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국조에 李 겨눈 '檢 칼날'까지…가팔라지는 예산 정국
예산안 처리 시한 준수 불투명
국회가 윤석열 정부 첫 예산 심사에 돌입한 가운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최측근인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구속 등을 둘러싼 여야 대치가 격해지고 있다.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12월 2일) 준수는 불투명하고, ‘준예산 사태’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예산소위)는 22일까지 감액 심사를 마무리하고 23일부터 증액 심사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앞서 지난 17~18일 진행된 과학방송통신·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 등 7개 상임위원회 소관 예산안에 대한 감액 심사에서 쟁점 예산 상당수가 보류됐다. 이처럼 예결위 예산소위 감액 심사 초반부터 여야의 이견으로 지체되는 데다 6곳의 상임위는 아직 예비심사도 끝내지 못한 상태다.
여기에다 여야가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를 두고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 예산 정국의 기상도는 흐리기만 하다. 민주당과 정의당, 기본소득당 등 야 3당은 지난 9일 국회 의안과에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으며, 국민의힘은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힌다.
야 3당은 자체적으로 특위 위원 11명을 확정하면서 여당을 압박한다. 여당은 오는 21일 의원총회에서 국정조사 참여 여부에 대해 의논한다는 계획이지만 당내에서는 경찰 수사 결과를 본 뒤 국정조사 시행 여부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는 기류가 강한 만큼 야 3당 제안 수용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주말 사이 정 실장이 뇌물 수수 혐의 등으로 구속되면서 예산 국면에 악재가 곂친 상황이다.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하는 민주당은 정 실장 구속에 “야당 파괴 공작”이라며 정치 수사로 규정하고 강하게 반발하는 상황이다.
여야 대결 국면이 이어지면서 정치권 안팎에서는 다음 달 2일까지인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을 지키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장 이 대표는 정 실장 구속 다음 날인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라는 헌법 정신을 국민의 삶에 구현하는 것이 정치의 책무” “국민의 삶에 필요한 예산 회복을 위해 민주당이 할 수 있는 것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사법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에 정부·여당의 가장 큰 골칫거리인 예산으로 사실상 맞불을 놓은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결국 여야가 국회법이 정한 시한대로 예산 합의안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정부 원안이 다음 달 1일 본회의에 부의된다. 하지만 이마저도 민주당이 부결시키면 올해 예산이 내년에도 적용되는 준예산 사태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준예산 사태가 민주당에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해 최악의 상황까지 가겠냐고 의문을 제기한다. 한 야권 관계자는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야당에서도 이번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윤석열 정부 발목잡기’로 비칠 수 있어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