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재벌집' 된 부산시장 관사…드라마·영화 촬영지로 떴다
1980년대 대통령 별장으로 건립
정원·건물 등 시대극에 적합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배경
대형 콘텐츠 로케이션 장소 각광
‘지방 청와대’로 불리는 부산시장 관사가 ‘재벌집’이 됐다. 인기 드라마에서 대기업 회장 집으로 변신한 것이다. 1980년대 대통령 별장으로 지어진 부산시장 관사가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로 부상하고 있다. 시대극에 적합한 배경을 갖춘데다 전 부산시장 사퇴 후 비어 있어 TV 드라마, 영화,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관련 대형 콘텐츠 촬영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8일 부산시와 부산영상위원회에 따르면 부산 수영구 남천동 부산시장 관사는 6월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촬영지로 활용됐다. 부산시장 관사 외관과 대문, 정원, 연못 등이 극 중에서 순양그룹 진양철(이성민 분) 회장이 사는 ‘정심재’ 배경으로 나온다.
진 회장이 연못 앞에서 물고기 밥을 주다 사위 최창제(김도현 분)를 만나고, 막내 손자 진도준(송중기 분)이 정원에서 책을 읽고, 검은 자동차가 대문을 지나가는 장면 등이 대표적이다. ‘재벌집 막내아들’은 재벌가의 오너 리스크를 관리한 비서가 창업주 막내 손자로 부활해 새 인생을 사는 판타지 드라마로 8회 시청률이 19.4%까지 오를 만큼 요즘 화제가 되고 있다.
부산시장 관사는 1980~90년대의 재벌집 이미지에 어울린다는 의견에 따라 촬영지로 선택됐다. 부산영상위원회 김선기 로케이션 매니저는 “제작진이 전국을 돌며 정심재에 어울리는 장소를 찾아다닌 걸로 알고 있다”며 “부산에 온 감독이 직접 보고 촬영 장소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대문부터 관사 입구로 이동하는 동선까지 감독이 생각한 정심재와 일치했다고 들었다”며 “지붕에 CG로 기와를 얹은 것 외에는 드라마에 배경이 거의 그대로 등장한다”고 덧붙였다.
올해 ‘재벌집 촬영’으로 끝난 게 아니다. 부산시장 관사는 대형 콘텐츠 로케이션 장소로 떠오른 상태다. 당장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지배종’이 이달부터 촬영에 돌입한다. 드라마 ‘비밀의 숲’의 이수연 작가 신작으로 주지훈, 한효주가 출연해 기대가 높다. 지난해 9월에는 조정석과 이선균 주연 영화 ‘행복의 나라’, 같은 해 3월에는 JTBC 드라마 ‘설강화’도 촬영했다.
시대극에 어울리는 배경에 입주자도 없는 여건 등이 촬영 장소로 뜬 요인으로 분석된다. 부산시장 관사는 제5공화국 시절 대통령 별장으로 지어졌다. 전두환 전 대통령 지시로 1985년 완성됐는데 고 김중업 건축가 작품으로 당시 41억 5700만 원이 투입됐다. 건물이 고급스러운 만큼 규모도 크다. 부지 1만 8015㎡, 건물 연면적 2437㎡의 규모이며 나무만 2만 3000여 그루가 있을 정도다. 여기에 2020년 오거돈 전 부산시장 사퇴 이후 건물이 빈 상태라 촬영이 쉽다. 부산영상위원회에 따르면 부산시장 관사에서 촬영한 영화·드라마는 2021~2022년 4개에 달한다. 2005년부터 2020년까지 16년 동안 촬영 작품은 7개에 불과했다.
김 매니저는 “내년에도 이미 1~2건 작품 촬영 요청이 들어왔다. 더 많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부산의 청와대로 불릴 만큼 시대극 등에 적합한 공간이라 제작사 측에 먼저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영화나 드라마 로케이션 장소로 부산시장 관사를 활용하는 것을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관사에 입주하지 않은 박형준 부산시장은 건물 리모델링이 끝나면 강연, 전시, 공연 장소 등을 갖춘 공간으로 완전히 개방할 방침이다. 2023년 12월 리모델링 공사를 마치고, 2024년 1월 완전 개방하는 게 목표다.
부산시 전진영 정무기획보좌관은 “건물 내부를 제외하면 평일에 산책로 등이 개방된 상태이지만 부산시장 관사가 있는지 모르는 분도 많다”며 “부산에 오는 관광객이 주변 지역과 함께 찾을 명소가 될 수 있도록 촬영을 허가했다”고 밝혔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