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원 칼럼] 북항의 봄, 엑스포 맞으러 가자

임성원 기자 fores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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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실장

새봄 맞아 푸른빛 머금은 친수공원
맑은 물빛, 찰랑거리는 파도 소리
어느덧 ‘슬세권’이 된 부산 북항
4월 2일부터 현지 실사 주 무대
남은 한 달 보름 총력전 나서야
올해는 부산 새 이정표 세우는 해

부산역 인근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테이크아웃 음료를 든 채 새봄을 맞은 부산 북항 친수공원을 거닐고 있다. 임성원 기자 부산역 인근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테이크아웃 음료를 든 채 새봄을 맞은 부산 북항 친수공원을 거닐고 있다. 임성원 기자

북항에도 봄이 왔다. 부산역과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을 잇는 공중보행교를 따라 걸으면 바다를 배경으로 거느린 북항재개발사업지가 한가득 눈에 들어온다. 보행덱, 보도교로 이어진 친수공원과 경관수로에는 긴 겨울잠에서 깨어난 봄 햇살이 잘게 부서지고 있다. 랜드마크 부지 내 야생화단지는 벌써 푸른빛을 머금었고, 여차하면 유채꽃 꽃잔디 금계국의 꽃망울을 잇따라 터뜨릴 기세다.

점심시간이어서인지 테이크아웃 음료를 들고 삼삼오오 북항 친수공원을 걷는 직장인의 모습이 이곳저곳 눈에 띈다. 1876년 개항 이후 146년 만인 지난해 개방되기 시작한 북항은 그동안 야금야금 금단의 땅을 해제해 왔다. 이제는 시민들의 발걸음을 오페라하우스 앞까지 들여놓았고, 영도가 바로 코앞인 그곳 전망대에는 바닷물에 손과 발을 담글 수 있는 ‘친수공간’이 마침내 완성됐다.


올봄에 들어와 친수공원은 더 봄단장에 열중이다. 시민들이 편하게 북항의 바다를 즐기도록 각종 편의시설 마련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이쯤 되면 ‘부산 시민들이 슬리퍼 신고 와서 즐길 수 있는 북항’이라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이 어느 정도 현실화하였다고 볼 수 있겠다. 보도교 위에서 내려다보면 해초까지 선명하게 드러나는 맑은 물빛, 손과 발을 담그도록 유혹하는 찰랑거리는 파도 소리는 한때 시민의 바다를 빼앗긴 북항에도 봄이 오고 있음을 알린다.

그런 북항이 어찌 부산 시민만의 것일 수 있겠는가. 부산역을 나와 부산항 하늘광장으로 이어지는 공중보행교를 따라 캐리어를 끌며 북항을 즐기는 외지인 관광객이 적지 않다. 게다가 국제여객터미널도 정상화됐다. 오사카, 후쿠오카, 시모노세키에 이어 오는 25일 대마도 항로까지 열리면 부산과 일본을 오가는 모든 뱃길이 복원되는 셈이다. 텅텅 비어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던 터미널 야외주차장도 이제는 제법 차량으로 자리를 채우는 분위기다. 부산의 관문인 부산역과 국제여객터미널을 끼고 있는 북항은 이제 국내외 관광객들도 즐기는 친수공간이 되었다.

유채꽃이 만발할 4월이 오면 북항이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는 단초를 마련할 특별한 손님들이 찾아온다. 2030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개최 후보 도시의 준비 상황을 점검하는 국제박람회기구(BIE) 실사단이 4월 2~7일 한국을 찾는데, 현지 실사의 주 무대가 바로 북항이다. 특히 유채꽃이 필 해양문화지구의 랜드마크 자리는 부산엑스포의 메인 광장 역할을 할 곳이어서 더욱 이목이 쏠리고 있다.

부산시는 BIE 실사단이 가는 곳마다 스토리텔링을 입혀 부산엑스포 개최의 당위성을 강조한다는 전략을 세워 놓았다. 이번 실사는 엑스포의 운명을 가르는 건곤일척의 승부수가 될 전망이다. 6월에 열리는 BIE 총회에서 실사 결과 보고서가 공개되기 때문이다. 이 보고서는 오는 11월 엑스포 개최지 선정 투표에 나서는 171개 BIE 회원국에 전달·공유된다.

2030엑스포의 시간표에서 본다면 11월 투표에 앞서 실사 보고서가 공개되는 6월이 아무래도 분수령이 될 듯하다. 그 6월의 승부를 사실상 결정짓는 게 현지 실사이고 보면 4월 부산 현지 실사에 엑스포의 미래가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월 6~10일 진행되는 경쟁도시 리야드(사우디아라비아)의 현지 실사 분위기도 반드시 체크해야 할 사항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기에 그렇다. 양 도시 간의 초박빙 경쟁구도를 깰 절호의 기회가 바로 현지 실사다.

그렇다면 현지 실사 때까지 남은 한 달 보름은 천금 같은 시간이 아닐 수 없다. 총력전 전면전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모든 걸 다 쏟아붓고 부산과 한국의 미래까지 온전히 걸어야만 하는 시간이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와 엑스포특위를 앞세운 국회가 유치전의 전면에 나서고 있는 모습은 고무적이다.

연말에 결판이 나는 부산엑스포 유치 여부는 내년 총선의 결과를 미리 알리는 바로미터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유권자이기도 한 부산 시민, 부울경 주민들은 엑스포를 위해 누가 열과 성을 다해 뛰어왔는지 낱낱이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엑스포 유치를 향한 대장정에서 드러난 것처럼 엑스포는 부산에 있어 ‘거의 모든 것’에 가깝다. 정부와 정치인들은 엑스포 유치에 자신의 정치적 미래를 걸어야 마땅하다.

북항에 봄이 오고 있다. 어느덧 슬세권(슬리퍼로 생활 가능한 세력권)으로 다가온 북항에 앞다퉈 달려가 엑스포를 맞이할 시간이다. 그곳에서 부산의 미래와 희망에 관한 이야기꽃을 피우며 ‘부산이라 좋다’(Busan is Good)는 감탄사를 섞은 자긍심을 물려줄 채비를 할 때다. 마침내 그 소망이 이뤄진다면 2023년은 부산의 새 이정표를 세운 찬란한 한 해로 역사는 기억할 것이다.


임성원 기자 fores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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