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항준 감독 “‘삶의 터전’인 부산에 주목…위로·위안 주는 영화 만들고 싶었어요”
5일 개봉 영화 ‘리바운드’ 연출
김은희·권성휘 작가와 의기투합
2012년 부산 중앙고 농구부 실화
안재홍·이신영·정진운 배우 등 출연
장항준 감독이 2012년 부산 중앙고 농구부 실화를 다룬 영화 ‘리바운드’ 로 관객을 찾는다. 미디어랩시소 제공
“삶의 터전인 부산을 담으려고 했어요. 사람 냄새 나는 담백한 작품을 만들고 싶었죠.”
장항준 감독의 신작 ‘리바운드’ 속 부산은 살아 숨 쉰다. 지역의 모습을 단순한 배경으로 소모하지 않고, 작품에 힘을 불어넣는 요소로 잘 배치한 덕분이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장 감독은 “중앙고 농구부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살리려면 10년 전 부산을 최대한 살려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사람이 사는 소중한 ‘삶의 공간’을 담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장 감독은 이번 작품으로 영화 ‘기억의 밤’ 이후 6년 만에 영화마을에 돌아왔다. 이번 작품에서 오랜 친구이자 동료인 콘텐츠 제작사 BA엔터테인먼트의 장원석 대표와 의기투합했다. 장 감독은 “5년 전 장 대표에게 연출을 제안받고 작품을 처음 만났다”며 “장 대표가 2012년 당시 실화를 듣고 10년 넘게 영화화를 준비해왔다”고 했다. 그 과정이 쉽진 않았다. 그는 “중간에 한 번 영화가 엎어진 적이 있다”며 “너무나 다행히도 고맙게도 넥슨이라는 회사를 만나서 다시 딛고 일어설 수 있었다”고 했다.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어요. 위안이 되고 위로가 되는 그런 작품 있잖아요. 투자사인 넥슨이 그런 점을 전폭으로 지지해주고 지원해주셨죠.”
배우 안재홍, 이신영, 정진운 등이 출연한 영화 ‘리바운드’의 한 장면.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실제 부산 중앙고 체육관에서 촬영한 영화 ‘리바운드’의 한 장면.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영화에는 다채로운 지역의 모습이 가득 담겼다. 중앙고와 아미동 비석 문화마을, 영도대교, 남항치안센터, 영도 해돋이 전망대, 영주시민아파트, 대연 문화공원, 충무동 새벽시장, 온천천, 수영만 요트 경기장 등 20곳 이상이 작품에 흐른다. 스물다섯 청춘과 고등학생 꿈나무들의 성장 이야기를 지역 곳곳의 모습이 더욱 탄탄하게 받쳐준다. 장 감독은 “많은 분이 부산하면 관광지를 많이 떠올리시지만, 제가 생각하는 부산은 달랐다”고 했다. 그는 “캐릭터들이 어디에서 툭 떨어져 나온 게 아니지 않나”며 “그들이 삶과 생활의 공간을 보여주는 게 중요했다”고 했다. 이어 “기범의 집으로 올라가는 길에 바다가 보이고, 준영이 사는 낡은 아파트 앞에선 항구와 배를 함께 볼 수 있다”면서 “로케이션에 정말 신경을 많이 썼다”고 했다.
장항준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안재홍 배우 등이 출연한 영화 ‘리바운드’ 스틸 컷.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영화 속 농구 경기 장면은 작품의 백미다. 농구 규칙을 잘 모르는 관객도 손에 땀을 쥐며 경기 장면을 즐길 수 있을 정도로 높은 완성도를 보인다. 장 감독은 “관객들이 경기장에서 직관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고속 카메라를 쓰면서 롱테이크 촬영을 많이 했다”면서 “생동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 웬만하면 끊지 않고 가려고 했는데 배우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고 웃었다. “해설진도 큰 역할을 했어요. 현장성이 정말 중요했죠. 오랜 시간 합숙하면서 촬영하다 보니 배우, 스태프들과 끈끈해졌어요. 그런 게 화면에 자연스럽게 묻어난 것 같아요.”
장항준 김독이 영화 ‘리바운드’로 극장 관객을 만난다. 미디어랩시소 제공
영화에는 장 감독 특유의 유쾌함은 물론 사람과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애정 어린 시선이 듬뿍 묻어있다. 캐릭터 하나, 장면 하나 섬세하고 균형 있게 매만진 덕분이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영화 ‘오픈 더 도어’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도 담백하면서 영리한 그의 연출을 엿볼 수 있다. 그는 “60대에도 영화 현장에 있는 게 목표”라며 “좋은 사람들과 행복하게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나이가 들수록 작품 하나하나 너무 소중해져요. 시기와 시대에 맞는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습니다.(웃음)”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