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추락하는 시장, 블록체인도 끝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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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홍열 비댁스 대표·변호사

미니홈피 싸이월드는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이 등장하기 전 2000년대를 주름잡으며 1촌 맺기를 유행시켰다. 더불어 많은 이들은 싸이월드 서비스 종료와 함께 사용자들이 장기간 축적한 방대한 데이터도 함께 소멸하는 아픈 경험을 했다. 유사한 사례는 게임 업계에서도 찾을 수 있다. 온라인 1인칭 슈팅 게임 서든어택을 만든 개발사 게임하이가 넷마블과 게임 유통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게임하이가 넥슨에 인수되면서 넷마블과의 계약 연장이 이루어지지 않게 되었다. 넥슨은 서비스의 연속성을 위해 넷마블에 사용자 데이터를 요구했지만, 양사 간의 마찰로 데이터가 공유되지 못했다. 결국 사용자들만 불편과 손해를 감내해야 했다. 얼마 전 있었던 카카오 서버 다운 사태도 그렇다. 또 시중은행이나 증권사 전산 장애처럼 시스템을 통제·관리하는 곳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모든 사용자의 데이터 사용이나 처리가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서비스 종료돼도 데이터 보유

탈중앙화로 민주화 이끌 기술

코인 가치 급락 냉각기 불구

각국 법규 정비로 제도권 편입

투기성 거래만 보고 비난 말고

기술 잠재력·파급 효과 이해해야

블록체인은 이처럼 중앙화된 기존의 데이터 시스템에 반기를 들고 탈중앙화, 보안성, 투명성, 신뢰성 등을 핵심 가치로 두고 개발된 기술이다. 블록체인은 참여자 모두가 데이터를 검증하고 동일한 데이터를 대조·보관한다. 이로써 수많은 참여자를 한꺼번에 해킹하지 않고서는 데이터를 탈취하거나 위·변조할 수 없다. 모든 참여자들이 데이터를 확인하고 모니터링이 가능한 투명성까지 갖췄다. 수많은 참여자들이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동일한 데이터를 공유하기 때문에 고장, 정전이나 네트워크상에 장애가 발생해도 다른 통신망이 계속 작동하여 데이터의 가용성과 신뢰성이 유지된다.

블록체인 기술이 싸이월드나 서든어택에 적용된다면 어떻게 될까? 싸이월드에 저장해 둔 사용자들 개인의 무수한 글과 사진을 마음껏 즐기고 공유하고, 친구들과 애틋한 추억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게임 내에서 많은 경기를 통해 획득한 전적이나 레벨 데이터, 구매한 아이템 등은 게임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어디든 상관없이 게임 유저가 자유롭게 옮겨 갈 수 있다. 심지어 게임 서비스 자체가 없어져도 관련 데이터 자체는 그대로 보유할 수 있게 된다. 중앙화된 시스템과 달리 정전이나 장애가 발생하더라도 다른 참여자를 통해 얼마든지 데이터 사용의 연속성이 보장된다. 이런 마법 같은 일들이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구현되면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고 다채롭게 만들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은 특정 소수가 데이터를 통제·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참여자 누구나 함께하는 방식, 즉 데이터 통제·관리에 있어서 ‘민주화’라는 혁신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이라는 거대한 파도가 전 세계를 강타하자 블록체인 기술의 아이콘이 된 비트코인은 한때 단 1코인이 8000만 원을 호가하고, 투자자들이 구름처럼 모여들기도 하였다. 그러나 2022년 하반기 들어서면서부터 빙하기라 부를 정도로 각종 코인과 토큰의 가치가 하락하고 관련 시장은 급격히 위축되고 말았다. 반면, 웹 3.0 시대의 핵심 기술 중 하나로 블록체인이 포함되고, 가상자산에 대해서는 각국이 법규를 정비해 제도권 내로 편입하려 애쓰고 있다. 해외 유명 금융기관들은 가상자산이 기존 자본시장에 포섭되는 것을 기정 사실로 보고 관련 시장에 앞다퉈 진출하고 있다. 이러한 괴리는 블록체인 특구로 지정된 부산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가상자산 투자 심리가 얼어붙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부산시는 블록체인 기술에서 성장 동력을 찾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을 기대하며 각종 정책과 방안을 계획 및 시행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상반된 모습이 상존하는 것에 당황해서는 안 된다. 블록체인이 개발된 배경과 잠재력을 직시하고 방향을 잘 설정해야 할 것이다. 아직 블록체인에 대한 이해와 공감대가 대중들 사이에 충분히 형성되지 않아 오해의 여지가 많다. 코인이나 토큰은 블록체인 기술을 발전시키고 꽃피우기 위한 자금 확보를 목적으로 블록체인 개발자들이 고안해 낸 새로운 자본확보 수단일 뿐이지 블록체인 그 자체가 아니다. 금융당국이 촘촘히 쳐 놓은 규제에도 불구하고 라임 펀드, 옵티머스 펀드와 같은 천문학적 규모의 금융사고들이 발생하고 있듯이, 코인·토큰 관련 사기 혹은 투기성 거래는 사용하는 사람의 문제이지 블록체인 자체를 비난해서는 안 된다. 부산시를 비롯해 블록체인을 먼저 깨달은 소수가 대중들에게 블록체인이라는 구호만 앞세워 혁신의 대열에 함께하라고 강권해서는 곤란하다. 가상자산 시장이 냉각기를 갖고 있는 지금은 블록체인 기술의 잠재력과 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해 충분한 이해와 공감대를 끌어내는 일에 심혈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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