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류 오염수 퍼 올려 봐야 동천 수질개선 ‘백년하청’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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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부터 해수도수사업 시작
하류 지난해 수질 최하등급 악화
연 25만t 방류에도 개선은 미흡
취수 지점 이동 등 대책 검토 시급


부산의 대표적 도심하천인 동천의 수질 개선을 위해 끌어오는 바닷물이 수질 5등급의 오염된 물인 것으로 확인됐다. 동천 해수도수 사업을 시작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수질 개선 효과가 미미해 10여 년간의 정책이 헛돌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부산시에 따르면 시는 2010년부터 동천 수질개선 사업의 일환으로 해수도수 공급사업을 해 왔다. 동천이 감조하천(바다와 맞닿아 있어 밀물과 썰물에 영향을 받는 하천)인 만큼 바닷물을 끌어와서 상류에 흘려보내 수질을 개선한다는 구상이다. 끌어올린 바닷물은 동천 광무교, 범3·4호교, 성서교 등 6곳의 지점에서 방류한다. 2010년부터 5만t의 바닷물을 방류하다 수질 개선 효과가 미미하자 2021년부터는 방류량을 20만t 늘려 운영해 왔다. 총 사업비는 345억 원에 달한다.

문제는 바닷물을 끌어오는 지점이다. 동천 해수도수 펌프장은 미군 55보급창 끝자락인 동천 하류에 있다. 시 보건환경연구원이 실시한 해양환경측정망 수질조사에서 동천 하류의 생태기반 해수 수질기준은 지난해 2·3분기에 5등급을 받았다. 1~5등급 가운데 5등급은 ‘아주 나쁨’으로 최하등급이다.


부산 동천 일대 도심 전경. 부산일보DB 부산 동천 일대 도심 전경. 부산일보DB

최하등급의 물을 끌어오다 보니 수질 개선 효과가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 시는 과거에 비해 수질 데이터가 확연히 개선됐다는 입장이지만 지난해 광무교 부근의 수질을 보면 12개월 중 3개월이 기준치를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범일교는 3개월, 성서교는 1개월이 기준치를 초과했다. 방류지점이 몰려 있는 범4호교만 겨우 기준치를 충족했다. 시의 목표치 자체가 낮다는 점도 문제다. 시는 2020년 중기 목표치로 용존산소(DO) 농도를 2mg/L로 잡았는데, 이는 4등급(약간 나쁨) 수준이다. 이 때문에 수질이 나아졌다는 시의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결국 오염된 물을 끌어온 탓에 10년 넘게 진행돼 온 수질 개선 사업의 효과는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부산시의회 김재운 의원은 “수질이 좋지 않은 동천에서 흘러나온 물을 다시 상류로 끌어올려 순환시키니 수질이 개선될 수 없다”면서 “조금만 더 먼바다 쪽의 물을 끌어왔다면 이렇게까지 수질 개선이 더디진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동천 하류 인근인 5부두 쪽의 해수 수질은 지난해 2·3분기 2등급(좋음)이었다.

시가 소극적이고 안일한 대처로 해양수산부와 제대로 협의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하천은 지자체가 관리하지만, 북항 등 국가항만은 정부(해수부) 관할이다.

이에 대해 시 환경물정책실 관계자는 “당시 먼바다 쪽에서 물을 끌어오려 해도 인근이 항만이기 때문에 불가능했다. 해수부와 협의도 되지 않을 뿐더러 관로를 더 길게 깔 경우 설치·유지에 드는 예산이 막대하다”면서도 “향후 북항재개발사업으로 부두가 이전하게 되면 취수지점 이전도 적극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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