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블록체인과 챗GPT의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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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홍열 비댁스 대표·변호사

몇 년 전 글로벌 검색 사이트에 고릴라를 입력하자 흑인 여성 사진이 검색 결과 중에 나열되어 큰 문제가 된 때가 있었다. 검색 사이트를 운영하는 회사가 인종 차별적 정책을 취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실은 방대한 데이터 속에서 입력된 사진과의 차이를 구분해 내지 못한 인공지능, 정확히는 알고리즘이 문제였다.

사람들의 경우 아무리 흑인 여성의 사진이라고 해도 이를 동물과 혼동할 리는 없다. 아이들은 엄마 무르팍에 앉아 그림책을 보며 수차례 같은 동물의 모습을 학습한다. 그 아이는 놀랍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각기 다른 동물들을 구분하고, 설령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된 그림일지라도 동일한 동물을 가려낸다. 사자나 호랑이의 특징을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시각적으로 구분해 내는 것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AI 지적 능력 인간 위협 수준

중앙화 시스템 또 하나 탄생

다수의 감시·통제 놓이도록

데이터 권리 보호 기술 필요

블록체인 보안성 활용하면

오용될 소지 데이터 걸러 내

이러한 점에서 사람이 구현한 일종의 규칙, 즉 알고리즘에 따라 작동하는 인공지능과 사람의 지능은 아직까지 근본적인 차이를 보인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발된 챗GPT는 이러한 우월감에 의문을 품게 한다. 단순히 AI이기 때문이 아니라 지적 능력과 창작력에 있어 인간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데이터베이스에서 검색한 내용을 정리하는 수준이 아니라 사용자와 대화하듯 각종 질문이나 요청에 대해 막힘없이 답변을 내어놓는다. 그래서 챗GPT에 대한 관심은 날로 뜨거워지고 있다.

자연스러운 반응으로 ‘인간의 창작 능력에 위협이 되지 않을까’ 혹은 ‘챗GPT와 같은 AI에 우리가 종속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챗GPT를 운영하는 회사가 미래를 주도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것은 새로운 또 하나의 중앙화된 시스템이 탄생한다는 말과 같다.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입해 세계 곳곳에서 끌어모은 엄청난 양의 데이터에 힘입어 인간에 버금가는 지적 활동이 가능하고, 이를 서비스 형태로 공급하기 때문에 충분히 일리 있는 해석이다. 챗GPT에 기반한 다양한 서비스들이 준비되고 있어서 이러한 해석에 더욱 힘이 실린다. 이런 점에서 챗GPT는 데이터 주권을 핵심 가치로 내세운 블록체인 기술의 관점에서는 양립하기 어려운 기술로 보일 수 있다. 챗GPT의 편리함에 익숙해진다면 블록체인 기술의 의미가 퇴색하고 후퇴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블록체인과 챗GPT를 상호 모순 관계의 기술로 볼 것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 관계로 발전시켜야 한다. 중앙화된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데, 이러한 데이터는 사실 인간의 지적 활동의 산물이자 복제물이다. 그래서 중앙화된 AI가 더욱 발전하며 데이터에 대한 수요가 높아질수록, 데이터를 생성해 낸 개개인의 권리가 침해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그 보호의 필요성도 강조되어야 한다. 데이터에 대한 권리를 보호하는 데 있어 효과적인 기술이 요청되는 대목이다.

블록체인 기술은 탈중앙화와 투명성, 신뢰성 등을 갖추고 있다. 이를 활용하면 해당 데이터의 생성과 유통 과정을 추적해 권리자가 누구인지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다. 데이터 주권을 가능하게 하는 블록체인 기술이야말로 이러한 권리 침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챗GPT와 같은 중앙화된 AI는 입력되는 데이터에 결괏값이 좌우되기 마련이다. 아무리 정교한 AI라도 기초 데이터 없이는 작동이 불가능하다. 그런데 잘못된 데이터나 허위의 데이터가 입력되면 사실이 아닌 것이 사실처럼 여겨지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가짜뉴스가 진실인 양 확산되기 십상이다. 생명과 직결되는 위험한 경우가 발생할 우려도 있다. 미국의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연령, 성별, 간단한 증세 몇 가지를 써내자 챗GPT는 구체적인 병명까지 답하였다. 그렇지만, 전문의가 보았을 때는 잘못된 처방과 진단으로 확인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문제 역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데이터에 대한 다수의 감시와 통제에 놓이게 한다면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블록체인 기술하에서는 데이터의 무결성을 보장하기 위해 다수가 참여하여 승인된 데이터만 공유되도록 한다. 블록체인의 보안성을 활용해 해킹되지 않는 해시값(hash value)을 꼬리표처럼 추가해 검증된 데이터만 활용되도록 할 수도 있다. 이러한 기술적 힌트를 사용한다면 챗GPT나 AI에 의해 오용될 소지가 있는 데이터들이 걸러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유행에 민감한 시대라고 하지만, 블록체인 기술의 잠재력과 성장성은 AI와도 조화롭게 꽃피울 수 있다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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