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화물 앞에선 작아졌던 부산항… 관문공항 생기면 육해공 물류 강자 [동남권이 바뀐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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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권이 바뀐다] 3. 물류

세계 2위 환적항이지만 복합운송 한계
군산항보다 부산항 존재감 떨어지기도
트라이포트에 특화 물류 플랫폼 결합 땐
동북아 넘어 글로벌 물류 거점 발돋움

부산항과 가덕신공항을 갖춘 부산은 글로벌 물류 거점 도시를 향한 경쟁에서 우위에 선다. 부산항에 쌓인 컨테이너. 부산항만공사 제공 부산항과 가덕신공항을 갖춘 부산은 글로벌 물류 거점 도시를 향한 경쟁에서 우위에 선다. 부산항에 쌓인 컨테이너. 부산항만공사 제공

세계 2위 환적 항만과 24시간 관문공항이 만나면 부산은 동북아를 넘어 글로벌 물류 허브 도시로 도약할 채비를 갖춘다. 해상과 항공을 결합한 복합운송으로 신규 물동량을 끌어오고, 배후에 물류단지를 조성해 글로벌 물류기업을 유치할 수도 있다. 부산을 넘어 동남권 전체가 경제적 파급 효과를 기대한다.


■부산항과 가덕신공항의 시너지 효과

“항공과 해운의 글로벌 네트워크는 미래형 글로벌 물류 거점 도시가 갖춰야 할 첫 번째 조건이다.” 우종균 동명대 글로벌비즈니스학부 교수는 하버드비즈니스스쿨과 세계적인 유통 기업 아마존이 함께 개최한 세미나 내용을 인용해 “가덕신공항은 우리나라가 미래 글로벌 물류 산업의 거점을 선점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었다”고 강조한다.

부산항은 이미 세계적인 허브 항만이다. 싱가포르에 이어 환적으로 세계 2위, 물동량으로 세계 7위 항만이다. 부산항에 기항하는 정기노선 수는 지난해 기준 276개로 세계 3위 수준이다. 정기 컨테이너 항로로 전 세계 100개국 500개 항만과 연결돼 있다. 아시아 역내 항로와 아시아-미주·유럽을 연결하는 원양 항로 모두 보유한 지정학적 위치가 경쟁력이다.

그러나 해운과 항공을 연계한 시앤에어 복합운송에서 부산항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김해공항에서는 전용 화물기를 띄우는 게 어렵기 때문에 멀리 인천공항까지 돈과 시간을 들여 내륙운송을 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인천공항이 독점하는 국내 시앤에어 화물의 80% 이상은 인접한 인천항과 평택항으로 들어온 물량이다. 부산항 화물의 비율은 군산항보다 작은 한 자릿수에 그친다.

가덕신공항이 열리면 부산항은 지리적 이점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새로운 시앤에어 수요를 끌어올 수 있다. 윤정미 부산항만공사(BPA) 물류정책실장은 “부산항이 가덕신공항과 연계되면 인천항보다 부산항과 더 가까운 상하이, 선전, 광저우 등 중국 중남부를 비롯해 일본 서안, 극동러시아, 동남아 지역과 미주·유럽을 연결하는 신규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부울경 동반성장 위한 플랫폼 필수

경쟁 항만은 이미 앞서 나가고 있다. 세계 1위 환적항이자 2위 물동량을 보유한 싱가포르항은 창이국제공항과 함께 글로벌 제조 기업의 중국·동남아 공장과 전 세계 수요지를 연결한다. 창이공항 전체 항공화물 중 42%(2017년)가 항만을 거친 화물이다. 항공화물 운송량에서 부동의 1위인 첵랍콕공항과 연결된 홍콩항, 알막툼과 두바이 두 개의 국제공항을 거느린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제벨알리항도 마찬가지다.

특히 두바이의 제벨알리항은 부산시가 가덕신공항 배후 물류단지로 구상하는 ‘동북아 물류 플랫폼’의 모델이다. 제벨알리항은 공항(알막툼)과 철도(에티하드)를 연계한 트라이포트 정책으로 중동과 서남아시아, 아프리카의 환적 물류 거점으로 부상했다. 항만과 공항 사이 제벨알리 자유무역지대(프리존)에는 포춘지 선정 글로벌 500대 기업 중에서 100곳 이상이 입주해 두바이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25%를 창출한다.

동북아 물류 플랫폼은 부산·울산·경남이 동북아 물류산업의 중심으로 동반성장하기 위한 핵심 과제다. 부산시와 경남도는 각각 용역을 통해 부산 강서구와 경남 김해시 일대에 글로벌 전자상거래 물류센터(GDC)나 쇼룸 비즈니스 마켓 등으로 복합물류 단지를 조성한다는 밑그림을 그렸다. 부산연구원은 동북아 물류 플랫폼을 통해 부울경에서만 11조 39000억 원의 생산과 6조 2500억 원의 부가가치, 9만 2800명의 취업 유발 효과를 기대한다. 정부도 이를 위해 ‘국가 스마트 물류 플랫폼’ 구축을 위한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장하용 부산연구원 해양물류연구실장은 “부산신항, 가덕신공항과 유라시아철도를 연계한 트라이포트 전략에 트라이포트에 특화된 스마트 물류 플랫폼이 결합한다면 우리나라는 북극 항로에 대비한 물류 허브의 중심이 돼 대한해협 중심의 동북아 시대를 주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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