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문화 백스테이지] 부산시향이 앙코르곡으로 '님로드'를 준비한 이유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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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연주회 마치고 퇴임하는 두 단원께 헌정
취임 후 시립예술단 처음 찾은 박 시장도 감상

23일 제595회 정기연주회를 끝으로 은퇴하는 부산시향 류재환(앞줄 왼쪽)·이호영(오른쪽) 단원을 축하하는 최수열(한가운데) 지휘자와 교향악단 동료들. 박희진 제공. 23일 제595회 정기연주회를 끝으로 은퇴하는 부산시향 류재환(앞줄 왼쪽)·이호영(오른쪽) 단원을 축하하는 최수열(한가운데) 지휘자와 교향악단 동료들. 박희진 제공.

엘가의 ‘수수께끼 변주곡’ 중에서도 제9변주 님로드(Nimrod)는 가장 유명한 악장으로, 단독으로도 종종 연주된다. 그런데 이 곡을 어떤 상황에서 듣느냐에 따라 슬프기도, 감동이 배가 되기도 한다. 때로는 무덤덤할 수도 있다.

23일 오후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에서 열린 부산시립교향악단(예술감독 최수열) 제595회 정기연주회 레퍼토리에 이 곡을 올린다고 해서 기대가 컸다. 공교롭게도 같은 곡을 이틀 새 세 번이나 듣는 호사를 누렸다. 특히 세 번의 기회 중 마지막이 압권이었다.

이날 본 연주가 끝나고 커튼콜이 여러 차례 이어지던 가운데 최수열 지휘자가 갑자기 마이크를 잡았다. 앙코르곡을 설명하려나 보다 생각했다. 뜻밖에도 최 지휘자는 올해를 마지막으로 은퇴하는 두 명의 부산시향 단원을 소개했다. 오보에 부수석 류재환과 더블베이스 이호영이다. 최 지휘자의 말이다.

“두 분이 이 무대에서 은퇴합니다. 저희끼리는 감사패도 전달하고 소감을 듣는 시간도 가졌지만, 관객 여러분에게 인사 드릴려고요. 어쩌면 이분들은 들려주는 직업을 가졌는데, 이번엔 두 분께 이 곡을 헌정하려고 합니다. 오늘 연주한 곡 가운데 님로드는 추모곡으로도 많이 사용하지만, 사실은 엘가의 가장 친한 친구(아우구스트 예거)를 위한 곡이기도 하거든요. 님로드를 앙코르곡으로 들려드리겠습니다.”

최 지휘자의 말이 끝나자마자 객석에서 환성과 박수가 쏟아졌다. 그렇게 해서 이날 두 번째로 님로드를 들었다. 앞서 전곡을 들을 때도 좋았지만, 30년 넘게 한솥밥을 먹던 동료 단원을 앞세운 채 들려주는 연주여서 그런지 더 숙연해지는 분위기였다. 곡 자체도 애절했지만, 특별한 의미까지 더해지니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에 비해 전날 같은 장소에서 들었던 님로드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부산시향은 올해 5월부터 교향곡을 보다 심도 있게 감상하는 기회를 청중에게 만들어주기 위해 정기연주회 전날 해설과 함께 꾸미는 ‘심포니야夜(Symphonic Night)’를 진행하고 있다. 음악전문가의 해설을 듣고 직접 연주를 감상하는 거라 더 큰 감동을 예상했지만, 뜻하지 않은 상황으로 기대는 빗나갔다.

때마침 박형준 부산시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부산시립예술단 공연장을 찾는다고 하길래 무슨 연유인가 싶어서 기다리던 참이었다. 그런데 박 시장은 앞 일정이 지체되는 바람에 부산시향 연주가 시작된 후 공연장에 도착했다. 부산문화회관 측은 일반 관객들의 감상을 방해할 수 없어 박 시장 일행을 미개방 상태였던 2층 객석으로 안내했다.

22일 밤 취임 후 부산시립예술단을 처음 방문한 박형준 시장이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에서 열린 기획음악회 ‘심포니夜’를 막 끝낸 부산시향 단원들을 찾아 격려하고 있다. 김은영 선임기자 key66@ 22일 밤 취임 후 부산시립예술단을 처음 방문한 박형준 시장이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에서 열린 기획음악회 ‘심포니夜’를 막 끝낸 부산시향 단원들을 찾아 격려하고 있다. 김은영 선임기자 key66@

하필이면 그 어수선한 상황에 님로드가 연주됐고, 감동은 덜할 수밖에 없었다. 시장 입장에선 연말 바쁜 일정을 쪼개 시립예술단을 찾은 거였지만, 한 곡이라도 제대로 감상하는 시간을 할애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남았다. 덕분에 같은 곡 다른 느낌으로 남은 님로드는 두고두고 기억될 듯싶다.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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