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만 15번… 천신만고 끝에 미국 하원 의사봉 쥔 매카시
투표만 15번… 천신만고 끝에 미국 하원 의사봉 쥔 매카시
새 의회가 출범했음에도 공화당 강경파 의원들의 몽니로 하원의장 선출에 거듭 실패했던 미국 하원(부산일보 지난 4일 자 12면 등 보도)이 드디어 신임 의장을 뽑았다. 다수당인 공화당 원내대표 케빈 매카시 의원이 천신만고 끝에 드디어 의사봉을 쥔 것인데,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두고 미국 민주주의 시스템상 문제점이 노출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즈 등은 7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의 메카시(58) 공화당 하원의원이 5일에 걸쳐 15차례 투표를 실시한 끝에 하원의장에 선출됐다고 보도했다. 매카시 의원은 6일 밤 본회의에서 열린 제15차 투표에서 216표를 얻었다. 이는 재적 의원 434명(1명 사망으로 궐위) 중 전체 유효투표(428표) 중 과반을 득표한 셈이다. 평소 매카시 의원이 조 바이든 행정부에 유화적이라는 이유로 그를 반대했던 공화당 초강경파 의원 20명도 매카시 의원 지지로 돌아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매카시 의원이 제118대 하원의장에 당선되자 당선을 축하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질(바이든)과 나는 케빈 매카시 의원이 하원의장으로 당선된 것을 축하한다”며 “미국 국민들은 그들의 지도자들이 그들의 필요를 무엇보다도 우선시하는 방식으로 통치하기를 기대하며, 그것이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하원은 앞서 지난 3일 개회와 함께 의장 선출 투표에 돌입했지만, 절반 이상의 표를 확보한 후보가 나오지 않아 의장 선출이 무산됐다. 이 때문에 무려 15번의 투표를 진행해야만 했다. 미국 하원이 의장을 뽑기 위해 10차례 이상 투표를 실시한 것은 남북 전쟁 직전인 1859년 이래 164년 만이다. 이 때문에 초강경 소수파의 횡포로 미국 의회가 마비됐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미국 의전 서열 3위, 신임 하원의장에 당선된 매카시 의원은 ‘친 트럼프’ 성향의 보수주의자로 평가받는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처했을 때 탄핵을 저지하기 위해 공화당 이탈표를 막으려고 시도했다. 그는 이번 하원의장 선출 투표에서 집요하게 자신을 반대했던 공화당 초강경파인 ‘프리덤 코커스’를 설득하기 위해 다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손을 벌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그의 정치적 입지와 리더십도 상당히 축소됐고, 향후 강경파에 휘둘리면서 안정적인 의회 운영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바이든 행정부와도 극한 대립을 예고하고 있다.
매카시 의원은 대중 강경론자이기도 하다. 그는 중국 문제를 전담하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대만 방문 희망을 피력하기도 했다. 매카시 의원은 하원의장 당선 이후 첫 연설에서 “미국의 오래된 문제인 채무와 중국 공산당의 부상을 해결할 것”이라며 “의회는 이 두 사안에 대해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중국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중국에 넘어간 수십만 일자리를 다시 가져올 방법을 조사할 것이며 그렇게 우리는 중국과 경제 경쟁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