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빈 살만 ‘사우디 특수’에 부산엑스포 위축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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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와 ‘국정과제’는 별개 사안
정부와 기업이 ‘쌍끌이 전략’ 마련해야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7일 방한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와 회담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7일 방한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와 회담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17일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겸 총리의 방한으로 부산 월드엑스포 유치 전략이 큰 변수를 맞게 생겼다. 빈 살만 왕세자가 추진하는 초대형 프로젝트인 이른바 ‘네옴시티’ 건설에 전 세계 기업들의 수주전이 치열한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도 여기에 대거 참여해 ‘제2의 중동 특수’를 기대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정부도 국내 기업의 차질 없는 사업 수행을 위해 적극적인 지원에 나섰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 속에서 자칫 엑스포 유치전이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없지 않다. 사우디는 엑스포 유치를 놓고 우리와 치열하게 경합 중인 당사국인데, 막대한 돈다발 앞에서 정부와 국내 기업들이 당장의 경제논리에 영향을 받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이다.


정부와 재계가 이렇듯 공을 들이는 이유는 풍부한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사우디가 추진하고 있는 막대한 프로젝트의 규모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친환경 미래도시인 ‘네옴시티’ 건설에 자그마치 670조 원이라는 돈이 풀린다. 국내 기업에는 성과를 노릴 만한 소중한 기회이고 단비 같은 소식이다. 방한 당일, 양국 정부와 기업 사이에 26건의 프로젝트에서 양해각서가 체결되기도 했다. 하지만 2019년 빈 살만 왕세자의 첫 방한 때 체결된 상당수의 양해각서가 이후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급하게 물을 마시다 체하기보다는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는 게 중요하다.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것은 사우디 특수에 과도하게 기울어질 경우 엑스포 유치 추진력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이다.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은 일찍부터 아시아와 중남미, 아프리카 등을 돌면서 엑스포 유치에 공을 들여 왔다. 이들 기업이 수주전에 뛰어들 경우 사우디 정부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기업을 지원하는 우리 정부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17~20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한덕수 총리는 공개석상에서 엑스포 유치 관련 발언을 자제했다고 한다. APEC 초청국으로 참석한 빈 살만 왕세자를 의식한 전략적 행보로 보인다. ‘사우디 특수’가 우리 경제에 아무리 중요한 기회라 해도 엑스포 유치전 위축으로 이어져서는 곤란하다.

대통령실은 “비즈니스는 비즈니스고, 엑스포는 엑스포”라고 강조했다. 당연한 말이다. 그래서 경제 협력 분야와 엑스포 유치 전략이 서로를 밀어내지 않고 각각의 입지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가는 ‘쌍끌이 전략’이 시급하다. 요컨대, ‘비즈니스’와 ‘엑스포 유치’가 별개라는 기조 자체가 어떤 일이 있어도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대통령의 균형 잡힌 지휘력, 정부여당의 협력은 필수적이다. 엑스포 유치에 소극적으로 임할 경우, 지역 여론은 급격히 악화될 것이다. 엑스포 유치라는 국가적 과제가 경제논리에 밀려 희생되는 일이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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