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 곳곳에 중금속… ‘명지 2단계’ 토양오염 또 발견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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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계총탄화수소 무려 85배
구리 77배·아연 16배 초과
LH, 토양 정화 6개월째 미뤄
에코델타·A특수학교서도 나와
일부 아닌 전체 오염 우려 제기도
환경단체 “원인 규명 조사 필요”

부산 강서구 곳곳에서 토양오염이 확인돼 원인 규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강서구 에코델타시티 사업 부지(위쪽)와 명지국제신도시 2단계 부지 전경. 부산일보DB 부산 강서구 곳곳에서 토양오염이 확인돼 원인 규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강서구 에코델타시티 사업 부지(위쪽)와 명지국제신도시 2단계 부지 전경. 부산일보DB

대형 개발사업이 벌어지는 부산 강서구 곳곳에서 토양오염이 줄줄이 확인되고 있다. 환경단체는 전체 부지 검증과 오염 개연성 조사 등을 통해 2차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정화 명령 권한이 있는 강서구청은 섣부르게 결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강서구청은 명지국제신도시 2단계 부지의 8개 지점에서 토양오염 우려기준을 초과하는 수준의 토양오염이 확인돼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 정밀조사 명령을 내렸다고 4일 밝혔다.

구청에 따르면 8개 지점에서 석유계총탄화수소(TPH) 최대 4만 2450mg/kg, 구리 최대 1만 1574mg/kg, 아연 4937mg/kg, 6가크롬 27.2mg/kg 등의 오염물질이 검출됐다.


이는 토양환경보전법상 ‘토양오염 우려기준’을 최대 84배 웃도는 수치다. 석유계총탄화수소의 경우 공원이나 주거지역에 적용되는 ‘1지역’의 토양오염 우려기준이 500mg/kg인데, 명지국제신도시 2단계 사업지 한 지점에서 기준을 84.9배 넘긴수치가 측정됐다. 중금속인 구리는 150mg/kg을 넘기면 오염이 우려되는 것으로 판단하는데, 이곳에서는 기준을 77.1배 초과한 오염토가 발견됐다. 일정량 이상 노출되면 인체에 해가 될 수 있는 아연도 오염기준인 300mg/kg를 16.4배 넘었고, 발암물질인 6가크롬의 경우 기준(5mg/kg)을 5.4배 초과했다.

명지국제신도시 2단계 부지에서 토양오염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지난해 6월 강서구청은 LH에 사업지에서 토양오염이 확인된 또 다른 3개 지점 정화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이들 지점의 총 오염량은 182.8㎥에 달한다.

당시 3개 지점에서는 정밀조사 결과 TPH가 최대 2만 8519mg/kg로 기준치의 20배를 넘겨 검출됐다. 같은 지역에서 페놀은 17.6mg/kg 검출돼 기준치의 약 4배를 기록했고, 크실렌은 4069.2mg/kg 검출돼 기준치보다 90배 높게 나왔다. 페놀은 1급 발암물질이고, 크실렌은 호흡곤란을 일으키는 독성물질로 간주된다.

LH는 강서구청의 정화명령이 내려지고 약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토양정화를 실시하지 않았다. 추가로 토양오염이 드러난 8개 지점 정밀조사가 완료되면 한꺼번에 오염정화를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LH 관계자는 “올 3~4월께 정밀조사가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후 오염토를 반출해 정화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지난해 에코델타시티에서도 광범위한 규모의 토양오염이 확인된 데 이어, 지난달에는 강서구 A 특수학교 강당 공사 현장에서도 중금속 오염토가 발견됐다. 특히 에코델타시티에서는 오염된 토양이 사업 대상 부지 전역에서 발견돼 사업지 전체가 오염됐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이번에 명지국제신도시 2단계 부지에서 토양오염이 발견된 11개 지점도 사업지 전역에 걸쳐 있다. 또 대형 개발사업지와 약 8km 가량 떨어진 A특수학교에서도 중금속 오염이 확인된 만큼 토양오염이 강서구 일부 지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강서구 토양오염의 원인으로는 비닐하우스에서 사용한 유류저장탱크, 주변 지역 공장, 매립토 등 다양한 요소가 지목된다. LH 관계자는 “오래전에 있었던 비닐하우스 같은 곳에서 나온 기름 등이 원인이 아닐까 하고 조심스럽게 추정한다”고 밝혔다.

지속적으로 강서구 지역 토양오염 문제를 제기해 온 환경단체는 전수조사와 더불어 원인을 규명할 수 있는 개연성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초록생활 백해주 대표는 “현재 공사를 통해 새로 반입되는 흙이 수십 년 뒤 또다시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며 “이번을 계기로 반입되는 흙부터 시작해 전체 부지에서 다시 오염도를 확인하면서, 어디서 오염이 시작됐는지 개연성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고 밝혔다.

강서구청은 주유소, 공장 등 관련법상 토양오염관리대상시설로 분류되는 현장에서는 정기검사를 실시하고 있다며 아직 토양오염이 발견되지 않은 지역 등을 포함한 전수조사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강서구청 관계자는 “비용, 재산권 등 다양한 문제가 얽혀 있다. 일부 지역에서 토양오염이 발견됐다고 해서 조사 대상지를 강서구 전역으로 넓히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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