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벌고 더 빚지는 ‘홀로 자영업 도시’ 부산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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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자영업자 10명 중 7명 ‘1인’
7대 광역시 중 비율 가장 높아
3년 새 소득 22%↓ 부채 2배↑
최저임금보다 적게 벌어도 영업

부산 시내 한 재래시장 모습. 부산일보DB 부산 시내 한 재래시장 모습. 부산일보DB

“죽을 듯이 아프지 않으면 장사하러 꼬박꼬박 가게로 출근합니다.”

12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부전시장 상가에서 욕실용품을 판매하는 이 모(59) 씨는 아픈 다리를 만지며 한숨을 쉬었다. 5평 남짓한 공간에서 30년 가까이 ‘홀로’ 장사를 한 이 씨는 무릎이 좋지 않아 병원을 꾸준히 다녀야 하지만 일주일에 한 번 휴일을 갖는다. 하루라도 쉬면 그날은 그대로 장사를 접어야 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여파로 가게가 휘청일 때는 장사를 접고 다른 일을 하고 싶었지만 여의치 않았다. 이 씨는 “가게를 봐 줄 사람이 없어서 하루라도 쉬면 안 된다”며 “다른 일을 해볼까 고민도 했지만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장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자영업자 10명 가운데 7명이 1인 사업자로, 7대 광역시 중 1인 자영업자 비율이 가장 높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들은 장시간 노동과 질병에 시달리는 등 열악한 노동 환경에 처해있으며 코로나19 이후 소득은 줄고 부채는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생계형 사장님’이 된 1인 자영업자를 위해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산노동권익센터는 부산지역 1인 자영업자 488명을 대상으로 ‘1인 자영업자 노동실태와 지원 방안’ 조사 결과를 12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산에서 직원 없이 혼자 일하는 ‘나 홀로’ 자영업자는 2022년 10월 기준 27만 9000명으로 2019년보다 5만 명 정도 증가했다. 부산은 전체 자영업자 대비 1인 자영업자 비율이 전국 평균보다 10%P 가량 높은 77.5%로, 7대 광역시 중에서 가장 높게 나왔다.

부산지역 1인 자영업자들은 긴 노동시간과 낮은 생산성이라는 극악의 노동조건 속에서 버티고 있었다. 조사에 따르면 부산지역 1인 자영업자 소득은 최저임금보다 낮은 월평균 159만 원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월평균보다 55만 원이나 줄었다. 반면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10.04시간에 달하며 한 달 평균 영업 일수는 25.71일로 월평균 4일 정도 쉬는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장사는 안 되는데 가게를 닫을 수 없는 ‘생계형 사장님’이 많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이전 부산지역 1인 자영업자의 평균 부채 규모(가족 무급종사자 제외)는 352만 원이었으나 코로나19 이후 675만 원으로 크게 늘었다. 40~50대 이상 은퇴자들이 1인 자영업자로 새롭게 유입되는 경향도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따르면 1인 자영업자 연령대는 30대 이하가 10.8%, 40∼50대가 39.5%, 60대 이상이 49.7%로 고령화 현상이 두드러졌다.

특히나 부산의 일자리를 책임지는 제조업과 조선업 등이 부진에 빠지면서 노동시장에 밀려나오는 노동자들이 많아 1인 자영업이 늘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비롯해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는 조언한다.

부산노동권익센터 이혜정 연구위원은 “노동시장 악화로 시장에서 밀려난 노동자들이 진입장벽이 낮은 1인 자영업으로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며 “단기적으로 영업 이익 수준에 맞게 고용보험 지원을 확대해서 1인 자영업자를 보호해야 하고, 장기적으로 고용지표를 개선하는 등 지역 경제가 활성화돼야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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