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지역민…고성군 중견 공무원 2명 중 1명 ‘딴 동네’ 산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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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지서 출퇴근 무늬만 지역민
지역 인구 소멸 ‘강 건너 불구경’

고성군 최대 인구 밀집지역인 고성읍 전경. 부산일보DB 고성군 최대 인구 밀집지역인 고성읍 전경. 부산일보DB

“모범을 보여야 할 사람들이 나 몰라라 뒷짐인데 누가 따르려 하겠습니까?”

경남 고성군 간부 공무원 2명 중 1명은 인근 도시에 자택을 마련해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주민등록상 주소만 지역에 두고 실익이 되는 경제 활동은 타지에서 하고 있다. 급격한 인구 감소와 경기 침체로 지역사회가 소멸 위기로 내몰린 상황에 정작 공직사회는 강 건너 불구경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29일 고성군에 따르면 농경 사회를 기반으로 1960년대 13만 명에 달했던 지역 인구는 현대화에 뒤처지면서 급감했다. 주력 산업으로 육성한 조선기자재업 호황에 힘입어 2011년 5만 7264명으로 깜짝 반등했지만, 이후 줄곧 감소세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자연 감소와 일자리, 정주 여건 부족 등에 따른 청년인구 유출이 겹친 탓이다. 상반기 고성에서 태어난 신생아는 46명, 반면 사망자는 386명으로 8배 이상 많았다. 이는 전국 평균보다 2.5배 이상 높은 수치다.

다양한 인구 늘리기 정책도 장년·노년층 증가로 줄어드는 인구를 역전하기는 역부족. 결국 지난 6월, 마지노선이라 여겼던 5만 명 선이 무너졌다. 10월 말 현재 4만 9913명이다. 2003년 6만 명 붕괴 이후 20년 만에 4만 명대로 주저앉았다. 지금 추세라면 20년 후엔 3만 명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역 소멸 위기 속에 고성군은 지속가능한 인구 정책을 민선 8기 주요 과제로 정하고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조직개편을 통해 인구 감소를 막으면서 청년 유입을 독려할 전담 추진단을 꾸리고, 지역 공동체의 일원이 되면 체감할 수 있는 보편적 복지도 대폭 확대하며 인구 증가에 사활을 걸고 있다.


고성군의회 김향숙 의원. 고성군의회 김향숙 의원.

행정안전부 ‘지방소멸대응기금’ 확보, 전국 최초 ‘청소년 수당’, 경남 최초 전 군민 자체 재난지원금 지급 등도 이를 위한 포석이다. 여기에 한국항공우주산업(주) ‘항공기 부품 생산(조립) 공장(KAI 고성공장)’ 유치하면 새 일자리 만들 전략산업 다변화에도 집중하고 있다.

특히 이상근 고성군수는 7월 취임 직후, 소속 공무원 주소지 실태 조사를 토대로 공직사회의 솔선수범을 주문하며 관외 거주 공무원의 관내 전입을 당부했다.

하지만 현실은 딴판이다. 고성군의회 김향숙(국민의힘) 의원이 제출받은 행정사무감사 자료를 보면 6급 이상 공무원 절반은 실제 거주지가 여전히 ‘관외’였다. 4·5급은 47명 중 16명, 6급은 241명 중 126명이 인근 창원이나 진주, 사천에 자택을 두고 출퇴근하고 있다. 무늬만 고성주민인 셈이다. 그나마 4·5급은 주소지라도 고성인 데 반해, 6급 31명은 이마저 타지였다. 사실상 외지인이다.

공무직을 포함한 고성군 소속 공무원은 1000명이다. 이번 자료에서 빠진 7급 이하를 포함하면 이 숫자는 더 늘어날 것이라는 게 김향숙 의원의 판단이다.

김향숙 의원은 “(7급 이하는) 자료가 너무 방대해 이번엔 제외했다”면서 “도시에 비해 열악한 교육, 생활 환경 등 저마다 이유는 있겠지만, 고성이 처한 현실을 고려할 때 분명 문제가 있다. 이런 상황에 기업체에 주소 갖기에 협조해 달라고 요청한다거나, 고향사랑기부제를 핑계로 지역에 대한 애착을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거의 자유를 침해할 순 없지만, 군민 세금으로 일하는 공무원인 만큼 스스로 동참해야 한다는 동기는 부여해 줄 필요가 있다"며 "관외자라고 인사상 불이익을 줄 순 없는 만큼, 관내로 오면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 등 다양한 유인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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