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균 칼럼] 국회의원을 챗GPT로 바꾸고픈 심정

강병균 논설위원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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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인공지능 탑재 챗GPT 세계적 열풍
대화하며 신속한 결과 내놓아 인기
정치인의 대화형 챗봇 의존은 금물
“국회의원 대체용” 역설적 주장 나와
여야 정쟁·국회 공전이 초래한 분노
정치권 위기감 갖고 환골탈태해야

2월 1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미국 오픈AI의 대화형 인공지능 챗봇 '챗GPT'를 체험하고 토론하는 행사가 열렸다. 연합뉴스 2월 1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미국 오픈AI의 대화형 인공지능 챗봇 '챗GPT'를 체험하고 토론하는 행사가 열렸다. 연합뉴스

열풍이 인다. AI(인공지능)를 탑재한 대화형 챗봇(Chatbot)인 ‘챗GPT’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달아오른다. 미국 오픈AI가 지난해 11월 말 내놓은 챗GPT가 올 들어 전 세계를 강타했다. 출시 두 달 만에 사용자 1억 명을 돌파하며 지구촌 사람들을 열광의 도가니에 빠트리고 있다. 아마 올해는 세계사에 챗GPT라는 고성능 AI가 인류의 삶 깊숙이 스며들어 또 한 번의 디지털 혁명을 일으킨 해로 기록될 듯하다.

챗GPT는 방대한 데이터 학습량을 기반으로 이용자에게 맞춤형 결과물을 만들어 제공한다. 이것이 챗GPT가 국내외에서 선풍적 인기를 끄는 비결로 꼽힌다. 간단한 시와 에세이는 물론 장문의 보고서, 논문을 작성해 준다. 복잡한 계산과 프로그래밍 코드 생성도 가능하다. 챗GPT가 더욱 매력적인 건 일상 언어로 자연스럽게 대화하면서 웬만한 질문에는 몇 초 만에 대답한다는 점이다. 각종 전문 분야의 까다로운 물음에도 전문가가 쓴 것으로 착각할 만큼 구체적이고도 명쾌한 응답을 제시해 감탄을 부른다.


최근 정치권에서 챗GPT에게 궁금한 걸 물어봤다는 사람이 늘어났다. 심지어 필요한 자료를 분석하고 정리해 달라고 요구했다는 이들까지 있다. 너 나 할 것 없이 앞다퉈 챗GPT를 익히며 활용할 정도로 화두가 된 마당에 정치인이 새로운 문물에 호기심을 갖는 건 당연할 테다. 역량 강화와 신지식 습득을 위해서라도 체험을 권할 만하다. 이제는 일상의 모임과 술자리에서 챗GPT를 소재로 한 담소에 끼지 못하면 소외되는 분위기마저 생겨서다. 더구나 챗GPT 사용자들이 질문을 던져서 얻은 내용물을 온라인에 올려 즐기고,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놀이가 성행한다. 이는 앞으로 두드러진 사회 현상이 될 전망이다.

그런데도 국회의원들이 챗GPT에 의존하는 경우는 용납할 수 없다. AI의 진화가 보여 주는 무한한 가능성이 반갑고 실생활에서 쓸모가 커지길 기대한다. 반면 AI에 존재하는 여러 문제점이 챗GPT를 맹신하면 안 되는 까닭을 알려 준다. 인터넷상에는 왜곡되고 편향된 자료와 가짜뉴스 같은 잘못된 정보가 넘친다. 챗GPT가 이를 바탕으로 거짓된 정보를 재생산하거나 오류를 빚을 공산이 크다. 특히 챗GPT의 기초 정보가 되는 한글 데이터가 빈약해 정확하고 올바른 사실관계 파악에 취약한 실정이다. 인권을 침해하고 윤리에 어긋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실제로 챗GPT의 엉뚱하고 틀린 답변만 모은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많이 나도는 상황이 이 같은 우려를 뒷받침한다. 불완전한 챗GPT가 의정 활동에 활용돼선 곤란하다는 사실을 일깨우는 셈이다.

따라서 국회의원이 아직은 다양한 참고 자료를 수집하는 용도가 나은 챗GPT를 정보의 최종 선택과 판단에 이용하는 건 금물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국회의원들을 모조리 자른 뒤 챗GPT로 교체하고 싶다는 여론이 움트고 있다. 요즘 SNS에 이런 의견과 공감 댓글이 자주 보인다. 국회의원에 대한 불만과 정치 불신이 오죽했으면 그럴까 싶어 이해가 되고도 남는다. 이유는 차고 넘친다.

21대 국회는 여야 간 당리당략과 진영논리를 앞세운 정쟁, 당권 싸움에 혈안이 돼 경제 위기 극복과 민생 안정은 뒷전이다. 국회 17개 상임위원회 가운데 2021년 3월 시행된 ‘일하는 국회법’의 의무 사항인 월 3회 이상 법안소위 개최를 지킨 곳이 2년간 전혀 없다. 국회가 여야 대립과 충돌 탓에 개점휴업 상태가 장기화하는 바람에 업무 공백을 빚은 게다. 이 때문에 상임위에서 법안 검토가 이뤄지지 않아 먼지가 쌓인 계류 법안이 급증하는 추세다. 이 중에는 고물가·고금리로 힘든 서민과 기업을 위해 처리가 시급한 법안이 꽤 있다. 국회가 의무를 방기하고 국회의원들이 본연의 임무를 망각했다는 비판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역대 국회의 행태도 오십보백보이거나 더 심했다. 국민의 정치 혐오감을 키우고 ‘식물국회’, ‘동물 국회’란 지적 속에 국회 무용론을 낳은 지 오래다.

AI가 빠르게 똑똑해질수록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길 걱정 또한 커지기 마련이다. 한 챗GPT 사용자가 “좋은 정치의 기준은 무엇인가”라고 질문했더니 국민의 관심을 최우선하는 것, 정직과 충실, 이성적 판단, 책임감, 투명성 등 다섯 가지 순서로 답변이 돌아왔다고 한다. 국민의 바람에 부합하는 대답이 분명하다. 국회의원 모두 위기를 느끼고 각성해야 할 대목이다. 챗GPT보다 의식 수준이 낮은 모습으로 무위도식하며 불체포·면책 특권 등 수많은 혜택을 누리는 국회의원에겐 꼬박꼬박 안겨 주는 거액의 세비가 아까울 지경이다. 게다가 국회가 비례대표 국회의원 50명 증원을 추진하고 있으니 정말 몰염치하다. 사실상 챗GPT와 교체는 어려워도 내년 4·10 총선에서 대폭적인 물갈이가 요구된다는 민의는 들끓는다. 정치권이 환골탈태해야 마땅하다.


강병균 논설위원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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