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화물연대 강공 드라이브, 대화의 문 열어 놓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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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석유화학에 추가 업무개시명령
백기투항 요구, 사태 진정될지 의문

화물연대본부 총파업 15일째이자 건설노조 소속 부산·울산·경남 레미콘·콘크리트펌프카 기사들이 동조파업에 돌입한 8일 오후 부산 남구의 한 레미콘 공장에 운행을 멈춘 차량들이 줄지어 서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화물연대본부 총파업 15일째이자 건설노조 소속 부산·울산·경남 레미콘·콘크리트펌프카 기사들이 동조파업에 돌입한 8일 오후 부산 남구의 한 레미콘 공장에 운행을 멈춘 차량들이 줄지어 서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정부가 화물연대 파업과 관련해 8일 철강·석유화학 업종에 대해서도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시멘트 분야에 대해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상 첫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이후 9일 만의 추가 명령이다. 추가 업무개시명령을 의결한 이날 임시 국무회의에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정부 입장은 확고하다. 타협하지 않고 그 책임을 엄중히 묻겠다”라고 밝혔다. 화물연대 파업을 법치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규정한 윤석열 대통령의 ‘법대로 처리’ 원칙을 거듭 확인한 것이다. 문제는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가 이렇게 강경 대응으로 일관한다고 해서 벌써 보름 이상 끌고 있는 파업 사태가 무난히 해결될 수 있느냐다.

당장 민주노총이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노총은 이날 추가 업무개시명령에 대해 “전체 노동자의 헌법적 권리와 노동기본권에 대한 전면 부정”이라며 오는 14일 전국적인 2차 총파업 투쟁 대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나아가 22일 서울에서의 개혁입법쟁취결의대회(가칭)와 함께 국제노동기구(ILO) 정식 제소도 예고했다. 공공운수노조와 서비스연맹 등 산별노조들도 화물연대 파업을 지원하기 위한 결의대회를 준비 중이다. 대화는 외면한 채 겁박만 일삼는 정부의 태도를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태가 진정되기는커녕 오히려 노동계와 정부가 한 치 양보 없는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는 이런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나마 다행인 건 정치권에서 일부 유화적인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안전운임제 일몰 시한 3년 연장’ 방안을 수용키로 한 것이다. 안전운임제 3년 연장은 국민의힘과 정부가 지난달 22일 당정 협의를 통해 제시한 방안이다. 화물연대가 요구하는 안전운임제 적용 품목 확대와 일몰제 폐지와는 거리가 있지만, 민주당이 늦게나마 정부·여당과 논의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일단은 긍정적인 입장 선회로 여겨진다. 사실상 정부안을 수용하는 형태라 화물연대가 어떤 식으로 대응할지는 확실치 않지만, 이로 인해 파업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기대를 갖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중요한 건 정부·여당의 태도다. 대통령실은 여전히 ‘조건 없는 업무 복귀’를 주장한다. 화물연대의 백기투항을 요구하는 것이다. 국민의힘도 그에 보조를 같이한다. 화물연대를 한 방향으로 몰아갈 뿐 퇴로는 열어 주지 않는다. 항간에는 윤 대통령이 떨어진 지지율 회복의 지렛대로 삼기 위해 강공 드라이브를 고집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국정을 그런 식으로 운영하지는 않으리라 짐작한다. 세상사 늘 그러하듯 강공만이 능사는 아니다. 병법에도 상대를 지나치게 궁지로 몰아세우면 예상치 못한 파국을 맞을 수 있다고 하지 않나. 어떠한 경우에도 대화의 문은 열어 두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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