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올 4월 선거구제 개편 완료, 정치 개혁 앞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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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셈법 따른 백가쟁명에 그쳐
실패 전철 밟는 우 범하지 말아야

현행 선거제 평가 및 개선 방향에 대한 논의를 위해 19일 오후 국회에서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현행 선거제 평가 및 개선 방향에 대한 논의를 위해 19일 오후 국회에서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권의 선거제도 개편 논의가 지지부진이다. 새해 벽두에 윤석열 대통령과 김진표 국회의장이 동시에 정치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선거제도 개편을 키워드로 제시했건만, 정치권이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고쳐야 한다’는 총론에는 이견이 없지만, ‘무엇을 어떻게’라는 각론에서 저마다 손익을 따지며 주저하기 때문이다. 국회 정치개혁특위가 발족해 중대선거구제 도입,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비례 의원 정수 확대 등 다양한 안을 놓고 논의하고 있지만 백가쟁명식 난상토론에 그치는 실정이다. 이러다 과거처럼 개혁 시늉만 내다가 좌초하는 것 아니냐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나온다.


현행 소선거구제의 폐해는 오래전부터 지적돼 왔다. 정당 득표율과 의석 배분의 불일치, 지역주의에 기반한 거대 정당 독점 구도 고착화 등이 그렇다. 이를 고치기 위한 시도가 지난 수십 년간 무수히 있었지만 번번이 실패로 끝났다. 그중에서도 2019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은 결과적으로 우리 정치사의 씻을 수 없는 오점으로 남았다. 표심과 의석 배분의 비례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됐지만 이듬해 치러진 21대 총선에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위성정당 창당이라는 희대의 꼼수로 무력화했기 때문이다. 선거제도 개편과 관련해 정치권이 그 전철을 밟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 돌아가는 상황은 그런 우려를 불식시키기보다 오히려 부채질하는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선거법 개정 과제를 던지자 여야가 마지못해 논의에 들어간 모양새이나 내부적으로는 의견이 엇갈리면서 실질적인 선거제도 개편에는 회의적인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다음 달 예정된 전당대회가 발등의 불인 격이라 선거제도 개편에는 적극 나서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뜨뜻미지근한 자세다. 중대선거구제 도입에 대해 당 지도부가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고, 일각에선 윤 대통령의 선거제 개편 제안에 다른 정치적 속내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길까지 보내고 있다.

국회의원들의 정치적 생명이 걸린 선거제도 개편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국론을 분열시키고 나라를 망치는 현행 정치제도를 그대로 둘 수는 없다. 정치권은 개인과 정당 차원의 잇속을 떠나 국민을 바라보는 거시적 안목에서 선거제도 개편에 적극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 22대 총선은 내년 4월 10일이고 선거법상 1년 전까지 선거구가 정해져야 한다. 김 국회의장이 올 4월까지 선거제도 개편을 마무리짓겠다고 밝힌 이유다. 정치 개혁에 대한 국민적 염원이 그 어느 때보다 큰 지금이다. 정치권은 이를 무겁게 여겨 조속히 선거제도 개편을 마무리지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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