 용접면 제품은 이음새 부분이 전기 절연이 되지 않아 위험했는데, 일흥이 만든 용접면은 이음새 없이 성형만으로 일체화된 몸체를 만들었다. 이 용접면은 한국에서 이 분야 처음으로 KS(한국산업표준) 인증을 받으면서 제품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이 대표는 “창업주인 아버지께서 창업 당시부터 기술에 대한 강조가 대단했다”며 “용접면에서 출발해서 용접기자재로 영역을 확장했고, 지금은 용접기에 연결하는 케이블 제품이 매출의 70%를 차지할 정도가 됐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나온 제품은 모두 현장의 불편함을 개선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일흥이 생산하는 ‘싱글 케이블’의 경우도 조선소 작업장 환경에 최적화된 제품이다. 용접기에 연결하는 케이블 하나에 전력선, 가스선, 컨트롤선을 모두 넣었다. 이 대표는 “조선소 야드가 넓다 보니 선이 길어질 수밖에 없고 그에 따른 손상이나 안전 문제가 있었는데 3가지 선을 하나의 케이블에 넣으면서 안전과 수명을 다 잡았다”고 전했다.
아직 한국을 제외한 해외 조선소에서는 아직도 각각의 선을 따로 쓰고 있어서 일흥은 세계 진출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그는 “현재 중국, 중동, 동남아 일부에 수출하고 있고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북미 시장 진출을 위해 뛰고 있다”고 밝혔다.
■R&D로 탄생한 신제품 큰 호응
2000년 회사에 입사한 이 대표는 창업주가 세상을 떠난 이후 2016년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2001년 녹산산업단지로 본사와 공장을 이전하고 회사가 성장하던 즈음에 입사했다. 조선소와 일을 하다 보니 조선 경기에 따라 회사의 매출도 달라지는 경험도 했다. 다시 조선업이 호황을 맞이하면서 실적이 좋아지고 있지만,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제품 개발에 주력해 속속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그는 “‘퓸(fume·가스·매연)집진시스템’은 회장님이 살아계실 때부터 관심을 갖고 고민했던 제품”이라면서 “용접할 때 발생하는 중금속을 포함한 연기를 빨아들이는 시스템으로 20년 전에는 수요가 별로 없어 개발이 보류됐다가 대표 취임 이후 다시 관심을 가지고 개발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토치라는 용접 기구에서 발생하는 퓸을 집진하는 방식의 제품이다. 대부분의 공장에는 덕트 시설이 설치돼있지만, 중금속 연기는 무거워서 가라앉아 용접사가 다 마시게 되는 단점이 있었다. 이를 보완해 근원지에서 퓸을 빨아들이는 장점이 있다. 또 작업장을 옮겼을 때 재설치가 필요한 덕트 시설에 비해 쉽게 이동이 가능하고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이 대표는 “국내에서는 우리 회사가 독자적으로 투자해서 개발한 제품으로 특히 로봇 작업장의 만족도가 높다. 앞으로 더욱 수요가 늘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웰딩호스 생산에도 나섰다. 웰딩호스는 용접할 때 필요한 보호 가스를 넣어주는 호스로 열과 압력을 견뎌야 한다. 한 때 조선경기가 나빠지면서 국내 생산업체가 사라지고 수입에만 의존했는데, 일흥이 유일하게 웰딩호스 생산을 재개했다.
■포스트 코로나 해외 진출 본격화
2019년 코로나19 팬데믹이 닥치기 직전에 일흥은 베트남에 사무소를 냈다. 이 대표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별다른 활동은 못 했지만 이번에 베트남을 다시 방문했을 때 성장하는 시장이라는 사실을 피부로 느꼈다”며 “한국 기업이 많이 진출해 있어서 기본적으로 한국 제품의 수요가 많아서 적극적 영업 기지로 삼아야겠다고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조인트 벤처 형태로 베트남 현지에서 판로를 확보하고 본격적인 수출에 나설 예정이다. 이미 2010년 수출 100만불 탑을 수상했을 정도로 예전부터 수출에 적극적이었지만, 앞으로 더욱 수출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다음 달에는 팬데믹으로 연기했던 캐나다 사무소도 개소할 예정이다. 그는 “싱글 케이블 완성 기술을 가진 곳이 아직 한국밖에 없고 용접 작업에 편리한 ‘플렉시블 토치 바디’(유연하게 각도를 바꿔 다양한 자세로 용접을 할 수 있는 제품)같은 제품을 아직 접한 적이 없는 해외에 소개하면 충분히 수출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일흥은 이런 기술 개발과 성장성을 인정받아 2019년 부산 지역스타기업(Pre-챔프)에 선정됐고, 올해 매출 120억 원을 바라보는 회사로 성장했다. 그는 “일흥의 경영 이념은 이곳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과 더불어 번영하자이다. 가격 경쟁력도 중요하지만 기술 개발에 매진해 세계가 찾는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공동 기획=부산테크노파크·부산일보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