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 예산 3조 원 대학에…'특별회계' 11조 원 신설해 대학 지원
최상대 기획재정부 제2차관과 장상윤 교육부 차관(오른쪽)이 15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그동안 초·중·고교 교육에 사용하던 예산 중 3조 원을 떼어 대학 일반재정지원과 지방대 육성 등 고등교육에 쓰기로 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환영 입장을 밝힌 반면,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등 초·중등 교육현장은 반발하고 나섰다.
교육부와 기획재정부는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합동브리핑을 열고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를 신설해 11조 2000억 원 규모의 고등·평생교육 재정을 확충하는 방향을 발표했다. 앞서 정부는 학생 수 감소와 4차 산업혁명 등 사회 변화에 맞춰 대학·평생교육 투자를 늘리기 위해 ‘특별회계’ 신설을 추진해 왔다.
특별회계는 약 11조 2000억 원 규모로 조성되는데, 국세분 교육세 3조 원과 일반회계 전입금 2000억 원 등이 포함된다. 국세분 교육세는 그동안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전국 시도교육청에 배분돼 사용됐던 예산인데, 유·초·중·고교 교육에 쓰일 예산 중 3조 원이 대학 지원에 쓰이는 셈이다. 이에 더해 교육부의 대학 지원사업과 고용노동부의 폴리텍대학 직접 지원사업 등 8조 원 규모의 기존 예산이 특별회계로 이관된다.
교육부는 이번 특별회계를 통해 대학의 자율적인 혁신과 지방대 육성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먼저, 연 1조 원 수준인 대학 일반재정지원을 1조 9000억 원 규모로 늘리고, 사업비를 인건비와 경상비로 일부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할 계획이다. 일반재정지원 사업을 늘려 대학이 자율적으로 교육환경을 개선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정부가 평가 결과에 따라 재정지원을 했던 ‘대학 기본역량진단’도 선 지원-후 점검 방식으로 개편하기로 했다.
지방대학이 인재 양성과 산업 활성화의 중심지 역할을 할 수 있게끔 지원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지방대가 특성화 분야를 육성할 수 있도록 연 5000억 원 규모의 지원 분야를 신설하고, 대학-지자체·지역산업·혁신기관의 협력지원사업(RIS)도 비수도권 전역으로 확대한다.
국립대학이 지역의 교육·연구·혁신 거점이 될 수 있도록 재정지원을 늘리고, 성인학습자의 직업전환·재취업 교육 체제도 마련한다. 국립대의 노후화된 교육·연구시설 개선, 실험·실습 기자재 교체·확충에 약 9000억 원을 투입한다.
교육부는 특별회계 일부를 초·중·고교 교원 양성에 쓰기로 했다. 교부금 삭감 계획에 반발해온 유·초·중등 교육현장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교원양성·연수에 3000억 원을 투입하고 교원양성 혁신기관에 대학원 수준의 교육과정 개편을 지원한다. 교사들의 인공지능(AI)과 디지털 분야 역량 강화를 위해 재교육도 지원한다. 다만, 정부의 이 같은 계획은 국회에 계류된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법’ 제정안 등 3개 법안이 처리돼야 시행할 수 있는데, 교육현장의 반발이 큰 데다 여소야대인 상황에서 법안 통과 가능성은 미지수다.
앞서 정부의 법안 추진에 반대해 올 9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구성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한 교육감 특별위원회’(교부금 교육감 특위)는 이날 정부 발표에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교부금 교육감 특위는 반대 입장문에서 “유‧초‧중등 교육에 엄청난 파급 효과를 불러올 중요한 법안을 충분한 소통 없이 졸속적으로 추진해선 안 된다”며 “재정 당국과 교육부는 법안 추진에 앞서 교육공동체인 유‧초‧중등 학부모, 교육감협의회와 적극적인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홍원화 회장은 환영 입장문을 내고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 편성을 통해 대학 등에 대한 전략적 투자 확대가 지속적으로 추진되기를 바란다”며 “앞으로 고등교육재정 규모가 OECD 평균 수준에 도달하기까지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교육위원회 소속 강득구(왼쪽부터) 강민정 서동용 의원이 15일 국회 본관 2층에서 교육부의 예산안을 비판하는 피케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