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젓에 밀린 생굴… 김장 특수에도 ‘가격 부진’ 울상
11월 단가 평균 12만 6000원
작년 이맘때보다 15% 떨어져
젊은 소비자들, 새우젓 선호
엔화 하락에 수출 시장도 막혀
주 1회 선적 횟수 한 달에 한 번
“지금 이 값이면 올해 농사 망친 거죠.”
제철 맞은 경남 남해안 굴 양식 어민들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상승세를 타는 듯하다 이내 곤두박질친 생굴 가격이 모처럼 맞은 김장 특수에도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김장 수요가 예전만 못한 상황에, 최근 새우젓이 대체재로 떠오르면서 굴 소비가 줄어든 탓이다. 기대했던 수출 시장도 최악의 부진에 허덕이며 개점 휴업 상태라 안팎의 악재에 연관 산업 전체가 전전긍긍이다.
경남 통영 굴수하식수협에 따르면 11월 들어 공판장에서 거래된 생굴 위판 단가는 10kg들이 1상자 평균 12만 6000원으로 작년 이맘때 14만 8000원보다 15%가량 떨어졌다. 지난달 유통가가 생굴을 중심으로 제철 수산물 판매에 집중하면서 초매식(첫 경매)을 전후해 평균 18만 8000원까지 치솟았던 생굴 가격은 때 이른 기대감에 물량이 쏟아지면서 9만 원대로 폭락했다. 10월 생굴 위판량은 609t, 지난해 동기 448t의 135%다. 11월도 20일 현재 1377t으로 작년 대비 100t 이상 늘었다.
이달 들어 김장철 특수가 반등을 가져올 거란 예상도 빗나갔다. 굴 양식업계는 초매식을 기점으로 이듬해 6월까지 8개월여간 생굴을 생산한다. 이 기간 수도권 김장이 시작되는 11월 중순에서 남부 지방 김장이 마무리되는 12월 말까지를 연중 최대 성수기로 꼽는다. 김치의 감칠맛을 내는 재료로 굴이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고물가에도 배추, 고춧가루, 마늘 등 김장 주 재룟값이 작년에 비해 10% 이상 떨어지면 김장이 늘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새우젓’이 복병으로 등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굴 특유의 비릿한 향을 싫어하는 젊은 소비자들이 최근 새우젓이 내는 깔끔한 맛을 선호하고 있다. 최대 소비처인 수도권과 내륙지역을 중심으로 이런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유통업계 입장에서도 그해 작황, 생산량에 따라 가격과 수급에 부침이 심한 생굴 보단,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새우젓을 취급하는 게 수월하다는 설명이다.
생산 어민은 울상이다. 강경두 씨는 “이맘때 벌어놔야 남은 기간을 버티는데, 이대로 가면 1년 농사가 밑지는 장사가 된다”고 말했다.
내수가 막힐 때 구원투수가 돼야 할 수출도 녹록지 않다. 남해안 굴의 20%가량은 날것이나 냉동, 자숙 형태로 가공돼 수출 길에 오른다. 최대 시장은 일본이다. 일본인들은 생굴을 기름에 지지거나 튀기는 프라이를 즐긴다. 그러나 엔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가격 경쟁력으로 버텨온 한국산 굴의 설 자리가 좁아졌다. 환율에 관세까지 붙으면 일본 현지산보다 한국산이 비싸지기 때문이다. 대일 수출은 보통 9월부터 시작인데, 올해는 가공공장 대다수가 마수걸이도 못 한 상태다. 그나마도 주 1회이던 선적 횟수가 한 달에 한 번꼴에 그치고 있다. 선적 물량 역시 1회 3~4t에서 1~2t 남짓으로 반 토막 났다.
수출 업계 관계자는 “일본도 굴 소비가 계속 줄고 있고, 현지 작황도 좋아 물량이 크게 부족하지 않다. 굳이 한국산을 수입할 이유가 없다”며 “지금이야 내수가 받쳐주니 괜찮지만, 내수시장이 쪼그라드는 시즌 후반까지 수출이 막히면 가격 지지가 안 돼 단가가 더 폭락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