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 없는 포르투갈전, 독 될까? 약 될까?
가나전 심판 항의하다 레드카드
세르지우 수석코치가 팀 이끌 듯
감독 부재 따른 부담감 이겨내야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28일(한국시간) 오후 열린 가나전에서 주심으로부터 레드카드를 받았다. 벤투 감독이 조별 예선 마지막 경기인 포르투갈전에는 벤치에서 지시하지 못하게 되면서 한국 대표팀은 고심에 빠지게 됐다.
벤투 감독은 28일 가나전에서 경기 종료 직후 앤서니 테일러 주심에게 종료 휘슬에 대해 강하게 항의하다 레드카드를 받았다. 벤투 감독은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 첫 퇴장 감독이 됐다. 벤투 감독은 퇴장 조치에 따라 경기 종료 뒤 열리는 공식 기자회견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공식 기자회견에는 세르지우 코스타 수석코치가 참석했다.
벤투 감독은 레드카드를 받으면서 포르투갈전은 벤치에서 경기를 지휘할 수 없다. 벤치뿐만 아니라 라커룸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경기장 내 VIP석에서 경기를 지켜봐야 한다. 경기가 시작된 이후에는 선수단과 일절 접촉하거나 소통할 수 없다. 통신기기를 이용한 벤치 코치진과의 소통도 불가능하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무전기나 휴대전화 등 통신기기를 이용한 소통을 금지하고 있다. 전반 종료 뒤 하프타임에도 라커룸을 출입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다. 다만, 경기 전 열리는 팀 공식 기자회견에만 참석할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내달 2일 자정(3일 0시) 열리는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은 세르지우 코스타 수석코치가 벤치에 앉아 팀을 이끌게 된다.
벤투 감독이 결장함에 따라 한국 대표팀은 포르투갈과의 경기에 대비한 상황별 전략 시나리오를 철저하게 수립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포르투갈 공격진과 수비진의 전술 변화에 치밀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선수들의 팀 전략 숙지가 가장 중요한 관건이 됐다. 주장 손흥민은 이에 대해 “훈련 때 감독님이 요구하시는 걸 더 잘 새겨들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우리 대표팀은 과거 월드컵에서도 감독이 벤치에 앉지 못한 채 경기를 치른 경험이 있긴 하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당시 차범근 감독이 조별리그 2차전 네덜란드전에서 0-5로 참패한 후 경질되는 바람에 감독 없이 마지막 경기인 벨기에전을 치러야 했다. 당시 대표팀은 유상철의 동점골로 1-1로 무승부를 기록했다.
한편 이영표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벤투 감독이 관중석에서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로 작전을 지시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29일 오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긴 하지만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까지 막을 방법은 없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감독이 벤치에 없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선수들이 충분히 이겨 내면서 경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선수들의 정신적인 자세와 준비 상황을 봤을 때 포르투갈전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