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본, ‘이태원 참사’ 이상민 장관 본격 수사 검토
지휘 의무·책임 소재 확인 수사
“행안부 압수수색 필요 땐 진행”
재난 관련 직원들 줄줄이 소환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적용 방침
이태원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 특별수사본부(이하 특수본)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수사 가능성을 내비쳤다. 특수본은 재난 주무 부처 장관이자 경찰 지휘 책임자인 이 장관의 지휘 의무와 책임 소재를 확인하면서 강제수사를 위한 사실상의 사전 작업에 돌입했다.
김동욱 특수본 대변인은 16일 언론 브리핑에서 행안부 압수수색 여부에 대해 “수사에 필요한 절차는 모두 진행할 것”이라며 “현재 7명을 피의자로 입건해 조사 중이지만 추가 피의자가 나올 수도 있다”고 밝혔다. 특수본은 현재 이 장관이 경찰 지휘·감독 책임자로서 지위는 물론 재난을 예방·수습할 직접적인 법적 책임을 갖는지 집중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지난 14일부터 특수본은 행안부 중앙재난안전상황실장을 비롯한 재난 관련 부서 직원들을 참고인으로 줄줄이 소환했다. 이들 조사와 법리 검토 결과를 토대로 조만간 이 장관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할 방침인 것으로 풀이된다. 단순히 경찰을 지휘·감독하는 수준을 넘어서 재난 발생에 직접 책임을 지는 당사자로 인정되면 직무유기는 물론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곧바로 적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장관이 재난을 방지하고 수습하는 부처 수장으로서 객관적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탓에 참사가 발생했다는 법리 구성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특수본은 특히 주최자가 없는 행사에 대해 국가가 어떤 법적 책임을 지는지 면밀히 살펴 이 장관의 혐의를 구체적으로 파악한다는 방침이다. 특수본은 “행안부 직원들 참고인 조사를 통해 (이 장관의)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휘 의무가 존재하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4일 소방공무원 노동조합은 이 장관을 직무유기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특수본은 공수처법상 행안부 장관의 직무유기는 고위공직자 범죄에 해당한다고 보고 해당 사건을 공수처에 통보했다. 공수처장은 통보를 받은 후 60일 이내에 서면으로 수사개시 여부를 회신해야 한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이태원 참사의 근본 원인으로 행안부와 서울시, 경찰 등 관계 당국의 ‘예측 실패’를 지목했다. 오 시장은 이날 서울시의회 본회의 시정질문에서 이태원 참사의 원인을 묻는 질의에 “사고의 원인을 따져보자면 핼러윈 때 이태원, 홍대에 이렇게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을 예측하지 못한 데 있다”며 “서울시, 행정안전부, 경찰, 소방이 반성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측의 실패부터 먼저 이야기해야 시민들의 오해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경찰청은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을 공개한 온라인 매체 ‘민들레’와 ‘시민언론 더탐사’에 대한 고발 사건을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에 배당하고 수사를 개시했다. 두 매체는 지난 14일 이태원 참사 희생자 155명의 실명을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하면서 논란이 벌어졌다. 이에 이종배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은 “유족 동의 없이 희생자 명단을 인터넷에 공개한 것은 정보 주체의 동의를 받지 않고 개인 정보를 제삼자에 제공한 것”이라며 이들 매체를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