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가 복합위기 직면, 갈등 중재할 정치 어디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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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극한 대립에 파업 정국
대화와 타협의 정치 복원해야

1일 오후 인천시 중구 삼표시멘트 인천사업소 앞에서 화물연대 노조원이 피켓을 들고 경찰관들과 대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1일 오후 인천시 중구 삼표시멘트 인천사업소 앞에서 화물연대 노조원이 피켓을 들고 경찰관들과 대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어느 한 군데도 뚫린 곳 없는 꽉 막힌 경색 정국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30일 이상민 장관 해임건의안 발의를 단독으로 밀어붙이자 국민의힘은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보이콧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어렵게 합의한 만큼 내실 있는 준비가 필요한 국정조사는 다시 미궁에 빠졌다. 여야의 극한 대치로 새해 예산안 심의도 파행 일로다. 법정 시한 내 처리를 장담하기 힘들게 됐다. 여기다 정부와 화물연대 간 협상이 접점을 찾지 못해 파업 장기화와 함께 산업계 피해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나라는 누란의 위기에 직면했는데 이태원 참사 한 달이 지나도록 나라가 안정을 찾기는커녕 더 큰 혼란에 빠지고 있는 것이다.


화물연대 파업은 대화보다는 힘으로 해결책을 찾는 작금의 한국을 상징하는 장면이다.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에 이어 유가보조금 규제 방안과 안전운임제 전면 폐지까지 거론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고, 화물연대는 이에 반발해 한층 더 강경한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원래 노사 문제에 개입해 중재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정부다. 지금 윤 정부가 교섭 당사자로 나서 마치 사측 입장을 대변하는 양 강경책에 의존하는 건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다. 화물연대 역시 “모든 산업을 멈춰 세우겠다”며 극한투쟁을 외치는 모습으로는 국민들의 공감을 얻기 힘들다. 무엇보다 대통령실이나 정부 내부에 균형 잡힌 시각으로 이를 중재할 기능이 없다는 게 안타깝다.

여야 대치로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국회도 갑갑하기는 마찬가지다. 이 장관 해임건의안을 발의한 민주당은 다음 주 탄핵소추안까지 밀어붙일 태세이고, 국민의힘은 이를 빌미로 국정조사를 회피하는 전략을 만지작거린다. 정국 경색을 뻔히 알면서도 힘으로 몰아붙이는 거대 야당도, 이 장관 해임 건이 국정조사와 무관함에도 이를 연동시키는 집권 여당도 모두 무책임하다. 민생은 젖혀놓고 한 치 양보 없는 극한 대결만 벌이는 정치권에 국민들이 개탄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무엇보다 참사 한 달이 지나도록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에서 국민 여론을 백안시하며 갈등을 방치한 대통령의 책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는 복합위기에 직면해 있는데 갈등을 조정하고 타협의 물꼬를 터야 할 정치 기능은 실종됐다. 이게 가장 큰 문제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협치 사례는 눈 씻고 찾아도 없을 정도로 여야는 사사건건 충돌했다. 윤 대통령이 한남동 관저 입주 후 여당 측근 인사인 이르바 ‘윤핵관’을 가장 먼저 불렀는데,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면 새로운 공간에 여야 지도부를 모두 초청해 소통과 화합의 기회를 만드는 게 순리다. 정치의 본령은 대화와 타협과 중재다. 이제라도 정치권이 갈등 중재라는 정치 기능을 복원해 제 역할을 해야 한다. 이를 망각한 정치는 결국 민심의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다. 정치권의 맹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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