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월동 개발 사업자 ‘특혜성 높이 상향’ 요구
“30m 제한을 162.8m로 완화
49층 주상복합 4개동 짓겠다”
호성건설, 서구청에 건립안
산복도로 조망권 피해 불가피
“업주·건물주 사익 우려” 목소리
전국 최초이자 부산 최대 성매매 집결지인 완월동 일대에 고층 주상복합건물 건립이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업자는 30m로 제한된 사업 대상지의 건축물 최고 높이 제한을 지금보다 무려 5배 이상 높게 끌어올리는 개발계획을 제안한 상태로 터무니없는 특혜를 요구한다는 비판이 거세다.
20일 부산시와 서구청 등에 따르면 (주)호성건설은 지난 9일 ‘완월동’으로 불리는 성매매 집결지인 서구 충무동 3가 33 일대 부지 1만 1880㎡에 지하 7층~지상 49층 주상복합건물 4동을 짓겠다는 계획안을 서구청에 제출하며 부산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 사업 타당성 등에 대한 자문을 신청했다. 이 주상복합건물 신축안은 공동주택 999세대, 오피스텔 129실, 근린생활시설 등으로 계획됐다. 사업자는 해당 사업 계획에 높이 162.8m, 용적률 1154.18%를 적용했다.
해당 사업지는 일반상업지역으로 용적률은 최고 1000%까지 허용되는데, 상업 시설과 부대시설 등 비율을 조정하면 인센티브가 적용돼 1200%까지 허용된다. 개발 계획에 가장 중요한 높이의 경우 가로구역별 건축물 최고 높이가 30m로 제한돼 있다. 이 때문에 사업자는 서구청에 사업 대상지에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해 건축물 최고 높이를 현행보다 무려 5배 이상 상향시킨 162.8m까지 올릴 수 있는지 부산시가 검토해 줄 것을 요구한 상태다.
서구청 측은 사업자가 사업 추진 사유로 장기간 성매매 집결지로 남아 있는 완월동에 대해 사회적인 인식이 좋지 않고 슬럼화가 심각해 개발을 통한 지역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제시했다고 밝혔다. 사업자는 또 사업 대상지의 토지 등 동의율이 92%로 원활한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고 구청에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완월동 일대에 주상복합 건물 건립 움직임이 구체적으로 표면화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0년 완월동 일대에 대한 도시재생사업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당시 일부 성매매 업주와 주민들은 주상복합 건물 등으로 재개발을 요구하며 반발해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다. 서구청 관계자는 “사업자 측이 사업성을 보장받기 위해 초고층 주상복합 건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부산시 자문과 심의 의견을 반영해 구청에서 최종적으로 사업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건물 높이 제한이 현행 기준보다 무려 5배 이상 높게 풀릴 경우 부산시가 사업자와 지주 등에게 엄청난 특혜를 준다는 비판이 거세질 수밖에 없다. 고층 건물 건립으로 거둬들일 높은 수익을 사업자와 건물주, 성매매 업주 등 특정인이 독식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고층 건물이 들어설 경우 뒤편 산복도로 일대의 일조권과 조망권 피해도 불가피하다.
부산의 또 다른 대표적 성매매 집결지였던 부산진구 ‘범전동 300번지’ 자리에는 2019년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섰고, 2020년 폐쇄된 ‘해운대 609’ 부지에는 생활형 숙박시설이 추진돼 현재 공사 중이다. 두 곳에선 별도의 건축물 최고 높이 제한 완화, 용도 지역 변경을 통한 용적률 완화 등의 특혜가 전혀 없었다.
부산 완월동 폐쇄 및 공익개발 추진을 위한 시민사회 대책위원회 측은 “불법 성매매 영업으로 처벌받고 있는 업주, 건물주 등의 개발을 통한 사익 추구에 지자체가 나서서 특혜까지 줘 가며 개발하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 완월동 지역 폐쇄와 주변 환경, 여건을 고려한 공익적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서 다음 달 지구단위계획 수립을 통한 건축물 최고 높이 완화가 적절한지 등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