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와중에 심폐소생술 피해자 외모평가… 참사 비웃는 2차 가해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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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넘은 유언비어·혐오

참사 원인 둘러싸고 억측 쏟아져
온라인엔 희생자 겨냥 혐오 글도
모욕죄·명예훼손죄 적용될 수도

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데이 사고 추모공간을 찾은 시민들이 슬퍼하고 있다. 연합뉴스 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데이 사고 추모공간을 찾은 시민들이 슬퍼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추모 물결 속에서도 희생자에 대한 혐오성 글이나 사고 원인과 관련한 유언비어가 무분별하게 확산하고 있다. 경찰은 온라인에 게재된 명예훼손 게시물에 대해 엄정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1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이태원 참사 원인 등에 관한 유언비어성 게시글들이 확인된다. 특히 이번 참사의 원인을 두고 마약, 가스 누출 등의 억측이 쏟아졌다. 한 유튜브 이용자는 “산타 복장의 외국인이 막대사탕을 여자들에게 나눠줬다고 한다”면서 “여자들이 막대사탕을 먹고 구토하며 쓰러지고, 연쇄적으로 (사람들이)쓰러졌다는 목격자 진술이 있다”고 댓글을 통해 주장했다. 또 다른 이용자도 “(희생자들이)입과 코에서 피를 토했다는 증언이 있다”며 확인되지 않은 내용의 댓글을 달았다.

트위터에서는 “한 술집에서 불이 났고 그 안에서 가스를 마시고 기절한 사람들” “달걀 썩는 가스 냄새도 엄청났다. 황화수소로 추정된다”는 등의 확인되지 않은 글들이 올라왔다가 삭제됐다. 앞서 경찰은 이번 참사와 관련해 마약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고, 소방당국 역시 가스 누출, 화재 등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희생자들을 비난·혐오하는 글도 다수 발견됐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핼러윈 참사는 당사자들의 탓’이라는 글귀가 적힌 이미지와 함께 “술과 마약, 섹스에 미쳐 온갖 변태 같은 복장으로 무질서하게 이동하다가 죽은 게 무슨 참사인지 이해가 안 간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또 다른 커뮤니티에는 “그러기에 왜 모여서 논 것이냐” “일하다가 사고로 돌아가시는 분들도 많은데 놀다가 죽은 것을 애도해야 하냐” 등의 글도 확인된다. 심지어 심폐소생술(CPR)을 위해 탈의한 상태로 누워 있는 부상자들의 사진, 영상 등이 SNS에서 무분별하게 유포되면서 이들의 외모를 평가하는 게시물도 올라왔다.

희생자를 탓하는 근거 없고 무차별적인 비난에 대해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진다. 이태원 참사로 유가족이나 사건을 지켜본 시민들이 '2차 가해'에 다시 상처를 입어 심리적 불안과 트라우마를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의사협회는 1일 성명서를 내고 "방송보도, 여과 없이 확산하는 SNS에 노출된 성인, 특히 유소년을 위한 지역사회 정신건강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면서 "대중들도 생존자와 유가족을 향한 비난과 혐오 표현은 자제하고 자극적인 뉴스를 소비하고 공유하는 행위를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달 31일 경찰은 명예훼손성 게시물에 대해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오승진 경찰청 강력범죄수사과장은 “사이버상에 악의적인 비방 글이나 신상정보를 유포한 행위에 대해 적극 수사를 검토하고 있고, 현재 6건에 대해 입건 전 조사를 진행 중”이라면서 “그런 글에 대해서는 방통위나 해당 사이트 통신업자들과 협조해서 신속히 삭제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희생자에 대한 혐오성 글들을 적는 네티즌은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선동인 변호사는 “참사 사망자에 대한 도를 넘은 비방은 모욕죄로 처벌받을 수 있고,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경우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처벌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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