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금아의 그림책방] 하나에서 함께로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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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부 에디터

그림책 <처음에 하나가 있었다>의 한 장면. 초록개구리 제공 그림책 <처음에 하나가 있었다>의 한 장면. 초록개구리 제공

시작은 하나부터. 씨앗 하나에서 이야기가 출발하는 두 권의 그림책이 있다.

막달레나 스키아보가 쓰고 수지 자넬라가 그린 〈처음에 하나가 있었다〉(초록개구리)의 씨앗은 바람을 타고 날아왔다. 다음에는 파도에 실려, 그다음은 흙먼지에 쓸려. 씨앗이 모이고 모였다. 그러다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 씨앗들은 따로 살기로 했다. 같은 씨앗끼리만 살면 더 좋을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 행복하지 않았다. ‘어디에서 왔든 어떤 종류이든 중요하지 않아.’ 다양한 씨앗이 모여 사니 다시 행복해졌다(그림).

키티 오메라와 킴 토레스의 〈언젠가 고요한 숲속에 씨앗 하나를〉(사파리)에서는 새가 씨앗을 가져왔다. 땅 위에 떨어진 씨앗은 온갖 색깔을 머금은 꽃이 됐다. “노란색이다.” “초록색이다.” “보라색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본 색만이 꽃의 진짜 색이라고 우기고 다퉜다. 있는 그대로의 꽃을 본 아이 덕분에 사람들은 알게 됐다. ‘누구나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으며, 모든 색깔에는 저마다의 이야기와 의미가 담겨 있다.’

첫 번째 씨앗은 함께하면 새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음을 알려줬다. 두 번째 씨앗은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퍼트렸다.

〈점: 세상에서 제일 작은 점〉(내인생의책)에는 씨앗 같은 점이 등장한다. 까만 점과 그 친구들은 부유하다. 까만 점의 세계는 좋은 것들로 채워져 있다. 하얀 점과 친구들은 잘살지 못한다. 그들의 세상은 부족하고 비어있다. 하얀 점은 까만 점의 세계로 가고 싶어 했다. 까만 점은 하얀 점을 받아들였을까?

지안카를로 마크리, 카롤리나 자로티 작가는 일방적 수용이 아닌 어울림의 해법을 택했다. ‘너희 일부를 받아줄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너희 쪽으로 갈게’ 즉 “우리 함께하자”고 말한다. 함께하면 더 많은 것이 가능해진다. 새로운 것을 시도할 수 있고, 행복도 더 커진다. 시작은 하나였을지라도 끝은 ‘함께, 같이 행복한 사회’라고 쓸 수 있는 세상. 노력해야 이룰 수 있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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