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나주 한전 본사까지 간 주민들 “기장군 송전선로 땅 아래로”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본사 찾아 성명서도 전달
남부건설본부 앞 집회 예고
자연훼손·주민피해 강조

정종복 기장군수 등은 2월 21일 전남 나주 한국전력 본사를 항의 방문했다. 기장군청 제공 정종복 기장군수 등은 2월 21일 전남 나주 한국전력 본사를 항의 방문했다. 기장군청 제공

기장~장안을 잇는 154kV 송전선로 건설을 추진 중인 한전과 지중화를 요구하는 기장 주민(부산일보 2022년 12월 20일 자 10면 보도) 간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일광 주민들은 한전 본사를 항의 방문한 데 이어 사업을 담당하는 남부건설본부 앞에서도 집회를 예고하고 나섰다.

11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부산 기장군 일광읍주민자치위원회를 포함한 일광 주민들은 서구 토성동 한국전력남부건설본부 앞에서 송전탑 건립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 계획이다. 주민들은 내부 회의를 통해 집회 시기, 방식 등을 논의 중이다.

앞서 일광읍 주민 80여 명은 지난달 22일 전남 나주에 있는 한국전력공사 본사를 찾아 송전철탑 건설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한전 측에 송전선로 지중화 요구 성명서도 전달했다. 하지만 한전 측이 주민의견을 수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자 사업 주체인 남부건설본부 앞에서 집회를 이어가기로 했다.

154㎸ 기장-장안 송전선로 건설사업은 기장읍, 일광읍, 정관읍을 경유하는 약 9km 구간에 송전철탑 27기를 세우는 사업이다. 기장 주민들은 현재 기장군에 고리 원전 등에서 만든 전력을 다른 지역으로 보내기 위한 송전탑이 293개나 건설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주민 동의 없이 154kV 송전선로를 건립해서는 안 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일광읍 주민자치위 관계자는 “한전 사장은 기장 군수가 방문했을 때도 일정을 핑계 삼아 만나주지 않았다. 이는 한전이 주민들이 입을 피해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한전 책임자가 주민 의견을 계속 묵살한다면 송전선로 건설사업을 담당하는 게 남부건설본부인 만큼 남부건설 앞에서도 항의 집회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 2월에는 정종복 기장군수, 박종철 부산시의회 의원, 박우식 기장군의회 의장, 일광읍 주민 대표 등 20여 명은 한전 나주본사를 항의 방문해 송전탑 지중화를 요구했다. 기장군은 송전선로가 기장의 명산인 일광산과 달음산을 통과해 기장의 수려한 자연경관을 크게 훼손하고, 송전탑과 송전선로가 지나가는 경로에는 2만 세대에 달하는 일광신도시와 장안택지가 인접해 있어 주거환경 침해가 우려된다고 밝힌 바 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