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방점 찍은 김기현, ‘부산 사나이’ 강조한 안철수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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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전대 부울경 합동연설회

천하람, 윤핵관 간신배에 비유
황교안, 강한 보수로 표심 공략
엑스포 유치·가덕신공항 개항
지역 현안 해결 적임자 주장

국민의힘 당대표와 최고위원 후보들이 14일 부산서 열린 제3차 전당대회 부산·울산·경남 합동연설회에 참석했다. 왼쪽부터 김기현, 안철수, 천하람, 황교안 당대표 후보. 김종진 기자 kjj1761@ 국민의힘 당대표와 최고위원 후보들이 14일 부산서 열린 제3차 전당대회 부산·울산·경남 합동연설회에 참석했다. 왼쪽부터 김기현, 안철수, 천하람, 황교안 당대표 후보. 김종진 기자 kjj1761@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당대표·최고위원 후보들이 전날 제주에 이어 14일 부산항 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부산·울산·경남 합동연설회에서 지역 발전 전략 등을 놓고 격돌했다. 각 후보는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이자 부산 최대 현안인 2030부산세계박람회(부산엑스포) 유치와 가덕신공항 조기개항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당대표 후보들의 경우, 김기현 후보는 지역 연고를 강조하며 전날에 이어 ‘통합’에 방점을 찍었고, 안철수 후보는 보수 정체성을 강조하며 김 후보의 ‘탄핵’ 발언에 대한 공세를 이어 갔다. 천하람 후보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관계자)을 조선시대 간신에 비유하며 선명하게 대립각을 세웠고, 황교안 후보는 ‘강한 보수’를 내세우며 강성 지지층의 표심 공략에 나섰다.

김기현 후보의 경우, 이날 부산 방문에서 당대표 예비경선에서 탈락한 부산 5선 조경태 의원의 지지를 끌어내 눈길을 끌었다. 본선 무대에서 이른바 ‘연포탕(연대·포용·탕평)’을 핵심 메세지로 내세우는 김 후보가 중도 성향인 조 의원과의 통합을 통해 외연 확장에 나선 것이다. 김 후보는 이날 부산엑스포 홍보영상관을 따로 방문해 “유치에 온 마음을 쏟겠다”며 지역 밀착 행보를 이어 갔다. 김 후보는 이날 오후 연설회에서도 조 의원과의 연대를 부각하면서 “통합은 제가 전문가다. 대통합의 원팀으로 총선 승리를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또 “경남 울산에서 태어났고, 초·중·고를 부산에서 나왔다. 아버지는 경남 도의원을 했다”며 지역 연고를 강조하면서 “지역 현안을 풀려면 지역 출신 당 대표가 나와야 하지 않겠느냐”고 지역 표심에 호소하기도 했다.


안철수 후보 역시 연설 모두에서 “부산의 아들, 부산사나이 안철수”라며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으로 2030부산월드엑스포를 국정과제에 포함시킨 것도 저”라고 부산 출신임을 내세웠다. 안 후보는 최근 김 후보 측의 ‘정체성’ 공격과 관련, “제 아내 김미경 교수가 평생 공부만 했는데, 작년에 인생 처음으로 국민의힘 당원이 됐다”며 “저와 제 가족은 국민의힘에 완전히 뿌리를 내렸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김 후보의 ‘탄핵’ 발언에 대해 “당대표 후보라면 대통령 탄핵 운운하면서 흑색선전으로 당의 분열을 조장하면 안 된다. 그런 사람은 당 대표 후보 자격이 없다”고 거듭 비판했다. 다만 안 후보는 “단일화로 정권교체에 공헌한 제게 남은 건 정권의 성공, 대통령의 성공뿐”이라며 대통령실과의 간극을 좁히려 했다.

천하람 후보는 연설 시간 대부분을 윤핵관 공격에 집중했다. 그는 친윤(친윤석열)계의 공세로 전대에 불출마한 나경원 전 의원과 안 의원 등의 대선 승리 공을 거론하면서 윤핵관을 임진왜란 당시 충신들의 공을 가로챈 간신에 비유하기도 했다. 천 후보는 “충신과 역신이 뒤집히고 공을 세운 자가 하루아침에 비난의 대상이 되는 상황 속에서 보수를 위해서 앞으로 나가 싸우는 것은 무모한 짓”이라며 “당대표가 되면 이러한 현실은 반드시 바로잡고 싶다”고 말했다.

황교안 후보는 “정권을 교체했지만 무도한 민주당의 횡포로 달라진 게 있느냐”며 “윤석열 정부를 성공시키기 위해선 거대 횡포에 맞서서 강하게 싸워야 한다”고 강한 대표론을 내세웠다.

이와 함께 지난 예비경선에서 약진한 이준석계에 대한 친윤계의 견제도 본격화됐다. 친윤계인 김정재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천 후보의 ‘공천 개입 금지’ 공약에 대해 “본인들이 공천을 못 받을까 두려워하는 것 같기도 하다. 원래 겁 먹은 개가 많이 짖는 법 아니겠나”며 천 후보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이에 천 후보는 페이스북에 ‘누가 겁먹은 개인지는 지켜보는 국민, 당원들이 더 잘 알 것’이라며 ‘입만 열면 막말인 이런 분들, 자칭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호소인들이 앞장서는 총선 해 보라. 폭망 확정’이라고 응수했다. 또 친윤계인 유상범 의원이 이날 이준석 전 대표를 향해 “숨어 있다가 선거가 있으면 연탄가스처럼 탁 나타난다”고 비난하자, 이 전 대표는 “연탄가스를 쐬고 바퀴벌레들이 못 참고 튀어나올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며 비꼬는 등 신경전이 종일 이어졌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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