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피랑 날개 벽화 새단장했다는데…경남 벽화마을 3곳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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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 ‘가고파꼬부랑길벽화마을’, 어린이 그림책을 벽화로 곳곳에
고성 ‘배둔 골목정원’, 셉테드 적용해 농촌 으슥한 골목길 환하게
소박하며 정다운 ‘초선 벽화마을’, 어린이들 뛰노는 벽화로 가득
통영 ‘동피랑 벽화마을’, 교체된 대형 벽화 10점 찾는 재미 ‘쏠쏠’

통영 '동피랑 벽화마을'에 있는 우주정원 벽화. 우주선이 하늘로 날아오르고, 빈집 안으로 들어가면 우주비행사와 긴 꼬리를 단 혜성이 눈에 들어온다. 통영 '동피랑 벽화마을'에 있는 우주정원 벽화. 우주선이 하늘로 날아오르고, 빈집 안으로 들어가면 우주비행사와 긴 꼬리를 단 혜성이 눈에 들어온다.

새로운 것을 보고 배우는 물음표 여행, 직접 체험하는 느낌표 여행, 휴식 같은 쉼표 여행…. 서로 다른 사람들의 모습처럼 여행의 취향 역시 각양각색이다. 날씨가 추워지면 견문을 넓히는 여행이나 역동적인 여행은 왠지 부담스럽다. 이럴 때엔 한적함과 여유로움을 즐기는 여행이 안성맞춤이다. 오지 마을이나 산동네에 자리한 벽화마을은 도시 생활의 번잡함을 잠시 잊고 한갓짐을 만끽할 수 있어 그런 여행의 취향을 충족해 줄 수 있다. 흰여울문화마을, 감천문화마을, 안창마을 등 전국적으로 이름이 난 부산 지역 벽화마을 못지않게 경남에도 거리 부담 없이 다녀올 만한 벽화마을이 여럿 있다. 동심과 감성을 동시에 충전할 수 있는 벽화마을로 떠나 보자.


마산 ‘가고파꼬부랑길벽화마을’에서는 인기 그림책들을 벽화로 만날 수 있다. 어린이 그림책 <고민 식당> 벽화. 마산 ‘가고파꼬부랑길벽화마을’에서는 인기 그림책들을 벽화로 만날 수 있다. 어린이 그림책 <고민 식당> 벽화.
마산 ‘가고파꼬부랑길벽화마을’에서는 인기 그림책들을 벽화로 만날 수 있다. 액자 형식의 <언제나 사랑해> 벽화. 마산 ‘가고파꼬부랑길벽화마을’에서는 인기 그림책들을 벽화로 만날 수 있다. 액자 형식의 <언제나 사랑해> 벽화.
마산 ‘가고파꼬부랑길벽화마을’에 있는 행복버스 벽화. 마산 ‘가고파꼬부랑길벽화마을’에 있는 행복버스 벽화.
마산 ‘가고파꼬부랑길벽화마을'에 있는 화장실 벽화. 미국의 만화 ‘심슨 가족’에 나오는 캐릭터가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다 깜짝 놀라고 있다. 마산 ‘가고파꼬부랑길벽화마을'에 있는 화장실 벽화. 미국의 만화 ‘심슨 가족’에 나오는 캐릭터가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다 깜짝 놀라고 있다.

■마산에 가면 ‘가고파꼬부랑길벽화마을’

가고파꼬부랑길벽화마을은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추산동과 성호동 일대 30여 가구를 잇는 골목에 조성됐다. 아담한 언덕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집들 사이로 마을 이름처럼 꼬불꼬불 이어지는 골목길이 나 있다. ‘꼬부랑’은 꼬불꼬불하게 휘어짐을 뜻한다. ‘가고파’는 마산에서 태어난 시인 이은상이 지은 시이자, 한국의 대표적인 가곡인 ‘가고파’에서 이름을 따왔다. 경남은행이 골목길을 정비했고, 경남미술협회 소속 미술작가 32명이 담벼락과 좁은 골목길에 아기자기 꼬까옷을 입혔다.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에서 신추산아파트 쪽으로 200m가량 걸으면 언덕바지 집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아래 담벼락에는 액자 모양의 벽화들이 줄지어 반긴다. 어린이 그림책 <우리는 어린이 시민> <우리 집 하늘> <언제나 사랑해>의 장면들을 벽화로 그려 냈다. 벽화마을에 왔음을 금세 알아챈다. 바로 옆에는 벽화마을 안내판이 있다. 안내판을 끼고 돌면 무지개 색깔 계단이 나온다. 벽화마을로 오르는 입구다. 계단을 오르면 양쪽 담벼락에 파스텔톤 색감을 배경으로 낙타와 원숭이, 코끼리, 호랑이가 뛰어논다. 꼬부랑 골목길을 따라가다 보면 우물이 나온다. 이 우물은 가뭄에도 마르지 않으며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듯한 물을 공급해 줘 마을 주민들에게 생명수 역할을 했다고 한다. 지금은 쓰이지 않지만, 100년 넘게 형태가 보존돼 있어 ‘백년 우물’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우물 둘레에는 돌을 쌓아 올린 것처럼 그림을 그려 넣었다.

가고파꼬부랑벽화마을 골목길은 400여m밖에 안 된다. 모두 둘러보는 데 20~30분이면 족해 괜스레 느긋해진다. 미국의 만화 ‘심슨 가족’에 나오는 캐릭터가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다 깜짝 놀라는 그림과 꼬부랑 할머니 노래 그림, 행복 버스 그림, 날개 그림 등 다양한 벽화를 만나 볼 수 있다. 고지대에 올라서면 멀리 마창대교와 마산 일대의 탁 트인 풍경도 감상할 수 있다. 가고파꼬부랑길벽화마을은 아이들에게 인기가 있는 그림책들을 곳곳에 그려 놓았다는 점에서 차별화되는 벽화마을이다. <연탄집> <고민 식당> <우리 할아버지> <우리 할머니는 못 말려> 등 그림책을 액자 형식으로 그려 놓은 벽화를 보면, 아이들이 “내가 읽은 책이야”라고 반갑게 얘기할지 모른다.


고성 ‘배둔 골목정원’ 입구. 농촌 마을의 골목길이 셉테드(CPTED‧범죄예방디자인)를 적용한 안심 골목길로 탈바꿈했다. 고성 ‘배둔 골목정원’ 입구. 농촌 마을의 골목길이 셉테드(CPTED‧범죄예방디자인)를 적용한 안심 골목길로 탈바꿈했다.
고성 ‘배둔 골목정원’에 있는 ‘모나리자’ 패러디 벽화. 신비스러운 미소를 띠는 여인 대신 공룡이 다소곳이 두 손을 모으고 있다. 원작처럼 눈썹이 없다. 고성 ‘배둔 골목정원’에 있는 ‘모나리자’ 패러디 벽화. 신비스러운 미소를 띠는 여인 대신 공룡이 다소곳이 두 손을 모으고 있다. 원작처럼 눈썹이 없다.

고성 ‘배둔 골목정원’ 담장에는 화분과 인공 둥지가 설치돼 있어 따뜻한 봄이 되면 새들이 찾아올 법하다. 고성 ‘배둔 골목정원’ 담장에는 화분과 인공 둥지가 설치돼 있어 따뜻한 봄이 되면 새들이 찾아올 법하다.
고성 '초선 벽화마을'에는 어린이들이 많이 등장한다. 벽화마을의 주제가 ‘아이들이 뛰놀고 싶은 동네’다. 고성 '초선 벽화마을'에는 어린이들이 많이 등장한다. 벽화마을의 주제가 ‘아이들이 뛰놀고 싶은 동네’다.

■고성에 가면 ‘배둔 골목정원’과 ‘초선 벽화마을’

공룡엑스포로 유명한 ‘공룡 도시’ 고성에는 소소하지만 그냥 지나치면 아쉬운 벽화마을들이 있다. 배둔 골목정원도 그런 곳이다. 경남 고성군 회화면 배둔마을의 한 골목길(관인로 21번길 19)이 2020년 셉테드(CPTED‧범죄예방디자인)를 적용한 안심 골목길로 탈바꿈했다. 70~80m 정도 되는 골목길 담장에는 공룡과 꽃을 주제로 한 다양한 벽화가 그려져 있다. 흔히 도시에서 범죄 예방을 위해 도입하는 셉테드 기법이 농촌 마을에 적용됐다는 점에서 새롭다. 농촌에서 사람들이 도시로 빠져 나가고 농촌의 골목길들도 혼자 걷기 무서운 곳이 돼 버렸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 한편으론 씁쓸하다. 골목정원 입구에는 ‘경찰 집중 순찰 구역’이라는 안내판이 달려 있다.

골목정원에 그려진 벽화들은 앙증맞고 귀엽다. 고성 공룡엑스포의 마스코트인 ‘온고지신’ 공룡들이 벽화 속에서 뛰어놀고 있다. 꽃과 풀이 그려진 담벼락에는 새들을 위한 둥지와 화분이 설치돼 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 ‘모나리자’를 패러디한 벽화는 신비스러운 미소를 띠는 여인 대신 공룡이 다소곳이 두 손을 모으고 있다. 원작처럼 눈썹이 없다. 우스꽝스러우면서도 기발하다.

고성군 마암면 초선마을에 있는 초선 벽화마을은 소박하며 정답다. 동고성농협 마암지점에서 마암초등학교까지 왕복 2차로 도로를 사이에 두고 양쪽 350여m 구간 30여 채의 집 담장이 벽화로 수놓였다. 고성의 명소인 옥천사나 장산숲으로 가는 길에 잠시 들러 볼 만한 곳이다. 벽화마을 길을 걷다 보면 유난히 귀여운 어린이 벽화가 많다. 벽화마을의 주제가 ‘아이들이 뛰놀고 싶은 동네’다. 그도 그럴 것이 벽화마을의 끝 지점에 마암초등학교가 있다. 아이들 등굣길과 딱 어울린다. 마암초등학교 건물은 벽화마을처럼 알록달록 물들어 있어 벽화마을과 조화롭다. 벽화마을 구간의 가로수는 은행나무다. 머지않은 봄에 새잎이 돋으면 벽화들과 멋들어지게 어우러진다.


통영 '동피랑 벽화마을'에 새롭게 그려진 곽동희 팀의 작품 ‘날개’. 커다란 날개 뒤로 통영 바다와 고래 구름, 등대 등을 배경으로 그려 넣어 역동적이다. 통영 '동피랑 벽화마을'에 새롭게 그려진 곽동희 팀의 작품 ‘날개’. 커다란 날개 뒤로 통영 바다와 고래 구름, 등대 등을 배경으로 그려 넣어 역동적이다.
통영 '동피랑 벽화마을'에 있는 우주정원 벽화. 빈집 안으로 들어가면 우주비행사와 긴 꼬리를 단 혜성이 눈에 들어온다. 통영 '동피랑 벽화마을'에 있는 우주정원 벽화. 빈집 안으로 들어가면 우주비행사와 긴 꼬리를 단 혜성이 눈에 들어온다.
통영 '동피랑 벽화마을' 입구에 그려진 밥장(장석원)의 작품 ‘붉은순신 검은통영’ 벽화. 통영 '동피랑 벽화마을' 입구에 그려진 밥장(장석원)의 작품 ‘붉은순신 검은통영’ 벽화.

■통영에 가면 새 옷 입은 ‘동피랑 벽화마을’

통영 통피랑 벽화마을은 통영 시가지의 중심지인 강구안 언덕에 위치한 달동네다. 한때 재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지만, 지역 주민과 지역 사회가 집 담장과 벽에 벽화를 그려 넣어 되살아났다. 입소문을 타고 지금은 전국적인 명소가 됐다. 동피랑 벽화마을은 2년에 한 번씩 대형 벽화를 중심으로 그림을 교체한다. 동피랑 벽화마을이 전국적인 명성을 유지하는 데엔 이런 변화의 노력도 한몫했다. 동피랑 벽화마을에 안 가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가 본 사람을 찾기 힘든 이유도 이 때문일지 모른다.

동피랑 벽화마을엔 새로운 대형 벽화 10점이 그려졌다. 지난해 5월부터 10월까지 5개월간 작업을 거쳐 새 옷을 입었다. 이번이 8번째 벽화 교체다. 지난해 동피랑 벽화 그리기 공모에 참여한 54개 팀 중 지정 공모에는 밥장(장석원)과 곽동희 등 2개 팀이 선정됐고, 자유 공모에는 하루살이, 아우라, 누리봄, ART4+, 아트인, 김혜진, 이임숙, 통영여고 미술동아리 등 8개 팀이 선정됐다.

벽화마을로 접어들자마자 오르막 길목에 밥장(장석원)의 벽화 ‘붉은순신 검은통영’이 눈에 들어온다. 붉은 바다를 배경으로 이순신 장군과 함께했던 시간, 통영 바다를 품고 산 사람들, 동네마다 넘실거리던 자유로운 영혼과 예술 등을 표현했다. 검정과 빨강으로만 색을 구성해 강렬한 이미지다.

벽화에 애정을 품고 시선을 돌리다 보면 바뀐 벽화들을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동피랑 벽화마을의 벽화 중 포토존으로 단연 으뜸이었던 날개 벽화도 곽동희 팀의 손길을 거쳐 새로워졌다. 커다란 날개 뒤로 통영 바다와 고래 구름, 등대 등을 배경으로 그려 넣어 한결 역동적이다. 작은 건물 벽에 하늘로 날아오르는 우주선이 그려져 있어 다가가 보니 빈집 공간에 이색적인 우주정원이 나타난다. 아우라팀의 벽화다. 계단을 올라 빈집 안으로 들어가니 밤하늘에 혜성이 긴 꼬리를 끌며 빛나고 있다. 우주비행사도 보인다.

봉긋 솟은 섬과 바닷속 해초를 형상화한 벽화(하루살이팀), 하와이의 자연을 연상케 하는 보태니아트(식물의 특징을 표현한 그림) 벽화(김혜진팀), 우리나라 전통 색상인 오방색(청·적·황·백·흑)으로 그려낸 동양화 느낌의 벽화(이임숙팀)도 동피랑 벽화마을에 새롭게 터를 잡고 반갑게 맞아 준다. 숨은 그림 찾기마냥 새로운 벽화들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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