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사학 법인, 15억 원 못 갚아 파산 진행 '파문'
채권자측, 지난해 법원 신청
"총 채무액 100억 원대" 주장
시교육청 "학습권 침해 예의주시"
재정 열악 사학 도미노 파산 우려
부산시교육청 전경. 부산일보DB
부산의 한 학교 법인이 채무 이자 15억 원을 갚지 못해 파산 절차가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학교 법인이 채무 소송을 이유로 파산 절차를 밟는 것은 이례적이다. 교육계에서는 사학 재단의 재정 건전성이 대부분 열악한 만큼 이 같은 파산 신청이 향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부산지법 파산1부는 학교법인 A 학원에 대한 파산 신청 사건을 지난해 6월 접수해 사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28일 밝혔다. 재판부는 지난해 10월 A 학원 이사장에 대한 심문을 진행했고 시교육청에도 A 학원의 파산에 따른 여파 등을 확인했다. 다음 달 부산회생법원이 개원하면 현재 부산지법 파산부에서 심리하고 있는 이 사건을 회생법원 제1부에서 맡게 될 예정이다.
A 학원과 부산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2006년 A 학원 전 이사장 B 씨는 재단 소유 학교 이전을 이유로 경북에 있는 C 건설사에 재단 이름으로 5억 원을 빌렸다. 3년 뒤 이 법인이 추진하던 학교 이전은 무산됐고 B 씨는 배임·횡령 혐의로 구속됐다. C 건설사는 채무액을 받기 위해 2009년 학원 측에 소송을 제기했고 항소 끝에 당시 재판부는 “B 씨의 비위 행위가 있었지만 재단이 변제 의무가 있다”고 판단해 5억 원의 80%인 4억 원을 변제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A 학원 측은 당시 4억 원 현금 지급이 불가능한 재정상태였다. 이후 14년간 채무를 이행하지 않았고 매년 법정 이자 20%가 가산돼 채무액은 15억 원으로 불어났다. C 건설사는 지난해 6월 채무 불이행을 이유로 A 학원을 지방법원에 파산 신청했다. C 건설사 관계자는 “A 학원의 채무액이 다른 채무액까지 포함하면 100억 원 대인 것으로 안다”며 “변제가 불가능한만큼 파산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교가 파산하게 되면 학교 존폐마저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있어 시교육청은 A 학원 파산 절차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법원은 올해 중 A 학원 파산 여부를 심리할 예정이다. 법원에서 A 학원 파산을 결정하면 A 학원은 이사회 해산 신청 뒤 교육부 인가를 거쳐 재단 법인을 해산하는 절차를 거친다. 시교육청은 지난해 10월 법원의 의견 조회 과정에서 학생들의 포괄적 학습권 침해를 우려해 파산 선고에 반대 의견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계에서는 A 학원 파산 신청 사례가 열악한 사학의 재정 상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입을 모은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A 학원은 재단 소유 고등학교의 사학 법정부담금 2억 9000여만 원 중 단 1.12%(335만 원)만 부담했다. 재단 소유의 또다른 고등학교의 법정부담금(2억 5000여 만 원) 역시 300만 원만 부담하는 데 그쳤다. 통상 사학의 법정부담금은 사학의 재무 상태를 나타내는 기준 지표중 하나인데 부산 지역 사학 재단 124곳 중 법정부담금을 완납한 곳은 단 2곳에 불과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교육계에서는 A 학원 사태가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한다.
부산의 한 재단 관계자는 “사학 재단이 현재 구조상 억 단위 현금을 바로 융통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진 곳은 많지 않다”며 “A 학원 파산 신청은 열악한 사학 재단의 단면이어서 채무 소송 등으로 학교 파산 신청이 향후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A 학원 측은 현재 재단 유휴 부지를 매각해 채무를 변제하겠다는 계획이다. A 학원 관계자는 “2009년 당시 채무 변재 능력이 없었던 것은 사실이다”면서도 “현재 재단 유휴부지를 매각해 처분 대금으로 채무를 상환할 계획이고 이 점을 법원 등에 소상히 설명했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